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梅花)가 들려주는 봄 소식
도정 권상호
선비는 혼자서도 즐길 줄 알았다. 선비는 사람이 아닌 생활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물을 벗으로 삼고 유희할 줄 알았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놀았다. 행동할 때는 자기 그림자에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잠잘 때는 이부자리에 부끄럽지 않게 할 정도로 혼자서도 엄격한 기강 속에 살아가던 그들이지만 낭만이 있었다.
붓글씨를 쓸 때면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있으니 종이, 붓, 먹, 벼루 등이 친구이고, 그림을 그릴 때의 소재로는 사군자(四君子)가 있으니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이 벗이다. 또한, 추운 겨울이면 세한삼우(歲寒三友)가 있어서 소나무, 대나무, 매화 등의 절개 있는 나무가 친구가 된다.
고려의 문호 이규보는 시와 술, 거문고를 혹독할 정도로 좋아하여 삼혹호(三酷好)선생이라고 불렸다. 조선 인조 때의 윤선도는 그가 지은 오우가(五友歌)라는 연시조에서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 등을 벗에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다. 조선 중기의 의사(義士) 박회무는 소나무, 전나무, 매화, 대나무, 연, 국화 등을 심고 애완하여 호를 육우당(六友堂)이라 하였고, 조선 후기의 문신 조보양은 일생 산수(山水), 풍월(風月), 송죽(松竹), 매국(梅菊) 등의 여덟 가지를 벗 삼아 지낸다는 데서 호를 팔우헌(八友軒)이라 하였다.
선비들은 그중에서도 싱그러운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적막을 깨고 생명을 노래하는 매화를 특히 좋아하였다. 봄이 왔기 때문에 매화가 피는 것이 아니라, 매화가 피었기 때문에 봄이 온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매화를 봄의 전령사, 곧 춘신(春信)이라고도 불렀다. 남지춘신(南枝春信)이라고도 했는데, 이는 남쪽 가지에서부터 꽃을 피운다는 뜻이다.
안민영의 매화사 중에는 잠결에도 동장군을 물리치고 봄님을 맞이하는 매화녀의 노래가 있다.
바람이 눈을 몰아 산창(山窓)에 부딪치니/ 찬 기운(氣運) 새어들어 잠든 매화(梅花)를 침노(侵擄)한다./ 아무리 얼우려 한들 봄뜻이야 앗을쏘냐.
매화의 어떤 매력 때문에 선비들이 그토록 좋아했을까. 그 첫째 매력은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이란 시구에 있다. 매화는 혹한을 겪었기에 더욱 맑은 향기를 발한다는 말이다. 사람도 모진 고난을 이겨낸 후의 성공이 더욱 값지다. 3D 업종을 피하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시구이다.
숫돌에 갈지 않고서는 보배로운 칼을 얻을 수 없듯이, 매서운 추위를 겪지 않고서는 향기로운 매화를 기약할 수 없다. 산모의 고통이 없이 옥동자를 얻을 수 없고, 조개의 암 투병 없이 진주를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유난히 많은 눈이 내리고, 냉엄한 추위를 겪은 이번 겨울이었기에 화사한 봄이 눈물겹게 기다려지는 것이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육사의 기개가 빛난다.
매화의 또 다른 매력은 그 향기에 있다. 당송 8대가 중 한 사람인 왕안석(王安石)의 매화라는 시를 보면 그의 개혁적인 행적과는 달리, 너무나 선적인 분위기 때문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 담장 모퉁이에 핀 몇 가지 매화여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추위를 무릅쓰고 홀로 피었구나.
遙知不是雪(요지불시설) 멀리서도 그것이 눈이 아님을 알겠으니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그윽한 매화 향기 불어오기 때문이라.
설중매(雪中梅)와 매중설(梅中雪)의 오묘한 경지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눈인 듯 매화인 듯 혼돈되지만 그윽한 향기로 말미암아 매화로 단정 내리는 멋진 시의 경지라 할 수 있다. 만나지 못하는 임이라도 정으로 짐작하고 멀리 있는 벗이라도 덕의 향기로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우면 강하기 어렵고 강하면 아름답기 어렵다. 그런데 매화는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뭇사람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경칩 지난 3월 9일 밤, 서울에는 밤새 봄눈이 분분했다. 매화꽃이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맞으며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을 걷는다. 소주는 내가 들이켰는데, 취한 건 눈이다. 매화꽃 흩날리듯 나비 떼 몰아가듯, 몬트리올 동계올림픽 개막식보다 더한 밤눈의 잔치. 그럼에도 들려온 남도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에 코를 연방 벌룽거린다.
