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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국문학신문> 칼럼 51- 건강지성(健康至誠)



건강지성(健康至誠)

 

도정 권상호

  우스갯소리라 하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큰 격언이 있다. 누구나 아는 분명한 세 가지…….

‘반드시 죽는다.

‘혼자서 죽는다.

‘빈손으로 죽는다.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도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어디서 죽을지 모른다.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이 여섯 가지 사실에 공통으로 들어간 단어는 ‘죽음’이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죽을 일도 없을 텐데,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 죽어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다.

  영생은 영혼의 몫이다.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우주를 생각하면 짧은 인생과 좁은 육신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과 무한을 약속하는 종교와 예술을 지어냈나 보다.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人間). 그래서 삼간(三間)이다. 여기의 시간은 ‘빛’이 만들어 낸 것이다. 다행히 빛은 누구에게나 골고루 비춘다. 광무사조(光無私照). 빛은 사사로이 비추지 않는다. 빛이 만물에게 공평하듯이 빛이 만들어 낸 시간도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는 시무편애(時無偏愛)라 하면 되겠다. 시간은 사람을 편애하지 않는다. 빈부귀천에 따라, 의인악인에 따라 빛과 시간이 공평하지 않다면 얼마나 열 받는 삶일까. 그래서 잘난 놈, 못난 놈 따로 없이 누구나 똑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똑같은 땅을 발로 밟고 살아가다가 속절없이 생()을 마감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빛과 시간처럼 죽음도 모든 이에게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다. 빛과 시간을 막을 수 없듯이 죽음도 거역할 수 없다. 고로 죽음 앞에 모두 겸허해야 한다.

 

  인간은 혼자서 태어났기 때문에 죽기도 혼자서 한다. 혼자서 죽는다는 사실. 설령 동반자살을 한 사람일지라도 엄밀하게 말하면 시간차가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그리운 벗들마저 모두 두고 혼자서 죽어간다. 그만큼 죽음은 냉엄하다. 강물이 속절없이 바다에 닿듯이, 우리의 영혼은 하늘에 이를 수밖에 없다.

  혼자서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서 덜 고독하고 싶어 한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도 죽음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 져야 한다. 부관참시(剖棺斬屍)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빈손으로 죽는다. 태어날 때, 빈주먹으로 태어났으니, 빈손으로 가는 것도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고로 본전인생(本錢人生)이다. 어차피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라는 말이렷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베풀라.’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배우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라 뜻이다. 한때는 ‘배워서 남 주나?’라고 했지만, 이제는 ‘배워서 남 주자.’라고 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 중에 첫째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하루하루를 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오늘 하루가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죽음을 준비하는 꽉 찬 삶. 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렇게도 소망하던 내일이 아니었던가. 누구도 내일을 자신할 수 없다. 그러니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갈 때 영원(永遠)을 사는 것이 되고, 이 자리를 소중히 여길 때 무한(無限)을 얻는 것이다.

 

  죽음 앞에서 허무한 삶. 어차피 허무한 인생일지라도 우리는 사랑으로 만나야 한다. 너와 나 사이에 사랑이 없다면 오늘 하루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동그란 안경을 걸친 멋진 털보 아저씨, 스티브 잡스. 그는 갔지만, 애플사와 명언은 남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내가 이 일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는 일을 찾으셔야 합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듯, 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죽는다고 해서 방종한 삶을 살 필요는 없다. 단 한 번밖에 없는 일회성의 인생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일회성이기 때문에 소중한 삶이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되는 이치와 같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양생(養生)을 통한 무병장수(無病長壽)에 열망은 도가(道家)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의 바람이었다. 한데,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질병(疾病)이다. 금세기의 질병 중 인류의 최대 적은 암()과 에이즈. 어쩌나.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에는 ‘암 예방’을 위한, 금년 초에는 ‘에이즈 퇴치’를 위한 라이브 서예를 펼쳤다.

  지난 1 20, 남산의 유서 깊은 서울클럽에서 사단법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김민기 회장 이임 및 김진호 회장 취임식’ 장에서 ‘건강지성(健康至誠)’이란 네 글자를 휘호했다. 건강을 얻기 위해서도 지극한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강 없이 오래 사는 것도 고역이렷다.

  지성(至誠)이란 말은 <중용>에 나온다. 문자학적으로 보면, ‘지()’ 자는 새가 땅을 향하여 내려앉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한 번도 뇌진탕에 걸리지 않으니, ‘지극하고 절묘하다.’ 하겠다. ‘성()’ 자는 ‘말한 대로 이룬다.’라는 뜻이다. 거짓 없이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이룰 수 있나니, 여기에 ‘정성(精誠)’이 필요하다. 에이즈를 예방하고 ‘지극한 정성’, 곧 지성(至誠)으로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에서 펼친 서예 퍼포먼스였다. 건강 없이는 아무 것도 없다. 얼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들은 건강 노하우를 세 가지로 요약해 볼까나.

  첫째, 언제나 웃음을 잃지 말고 긍정적 마음으로 살아갈 것.

  둘째, 절식 속에 알맞은 운동을 즐길 것.

  셋째,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삶.

 

  이 세 가지가 건강하게 잘 늙은 법으로, 늙어가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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