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국문학신문> 칼럼7 - 이룸 예감 - 제8호 -

 

이룸 예감

 

도정 권상호

  신정은 지났지만,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금맥을 찾아 흩어져 살던 가족은 물론 일가친척까지 귀성과 역귀성이란 이름으로 대이동을 시작하리다. 그동안 쌓아 두었던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고 조상께는 차례를 지내리. 아이들은 세배보다 세뱃돈에 신 나고 덕담도 덤으로 들으리라.

  정치가들도 오랜만에 지역구를 찾아 민의 파악에 주력하겠지. 정치꾼은 당선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던데 좋은 덕담 많이 내리시길…….

  설날이란 한해의 뜻을 세우는 날이다. ‘설’의 어원이 한 살, 두 살 할 때의 ‘살’에서 왔다고 하나 뜻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보면 ‘서다, 세우다()’의 미래형 ‘설, 세울’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설날을 한자어로 나타낸다면 입일(立日)이 된다. 새해가 섰으니 뜻을 세우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덕담(德談)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들을 청()’ 자의 오른쪽 덕()은 덕() 자의 원형이다. 聽 자는 귀()를 쫑긋() 세우고 덕담을 경청하는 모양이다. 최고의 설득술은 경청에 있다. 남의 말을 진정으로 잘 들어야 하는 큰 집(广)이 시청(市廳), 도청(道廳), 구청(區廳) 등과 같은 관청(官廳)이다. ‘관청 청()’을 보소. 놀랍지요? 민원을 잘 듣는 일이 관청의 가장 중요한 임무란 얘기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와의 색깔로 이름 붙인 대통령 관저 청와대(靑瓦臺)도 청와대(廳瓦臺)로 적는 게 이곳의 역할과 기능으로 볼 때 합당하다고 본다.^^ 그러면 백성의 소리를 잘 듣는 멋진 기와집이 되리라.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베풀라는 격언이 있다. 나도 평생 배우면서 살지만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살다가 보니, 늘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가르침이란 제자로 하여금 벅찬 감동을 안고 희망의 길을 걸어 성공의 고지를 정복하게 하는 데에 있다.

  아무리 훌륭한 성공 노하우를 전한다 해도 여기엔 진정성이 문제가 된다. 진정성이 없이는 가르쳐도 효과가 없으며, 베풀어도 벗이 될 수 없다. 선거에서도 진정성이 없는 후보는 좋은 공약(公約) 대신에 ‘빌 공()’ 자 공약(空約)만 남발한다. 진정(眞情)이란 가슴 밑바닥에서 나오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가리킨다. 참되고 애틋한 정으로 다가가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으로 연결하게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진정성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한다. 많은 이들이 성공 비법을 이야기하지만 따지고 보면 비법이란 비밀스러운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데에 있다. 최초의 운전면허증은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 주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성공의 길을 안내한다는 것이 쑥스럽긴 하지만 직업상의 습관이니 용서하길 바란다.

  첫째는 건강한 신체이다. 우리의 정신은 몸뚱이라는 단칸방에서 한평생 세 들어 산다. 이 세상 마지막 날에 몸뚱이는 원 소유주인 대지에게 돌려주고 영혼만 하늘로 올라간다. 미우나 고우나 내 영혼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일생 챙겨준 것만으로도 몸에 감사하며 몸 청소 잘하고 쾌적한 몸 환경을 꾸려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 건강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

  둘째는 약속(約束) 지키기이다. 장부의 말 한마디는 천금보다 무겁다고 하지 않았는가. 글자의 모양으로 보면 약()은 실로 묶음이요, ()은 나뭇단을 묶어놓은 모습이다. , 약속은 양자 간 시공간의 묶음으로, 약속하는 순간 자신의 자유를 내놓고 스스로 구속하는 일이다. 구속이 싫으면 약속일랑 아예 하지 말 것이며, 일단 약속하면 반드시 여유롭게 지켜야 한다. 지난주 아침 7시에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삼청로터리 클럽 회원을 위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놀라운 일은 영하 10도의 찬 날씨에도 모임 시각 15분 전에 이미 모든 회원이 참석하여 차 한 잔씩 나누고, 정각에는 여지없이 개회할 수 있었다. 각계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의 모임이라 역시 다르구나.

  셋째는 준비하는 일이다. ‘준비+기회=성공’의 공식을 믿는다. 준비 없이 기회만 노리는 이들이 너무 많다.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한 실력을 미리 무장해 놓고 나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준비해 놓고도 기회가 오지 않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녕 기회가 찾아오지 않더라도 준비된 자의 마음만은 편안하지 않은가.

  넷째는 메모하는 일이다. 둔한 붓이 총명함보다 낫다. 적지 않아 불안해하는 것보다 적어 놓고 여유를 갖는 편이 현명하다. 자기를 가장 정확하게 만드는 일이 메모하는 일이다. 남이 보는 공공장소에서 펜을 꺼내어 메모하면 낯이 깎인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메모 이후에 붙은 실력은 영원하다. 쪽팔림은 순간이요, 실력은 영원이라. 얼쑤.

  다섯째는 창의적 독서이다. 무작정 독서를 많이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이는 수동적인 인간을 만들고 만다. 석가나 예수와 같은 위인들은 그렇게 많은 독서를 한 것 같지 않다. 예비지식을 쌓은 뒤에 독서를 해야 창의력이 솟구친다. 이른바 스키마 독서법이다. , 사전에 예비지식과 의문을 가지고 독서를 할 때, 창의적이 아이디어가 솟구친다.

  여섯째는 전문가의 조언이다. 선생님이나 선배 또는 자기가 개척하고자 하는 분야의 선험자로부터 조언을 들어야 한다. 직업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취미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는 묻기를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전문가는 나의 길라잡이이다. 묻는 순간 앞길이 환하게 다가온다. 인생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일곱째는 긍정의 미학이다. 하면 된다는 무한한 자기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한다. 자신과 환경에 대한 긍정으로 무한 가능성의 잠재의식을 일깨워야 한다. 희망과 행복도 긍정에서 나온다. 밝은 면을 보면 심신도 밝아지고, 어두운 면을 보면 심신도 어두워진다. 긍정적 생각은 성공을 낳고, 부정적 생각은 실패를 낳는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살다가 보면 좌절도 많고 자신에 대하여 화()가 날 때도 잦다. 성공한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화를 바르게 사용한 사람들이다. 긍정의 미학이란 화()를 화()로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올 설에는 라온(즐거운) 마음으로 성공을 위한 덕담을 나눠야지. 뭔가 모르게 덕담을 통한 ‘이룸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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