눈 속에서도 조용히 봄을 준비하고 있을 매화 한 가지에 미소를 던지고, 우선 붓으로 친 매화 한 가지에 봄을 얹는다. 매화처럼 모진 추위 속에서도, 용케 살아온 너, 오늘만큼은 얇은 웃음꽃을 너그럽게 피워 보라.
권상호
매화 매(梅) 자의 옛 모습은 매(槑)로 썼다. 어리석을 매(呆) 자를 겹쳐서 쓴 모습니다. 매화는 살구보다 먼저 피고 열매는 상대적으로 늦게 떨어진다. 또 매실은 과육과 핵이 잘 분리되지 않는 점핵성이 있고, 살구는 잘 분리되는 이핵성의 특징이 있다. 그래서 글자 모양을 비교해 보면 퍽 재미있다. 매화 매(槑)의 나무는 붙어있고 열매[口]는 매달려 있는 모양이지만 살구 행(杏)의 열매는 떨어진 모습이다.
매화는 빛깔로 향기로 시로 문인화로 붓끝을 유혹한다.
눈서리 속에서도 조용히 봄을 준비하는 매화를 찾아 진도행 버스를 탔다.
'유희삼매-선비의 예술과 선비취미'이다.
눈으로 즐기는 매화
코로 즐기는 매화
귀로 즐기는 매화
行弗愧影 寢不愧衾
행동할 때는 그림자에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잠잘 때는 이부자리에 부끄럽지 않게 한다”라는 경구에서 남김없이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비가 항시 그렇게 엄격한 기강 속에서 경직되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항시 공자님 말씀대로 “도를 목표로 하고, 덕에 근거하며, 인에 의지하는(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한편으로 예에서 노니는 것, 즉 “유어예(遊於藝)” 할 줄 아는 여백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번에 출품된 송하옹(松下翁) 조윤형(曺允亨)의 〈유희삼매(遊戱三昧)〉라는 네 글자 속에 담겨 있습니다.
추위를 이기고 맨 처음 꽃을 피 우는 매화를 통해 선비들의 아름답고도 강인한 품성을 보여준다.
早梅春信(조매춘신)
이른 매화의 봄소식
하지만 梅花(매화)가 매서운 寒波(한파)를 겪고 피어나듯, 寶劍(보검)도 많은 冶金(야금)과 갊을 통하여 빛이 나듯, 여러분들도 이러한 현실적 시련을 단련의 기회로 삼을 때 진정한 전문 작가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차제에 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연히 졸업작품전이란 이름으로 기어코 墨香(묵향)을 피워낸 여러분들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내 마음이 거울처럼 잔잔해 질 때,
暗香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내 본성과 세상도 잘 비춰지겠지요?
먹물의 여울 따라 살아온 세월의 흔적들을
후회 없이 물끄러미 살필 수 있었다.
그래 너,
매화처럼 모진 추위 속에서도, 용케 살아왔구나.
오늘 만큼은
얇은 웃음꽃과 은근한 '情'이란 묵향을
너그럽게 피워 보자.
먹물의 여울 따라 살아온 세월의 흔적들을
후회 없이 물끄러미 살필 수 있었다.
그래 너,
매화처럼 모진 추위 속에서도, 용케 살아왔구나.
오늘 만큼은
얇은 웃음꽃과 은근한 '情'이란 묵향을
너그럽게 피워 보자.
梅erry Chrirtmas & (매화처럼 향기로운 크리스마스와)
海appy New year! (바다같은 행복의 새해를!)
겨울이 차가운 만큼 봄 매화 향기가 그윽하듯이,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 사서라도 반드시 겪어야 하는 관문이다.
寶劍鋒從磨礪出(보검봉종마려출)
보검의 칼날은 숫돌을 갊으로부터 나오고
梅花香自苦寒來(매화향자고한래)
매화의 향기는 매서운 추위로부터 온다.
