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국문학신문> 칼럼 23- 검룡소 이무기의 꿈

검룡소 이무기의 꿈

 

도정 권상호

  어떠한 언어의 헌화로도 표현이 부족한 아름다운 가을 하늘, 가을 산 그리고 가을 강. 이 발칙한 시각적 풍요의 계절에 한강을 살리고, 가꾸고, 지키자는 ‘2010한강살가지문화제’에 참석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한강에 띄울 돛단배의 돛에 이무기가 용이 되고, 열목어가 펄쩍 뛰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렷다.

  한강살가지문화제를 여는 행사는 이틀에 걸쳤다. 지난 10 16()에는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한강발원제(漢江發源祭), 다음날에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 앞 금강연(金剛淵)으로 옮겨 한강생명시원제(漢江生命始原祭)가 각각 펼쳐졌다

  문화 행사의 가치는 혼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더불어 실천하고 공유함에 있다. 한강 유역 주민들과 함께 해 온 살가지 운동은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과 단체가 참여하면서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약속 장소에 모여 몸을 통한 예술 실천으로 ‘한강은 하나다.’라는 따뜻한 마음을 나눠 갖게 되었다.

  나의 예술 실천은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 서예’에 있다. 라이브 서예를 통하여 그 시간 즐겁고, 그 공간 아름답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서예는 붓질의 흐름에서 보면 음악이나 무용과 같고, 붓질의 결과로 보면 미술이나 건축과 같다. 붓질의 핵심은 기운생동(氣韻生動)에 있다. 그러므로 라이브 서예에 동참한 모든 사람들은 기()와 멋의 생동감을 함께 느껴보는 것이다. ~.

  라이브 서예는 주로 글씨로 보여 주지만 이번 살가지 행사에서는 이무기와 열목어 그림에 모두 동참했다. 예술 실천을 통한 환경 사랑에 풍덩 빠져 보는 일이다. 잘헌다~.

  행사 전날 밤에 대형 붓을 비롯하여 먹물, 그릇, 종이 등 서예 사물놀이를 위한 준비를 했다. 오가는 먼 길에 심심하거나 졸음이 올 때의 친구인 하모니카와 리코더도 챙겼것다. 올커니!

  한강 발원지 검룡소 가는 길은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였어도 4시간 남짓 걸렸다. 이크! 에크! 택견 관장 김규철님이 동행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찬란히 빛나는 이슬 축제장을 지난다. 산과 강이 갈마드는 꿈길 같은 강원도길. 산이 깊어 갈수록 인가는 드물고 먼산의 능선만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가온다. 구비마다 나타나는 금수강산의 은밀한 속살에 물기가 반짝인다. 고개마다 고운 얼굴 내미는 앞산의 유혹.

  찬사의 꽃다발로도 부족할 때는 이참에 남의 말을 인용해 보는 거야. 한국관광공사 사장인 독일계 한국인 이참씨의 말씀인 즉.

 

  “한국만큼 다양하고 친근한 자연을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애국가의 가사를 보면 온통 자연에 대한 사랑뿐입니다. 동해물, 백두산, 남산, 소나무, 하늘, 바람 등등. 한국처럼 드라이브 할 때 5분마다 풍경이 바뀌는 나라는 없습니다. 자연과 조화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사는 한국은 반드시 환경대국이 될 수 있습니다. - 멋져부러.

 

  어느덧 강원랜드를 지나자 매봉산 바람의언덕 위에 나타난 거대한 바람개비, 풍력발전소가 일렬횡대의 근위병처럼 우리를 환영한다. 순간 외국에 온 것인가 하고 착각할 즈음에 검룡소 주차장이다. 차에서 내려 피 토하고 죽는 닭처럼 기지개를 켠다. 기지개는 기()를 지는 것이렷다. 손을 뻗으니 쪽빛 하늘이 손에 잡힌다. , 상큼한 산소도시 태백(太白)이여!

  경향각지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자, 인사와 리허설. 이리하여 한강발원제는 오후 2시의 따사로운 시간에 동요 합창과 함께 시작되었다. 짜악~ , 짜악~ .

