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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국문학신문> 칼럼 47- 웃을까 울까- 제1회 국회의원 詩낭송 예술제 -

웃을까 울까

- 1회 국회의원 詩낭송 예술제 -

도정 권상호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며 남달리 좋아하던 시 구절이 있다.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마지막 구절 ‘왜 사냐 건 웃지요.’이다. 삶의 모습이 정겹고 긍정적이며 자연과 하나 된 달관의 경지를 웃음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백(李白)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구절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이라. 웃을 뿐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구나. 얼쑤로다. 세속을 벗어나 자연 속에 은둔하면서, 웃음으로 한가로움을 즐기는 이백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실 웃음만큼이나 울음의 가치도 인정하는 나이다. 우리말 ‘웃음’의 반대말은 아무래도 ‘울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말의 구조는 비슷하다. ‘ㅅ’과 ‘ㄹ’의 차이일 뿐이다. 흔히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운운하며 웃음은 복을 불러들이고, 건강하게 해 주는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는데, 알고 보면 웃음만이 능사는 아니다. 울음도 웃음만큼이나 소중한 정서 표현 수단이다. 카타르시스 효과는 웃음보다 울음이 오히려 더 클지도 모른다. 우리는 울음으로 이승과 만났고, 울음으로 이승과 이별할 것이다. 기쁠 때는 환하게 웃고, 슬플 때는 시원하게 울어야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건강에도 좋다. 단지 웃음이 울음보다 더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웃음은 상대방에게 좋은 기파장을 일으켜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나, 울음은 상대방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는 데에 있다.

  아마도 웃음소리를 흉내 낸 글자는 ‘喜(기쁠 희)’일 것이고, 울음소리를 본뜬 글자는 ‘哀(슬플 애)’이리라. 하지만 우리는 기쁨이 넘치면 울기도 하고, 슬픔이 지나치면 웃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기쁨과 슬픔, 웃음과 울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누구나 다음과 같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한 아이가 놀다가 울면, 동무들은 그를 달래기 위해 으레 그를 둘러싸고 ‘울다가 빛났네. 울다가 빛났네.’라고 합창을 하며 놀려댄다. 그러나 한참을 울던 아이는, 자기가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피식 웃으며 이내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는 다시 함께 어울려 놀곤 했던 아련한 기억들…….

 

  금년에는 라이브 서예로 국회와 인연이 깊다.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사랑’ 라이브 서예, 정의화 국회부의장 저 <이름값 정치> ‘출판기념’ 라이브 서예에 이어 이번에는 ‘국회의원 시낭송 예술제’ 축하를 위한 라이브 서예를 펼쳤다.

  그런데 ‘국회(國會)’란 어떤 곳인가. 나라[]를 위하여 백성의 뜻을 모으는[] 곳이 아닌가. 그런데 4대강 사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의 일련의 사안을 두고 항상 여야 간에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투쟁하는 모습을 볼 때 이건 국회가 아니라 ‘국리(國離)’라고 해야 딱 맞을 듯하다. 여와 야라는 이유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듯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임을 어찌하여 망각하고 본회의장 의원 발언대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의장석을 향해 최루 분말을 뿌리는가. 이 광경이 외국 언론에 두루 비쳤다니 참으로 ‘남사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모두가 나라를 위한다고 하는데, ‘나라’는 무엇인가. 나라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나와 같다.’는 뜻에서 ‘나라’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 ‘나라(奈良)’라는 지명이 있다. 일본의 여러 어원사전이나 지명사전에 의하면 ‘나라(奈良)’는 ‘한국어의 국가(國家)라는 뜻이며 옛날에 이 지역을 점거했던 한국인들이 붙인 이름이다.’라고 적고 있다.

  나라에 해당하는 한자 ‘국()’ 자를 살펴보면 국방의식이 절로 솟구친다. 혹시[()] 누가 쳐들어오면 어쩌나 하여 사방을 에두르고[는 圍(에울 위)의 古字]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국회(國會)의 ‘회()’ 자는 본래 ‘모으다.’라는 뜻이 아니라, ‘膾(날고기 회)’의 뜻이었다. 신에게 바치기 위해 그릇 위에 날고기를 얹어놓은 모습이다. () 자 아래의 曰()은 그릇, 위는 그릇 뚜껑, 가운데의 것이 날고기이다. 신께 제사 지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니 나중에 ‘모이다, 모으다.’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회합(會合)이라고 할 때의 合(합할 합) 자는 그릇의 뚜껑을 덮어 놓은 모습이다.

  하기야 국회에서 오죽 민의를 모으기 어려웠으면 ‘모을 회()’ 자를 쓰고도 의견이 갈라지니, 어쩔 수 없이 토론 대신에 ‘다수결의 원칙’을 정했을까.

  남의 눈에 비친 우리 국회의 모습은 참으로 남사스럽다. 여기의 ‘남사스럽다.’는 ‘남우세스럽다.’의 준말이다. 그렇다면 ‘우세’는 무슨 뜻인가. ‘우세’는 ‘남에게 비웃음과 놀림을 받게 됨’을 뜻한다. ‘우세’는 ‘웃음’, ‘웃을세라’와 발음이 비슷하지 않는가.

  우리 국회의 난장판을 보면 이웃 나라에 쪽팔리기 일쑤다.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속된 표현으로 ‘아이, 쪽 팔려.’가 있다. 여기의 ‘쪽’은 얼굴을 뜻한다.

 

  지난 11 17일 오후 4,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詩의 울림으로 국민과 소통을!’이라는 주제로, ‘제1회 대한민국 국회의원 시낭송예술제’가 열렸다. 시낭송을 통하여 여야 국회의원의 화합을 기하고자 전국시낭송가협회(박운초 회장)가 주관하고 한국문인협회(정종명 이사장)와 환타임스(김선적 회장)가 후원한 각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 식전 행사로 라이브 서예를 펼쳤다. 국회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국민의 참담한 절망감과 시낭송을 통한 여야 화합의 기대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붓끝으로 펼치고자 했다.

  “마음을 터놓고, 평소에 좋아하는 시 한 수를 예사롭게 낭송할 줄 아는, 그런 국회의원이 많은 국회의사당을 소망한다.”라고 말한 정종명 문협 이사장의 축사와 더불어 예술제의 막이 올랐다. 김형오, 김용태, 이종혁, 김을동, 정영희, 김재균, 김성동, 강명순, 조윤선, 전여옥, 정두언 의원의 순서로 11명의 국회의원이 각자의 시낭송 솜씨를 마음껏 발휘하였다.

  군중 속에서 말이라면 이력이 붙은 분들이라, 모두 잘했다. 이 날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시상 내용이었다. 참가자 전원에게 개별 특성에 맞게, ‘열렬호응상, 가슴울림상, 함박웃음상, 고운소리상, 천지진동상’ 등이 있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송한 김성동 의원은 ‘가슴울림상’을, 강명순 의원은 여야의 화합과 소통에 대한 바람을 담은 ‘징허게’라는 자작시를 낭송해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에 멋진 코드에 모자까지 쓰고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을 노래로 부른 정두언 의원은 인기 짱이었다. 이어지는 앙코르…….

  행사가 끝나고 국회의원 식당에서 여러 작가와 함께 저녁을 나누었다. 1년간 병석에 계시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김용오 시인을 모시고 삼각산 자락으로 돌아왔다. 한강을 건너오면서 초겨울 바람 속의 국회가 안쓰럽게 보이는 까닭은 왜일까. 웃을까 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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