곧, 모든 큰일은 고난을 겪은 후에야 얻을 수 있는 것이지,
그냥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갈지 않은 보검을 어디에 쓰며
향기 없는 매화가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臘梅(납매)
窓外梅數莖 창 밖 매화 몇 줄기
凌寒花氣淸 추위 딛고 핀 맑은 꽃 기상.
池中疎影冷 못 가운데 성근 그림자 차갑고
墻角勁枝橫 담 머리 굳은 가지 빗겨 있도다.
名利催人老 명예와 이욕은 사람을 늙게 만들지만
詩書樂性情 시와 글씨는 성정을 즐겁게 하누나.
不隨人俯仰 인간의 부침 따르지 말고
其節慕平生 그 절개 평생 사모하리.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紅梅一幹當春美(홍매일간당춘미)
홍매화 한 가지는 봄을 맞이하여 아름답고
白菜千坪似夏鮮 (백채천평사하선)
밭의 배추 천 평은 여름과 같이 고와라.
新春有感(신춘유감)
庭畔新陽逐暮冬 뜨락에 새 햇살이 늦겨울 몰아내자
尋春自適一枝筇 지팡이 짚고서 봄 찾아 이러 저리.
溪流窮谷鳴苔石 시냇물 궁곡을 흐르며 찬 돌을 울리고
風過荒原蘇赤松 바람은 황원을 지나 적송을 깨우네.
飛去黃砂含笑蝶 황사 날아가니 나비는 미소 머금고
起來瑞氣吐威峰 서기가 일어나니 봉우리는 위엄을 떨치네.
世情淺深何時覺 세상인심 얕고 깊음 어느 때 깨달을까
對酒當歌知己逢 벗 만나 술 마시고 노래하고파.
납매(臘梅)
하늘 뜻 능히 지켜 봄소식 전하려고
臘月 잊은 채 벙그는 꽃봉오리.
나뭇가지 끝마다 하늘에 닿아
모진 바람 속에서도 봄뜻 고이 간직하여
산너머 봄 입김 꽃봉오리 터트린다.
창앞에 매화 가지 햇기운 홀로 받아
솜같은 눈 내리니 차라리 포근해라.
얼었던 마음 속이는 납매여.
겨울 한을 飛盡하니 눈인지 꽃잎인지...
매골 : 매골마을 이말은 매화가 떨어지는 형상이라는뜻의 옛지명[마을이름]으로
매화를 의미하는 매와 마을을 의미하는 골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말이다
조선의 시조는 언뜻 보면 자연시로 보이는 것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어휘의 대부분은 인간의 생활과 관련되는 '임, 일, 술, 말' 등이다. 자연의 정화라 하는 꽃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사실은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시조에 자주 나타나는 매화나 국화는 그 꽃이 지닌 아름다움보다는 그것이 인간적 덕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된 소재들이다.
람이 눈을 모라
안민영(安玟英)
람이 눈을 모라 山窓(산창)에 부딋치니,
찬 氣運(기운) 여 드러 든 梅花(매화)를 侵擄(침노)다.
아무리 얼우려 인들 봄 이야 아슬소냐.
<금옥총부(金玉叢部)>
[시어, 시구 풀이]
침노다 : 개개거나 해치다. 불법적으로 쳐들어가다
얼우려 인들 : 얼게 하려 한들
아슬소냐 : 빼앗을쏘냐.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 풀이]
바람이 눈을 몰고 와서 산가의 창문에 부딪치니
찬 기운이 방으로 새어 들어와 잠자고 있는 매화를 괴롭힌다.
하지만 아무리 추운 날씨에 매화가지를 얼게 하려 한들 새 봄이 찾아옴을 알리겠다는 의지를 빼앗지는 못하리라.
[핵심 정리]
지은이 - 안민영(安玟英, 1816-?) 조선 고종 때의 가인(歌人). 호는 주옹(周翁). 박효관의 문하에서 배웠으며, 박효관과 함께 <가곡원류>(1876년)를 엮었다. 시조집 ‘금옥총부(金玉叢部)’, 저서로 ‘주옹만록(周翁漫錄)’이 있다.