 

  "이무기야 이무기야 머리를 내놔라. 안 그러면 잡아먹는다. ~"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한강 줄기를 끝까지 거슬러 올라와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쳤드래요. 이 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 지금의 폭포라는 거죠. 용이 되어 승천하기 위해서는 소() 깊숙이 들어가 도를 닦은 뒤에 힘차게 하늘로 차올라가야 하는데 나로호 우주선처럼 실패. 이 대목에서 중요한 얘기 하나. 이 이무기란 놈이 하늘로 오르기 위해서는 도를 제대로 닦아야 하는데, 화전민의 소[]가 마침 물을 마시러 소()에 왔을 때, 그만 소를 잡아먹고 말았다 이거지. 그래서 화전민들은 이무기를 응징하기 위해 커다란 소를 메꾸어 이무기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거야. 재미있는 것은 구멍을 완전히 메꾸지 않고 소가 소에 빠져 죽지 않을 만큼 만든 것은 사시사철 흘러넘치는 맑은 물만은 농사나 식수를 위해서도 필요했것제. 그러니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한 데에는 인간도 일조를 한 셈이야. 이무기는 결국 청룡(靑龍)이 되어 승천하는 꿈을 접고 캄캄한 굴속에서 검룡? 깜룡? 캄룡? 검은 용? 깜부기 용?으로 남은 거야. 어떤 이는 신비로움을 더하기 위해 ‘단군왕검’이라 할 때의 ‘검’ 자를 사용하여 검용이라 한다지? 이무기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구구한 게야. 어쨌든 검룡소(儉龍沼)란 이름도 이리하야 붙여졌제...... ~

 

  그러나 나는 좀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음양학에 근거하거 풀어 보는 것이렷다. 태백(太白)의 양물(陽物)이 금대봉이라 이거야. 이 양물을 잠재울 거시기가 필요한데, 거시기 뭣이다냐 금대봉과 궁합이 맞는 음문(陰門)이 필요하다 이거지. 색으로 보면 백()의 상대의 흑(, )이고, 형상으로 보면 봉()의 상대는 당연히 소()이것제? 그리고 또 한 가지. 태백산 금대봉에서 한강과 낙동강이 발원하기 때문에 금대봉을 일컬더 양강(兩江) 발원봉(發源峰)이라 한다 아이가. 그러니 태백산은 한강과 낙동강을 양처(兩妻)로 두고 검룡소를 애첩(愛妾)?으로 두고 있는 형국이니, 태백산의 정기(精氣)는 대박이제. 허걱.

 

  각설, 춘천국제마임축제 유진규 감독님의 지휘 아래 축문에 최종원 국회의원, 제주(祭酒)에 김연식 태백시장, 이무기의 넋은 박일화, 이무기 그림은 소생(小生) 도정놈, 이무기 이야기는 정현우, 정령의 소리는 유솔잎과 그의 친구들, 한강이 말을 하니 이성용, 이무기 노래는 춘천 전인학교 학상들... 이무기의 원혼을 달래고 용이 되어 승천시키자. 으랏차차. 제의를 마치고 모두 20분 정도 태고의 신비의 길을 걸어서 검룡소를 향한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하루에 2천여 톤 가량의 옥수(玉水)가 용출되고, 수온은 사계절 9° 정도라서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으며, 암반 주변에는 사철 푸른 이끼가 끼어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신비한 원시 자연의 모습이랄까.

  생각해 보라. 여기 금대봉 검룡소를 발원으로 하여 정선, 영월, 충주, 양평, 서울 등 평야와 산을 가로질러 흐르는 겨레의 강 한강을!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금강산 발원의 북한강과 합류하여 김포시 월곶을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514.4km의 장강! 억만년의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흘러 지금도 조국의 산하와 대지를 적시는 기적의 한강! 5천만 국민의 생명수가 되는 겨레의 젖줄 한강! 콸콸 흘러넘치는 물줄기를 보니 절로 생명의 활기가 차오른다.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했다. 참석자 모두가 마음을 모아 동요를 부르자, 저 힘찬 물줄기에 용의 비늘이 어린다. 드디어 용이 승천한다! 어허 저것 좀 보게나!

  나중에 한강 발원지 검룡소()에 올라보니 용이 떠난 자리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명경지수(明鏡止水)에 비친 몇 떨기 하늘의 비늘구름, 용이 지나간 자국이렷다.

  검룡소야 잘 있거라, 금강연아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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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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