갈래 - 연시조 ‘매화사(梅花詞)’의 여섯째수(평시조)
성격 - 영매가(詠梅歌)
표현 - 의인법, 영탄법, 설의법
주제 - 매화의 예찬
▶ 작품 해설
헌종(憲宗) 6년(1840) 겨울, 스승인 박효관(朴孝寬)의 산방(山房)에서 벗과 기생과 더불어 금가(琴歌)로 놀 때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안상(案上)에 피어 있으므로 이를 보고 지었다고 하는 ‘매화사(梅花詞)‘ 8수 중에 여섯째 수이다. 매화 한 가지가 피는 것을 보고 대자연의 섭리와 우주의 질서를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이 널리 알려진 또 다른 ‘매화사’의 두 수는 다음과 같다.
<둘째 수>
어리고 성긘 梅花(매화) 너를 밋지 아녓더니,
눈 期約(기약) 能(능)히 직혀 두세 송이 퓌엿고나.
燭(촉) 좁고 갓가이 랑헐 졔 暗香(암향)좃 浮動(부동)터라.
[전문 풀이]
연약하고 엉성한 가지이기에 어찌 꽃을 피울까 하고 믿지 아니하였더니
눈 올 때 피겠다고 한 약속을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촛불 잡고 너를 가까이 완상(玩賞)할 때 그윽한 향기조차 떠도는구나.
<셋째 수>
氷姿玉質(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이 香氣(향기) 노아 黃昏月(황혼월)을 期約(기약)니,
아마도 雅致高節(아치고절)은 너인가 노라.
[시어풀이]
氷姿玉質(빙자옥질) : 얼음 같은 모습에 구슬 같은 바탕
노아 : 놓아
黃昏月(황혼월) : 황혼에 떠오른 어스름한 달
雅致高節(아치고절) : 고상하게 풍류를 즐기는 높은 절개
<참고> 매화사 전체 8수
梅影(매영)이 부드친 窓(창)예 玉人金𨥁(옥인금차) 비겨신져,
二三 白髮翁(이삼 백발옹)은 거문고와 노로다.
이윽고 盞(잔)드러 勸(권)하랄져 달이 한 오르더라.
어리고 셩근 梅花(매화) 너를 밋지 아녓더니
눈 期約(기약) 能(능)히 직혀 두세 송이 퓌엿고나.
燭(촉) 고 갓가이 랑헐졔 暗香(암향)좃 浮動(부동)터라.
氷姿玉質(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이 香氣(향기) 노아 黃昏月(황혼월)을 期約(기약)니
아마도 雅致高節(아치고절)은 너인가 하노라.
눈으로 期約(기약)터니 네 果然(과연) 퓌엿고나.
黃昏(황혼)에 달이 오니 그림도 셩긔거다.
淸香(쳥향)이 盞(잔)에 스니 醉(취)코 놀녀 허노라.
黃昏(황혼)의 돗는 달이 너와 긔약(期約) 두엇더냐.
閤裡(합리)에 든 치 향긔(香氣) 노아 맛는고야.
엇지 梅月(매월)이 벗 되는 쥴 몰낫던고 노라.
람이 눈을 모라 山窓(산창)에 부딋치니,
찬 氣運(기운) 여 드러 든 梅花(매화)를 侵擄(침노)다.
아무리 얼우려 인들 봄 이야 아슬소냐.
져 건너 羅浮山(나부산) 눈 속에 검어 웃 울통불통 광 등걸아.
네 무 힘으로 柯枝(가지) 돗쳐 곧조 져리 퓌엿다.
아모리 석은 半(반)만 남아슬망졍 봄 즐 어이리오.
東閣(동각)에 숨은 치 躑躅(척촉)인가 杜鵑花(두견화)인가.
乾坤(건곤)이 눈이 여늘 졔 엇지 敢(감)히 퓌리.
알괘라 白雪陽春(백설양춘)은 梅花(매화)밧게 뉘 이시리.
<금옥총부(金玉叢部)>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제28권
오언 율시(五言律詩) 150수
화운하여 백주에게 수답하다[和韻酬白洲]
용사행장(用舍行藏) 어느 쪽도 뜻대로 안 돼 / 行藏兩難得
손님도 거절하고 문 닫고서 있노매라 / 閇戶客長麾
헤어지면 그 누가 소식을 전해올꼬 / 別後誰相問
하늘 끝 저 멀리 그대는 나를 생각하리 / 天涯應爾思
떠 가는 구름이야 원래 일정한 모습 없지마는 / 浮雲無定態
곧은 도의 소유자야 어찌 신념이 변하리요 / 直道豈多歧
한 해도 저물어 가는 강남 길에 / 歲暮江南路
매화꽃 보게 되면 시도 혹 보내주게나 / 看梅或寄詩
[주D-001]용사행장(用舍行藏) : 세상에 용납되면 나아가 자신의 도를 행하고, 버려지면 물러나 자신의 도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아정 이덕무 어른의 한시입니다.
散步草堂庭(산보초당정)
초당 뜰을 한가로이 거닐다 보니
夜氣寒且淸(야기한차청)
밤 기운이 차가우면서도 맑다.
仰看天上月(앙간천상월)
하늘에 있는 달을 올려다 보니
皎皎欲低城(교교욕저성)
맑고 밝은 달빛은 성에 내려 오려 하네
風拂高樹林(풍불고수림)
바람이 높은 나무숲을 털어내니
林鳥有時鳴(림조유시명)
숲에 있던 새가 놀라서 운다.
最愛寒梅株(최애한매주)
사랑스러워라 겨울 매화여
蕭疏垂其英(소소수기영)
드문드문 쓸쓸하게 그 꽃잎을 드리웠네
與君値良宵(여군치량소)
그 대와 더불어 이 좋은 밤 만났으니
把臂露心情(파비로심정)
팔목 잡고 가슴 속 있는 정을 털어 놓아 볼까나
가람 시조의 작품 세계-따로
봄에는 매화 있고 가을엔 국화 있어
피고 짐이 끝 없으니 그윽한 흥취가 족하고
春有梅花秋有菊
代謝無窮幽興足
백설(白雪)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梅花)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夕陽)에 홀로 서 있어 갈곳 몰라 하노라.
*이 색(李 穡); 1328(충숙왕 15)- 1396(태조 5). 고려의 문신. 학자. 삼은(三隱)의 한 사람. 호는 목은, 보관은 한산(韓山). 14세에 진사가 된 후, 원나라에 가서 국자감 생원이 되어 성리학을 연구했음. 그 후 여러 중직을 거쳐 판문하부사(종1품)에 승진, 이성계 일파의 세력을 억제하려다가 유배 생활을 했음. 문하에 권근, 김종직, 변계량 등을 배출하여 조선 성리학의
주류를 이루게 했음.
설매(雪梅) 방악(方岳)
有梅無雪不精神(유매무설부정신) 매화꽃 있고 눈 없으면 생기 없고
有雪無詩俗了人(유설무시속료인) 눈 있는데 시 없으면 속된 사람이다
薄暮詩成天又雪(박모시성천우설) 초저녁에 시 지어지고 하늘에 눈내리니
與梅倂作十分春(여매병작십분춘) 매화와 아울러 봄을 마음껏 즐기노라
방악(方岳, 1199 - 1262) 송대 시인으로 字는 巨山,호는 秋崖,지금의 안휘성(安徽)출신이다. 벼슬이 이부시랑에 이르렀다. 시에 능했는데 농촌생활과 전원풍경을 즐겨 노래했고, 자연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저서로는 <<추애집>> 40권과 사집 <<추애사>>가 있다.
梨花(이화) 배꾳
- 李奎報 이규보 -
初疑枝上雪黏花 초의지상설점화 처음엔 가지 위 눈꽃인 줄 알았는데
爲有淸香認是花 위유청향인시화 맑은 향기가 있어 꽃인 것을 알았네.
飛來易見穿靑樹 비래이견천청수 푸른 나무 사이 흩날릴 땐 보이더니
落去難知混白沙 낙거난지혼백사 흰모래에 떨어져 섞이니 알 수 없네.
고려 이규보(李奎報)의 배꽃(梨花)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당 이백은 달빛을 "땅 위에 내리는 서리인가 하였네(의시지상상)"라 읊었고;
송 왕안석은 매화를 보고 "향기가 있음으로써 멀리에서도 그것이 눈이 아닌
것을 알겠더라(요지불시설,위유암향래)"라고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