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국문학신문> 칼럼 36- 성년(成年)의 날

성년(成年)의 날

도정 권상호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이란 어른이 되는 ‘성년(成年)’일까, 성이 자유로워지는 성년(性年)일까, 기운이 왕성한 성년(盛年)일까. 발음이 비슷하면 뜻도 통한다. 모두 어울리는 말이지만 ‘성년(成年)의 날’이 맞다.

  ‘성년(成年)’이란 신체나 지능이 성숙하여 자주적으로 법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나이를 말한다.

  성년(成年)이라 할 때의 ‘이룰 성()’ 자는 ‘정() + ()’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과 무()는 각각 십간(十干)의 넷째와 다섯째의 천간에 해당하는 글자이다. ‘정()’이란 식물이 우뚝 자라서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것을, ‘무()’란 무성하게 다 자란 모습이다. 따라서 성()은 자랄 대로 다 자라서 튼실한 상태가 된 것을 뜻한다. 20세를 성년(成年)이라 하는데, 성년이란 키는 자랄 만큼 다 자라고, 신체의 각 부위의 충실 지수가 극대화된 나이를 말한다.    

  ‘성년(成年)의 날’이란 성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여 국가에서 정한 날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만 20세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成人)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날이기도 하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연애할 수 있는 자유를 주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도 녹록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20세 미만의 미성년자(未成年者), 너무 성급하게 어른 흉내를 내지 마라. 준비하면서 기다려라. 그리고 기대하노라. 그대들도 머잖아 성스런 성년이 되리니.

  성인(成人)이 된다는 것은 성인(聖人)은 못 되어도, 성인(成仁)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 곧, ‘사랑과 덕’을 갖추어야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

  우리나라에서는 성년의 날을 ‘5월 셋째 월요일’로 정한 게 재미있다. 인생을 1년으로 칠 때, 5월은 성년이 되는 때쯤으로 볼 수 있다. 흐드러지게 피웠던 그 치명적인 아름다운 꽃을 아낌없이 홀딱 벗어 버리고 이제 열매 맺을 준비를 하는 때이다. 이십사절기로 볼 때는 여덟 번째의 절기인 소만(小滿, 양력 5 21일경)에 해당한다. 소만의 의미는 만물이 점차 생장(生長)하여 가득 차는 절기이다. 이제까지는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에 급급했지만, 성년이 되고부터는 넘치는 부분이 있거들랑 남에게 봉사도 해야 한다. 그리고 어찌하여 셋째 주일까? (3)이란 숫자는 ‘서다, 세우다’에서처럼 ‘자립(自立)’을 상징하기 때문이리라. 하필이면 월요일일까? 새로운 출발을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성년의 날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외형적으로 보면 일본이 단연 가장 성대하게 치른다. 일본에서는 ‘成人の日’라 하여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음력 정월 1 15일을, 이후에는 양력 1 15일로 했다가, 2000년에 매년 1월 둘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하여 큰 행사를 치르고 있다. 미국은 투표권과 관련하여 성년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었다. 성년을 21세로 치는 독일, 프랑스 등의 나라도 있고, 23세로 하는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도 있지만, 대개 20세를 성년으로 친다.

  전통적인 의례로 관혼상제(冠婚喪祭)가 있다. 이는 관례·혼례·상례·제례를 가리키는 데, 이 중 처음으로 치르는 관례(冠禮)가 오늘날의 성년식이라 할 수 있다. 관례란 ‘갓 관()’ 자가 말해주듯이 청소년이 머리에 관을 쓰고 성년이 되는 의식으로 주로 양반계층에서 행해졌으며, 일반 백성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여자의 경우는 계례()라 하여 대개 혼례식의 일환으로 혼례 직전에 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계례란 약혼할 때 여자가 땋았던 머리를 풀고 쪽을 찌던 의식으로 ‘비녀 계()’ 자가 말해주듯이 쪽진 머리를 뒤로 동여 묶고 비녀를 꽂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장가든 남자가 머리털을 끌어 올려 정수리 위에 틀어 감아 맨 것을 ‘상투’라고 한다. 상투의 상징적 의미는 ‘하투(남성의 생식기)’가 다 자랐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성이 머리를 쪽 찌기 위해 이마에서 정수리까지의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갈랐을 때 생기는 금을 ‘가르마’라고 한다. 이 ‘가르마’의 상징적 의미는 ‘밑가르마(여성의 생식기)’가 그만큼 성숙했음을 뜻한다. 허걱.

  예전의 청소년은 남녀 불문하고 머리를 뒤로 땋아서 내렸는데, 관례와 계례를 통하여 남성과 여성이 각각 자신의 심벌을 머리에 노골적으로 얹고 다녔다고 볼 수 있다. 알고 보면 부끄부끄. 특히 여성의 비녀는 남성의 심벌을 닮았는데, 비녀를 꽂고 다닌다는 것은 ‘나는 남자로부터 꽂힌 여자이니, 임자 있는 몸이요.’라고 말없이 알리는 절묘한 효과가 있다.

  남자는 어른이 되었다는 표시로 관례를 치르고 나서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시는 법을 배운다. 어른이 주는 술을 예의 바르게 받아 마심으로써 이날부터 술을 마실 수 있게 되고 본명(本名) 외에 '()'라는 이름을 받음으로써 성년이 되었음을 세상에 알린다.

  오늘날 성인의 날 선물로는 흔히, 장미 스무 송이와 향수를 보내고 키스를 한다. 장미 스무 송이는 20세의 열정을, 향수는 인품을, 키스는 사랑을 뜻하리라. 스무 살! 그 빛나는 청춘에 힘찬 갈채를 보낸다.

  푸르게 숨 쉬는 오월에 발갛게 익어가는 성년의 꿈이여, 즐거운 성년을 축하해! 성년이 된 그대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길.

  Oh, happy twenty! 성년이 된 걸 축하해. 지금부터 더 멋진 청춘, 더 맛난 인생을 보내야 돼.

  언제나 소중한 그대, 이제 성인이 되었군. 하지만 성인이 되었다고 소비적, 즉흥적으로 생활해서는 아니 되오. 열정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나야 하리. 성인이 된 당당함으로 사회에 나가 역할 분담을 잘 하고, 소신껏 일하며,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줄 아는 국민으로 거듭나야 하리.

  성년의 날은 성년이 되는 젊은이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을 부여하는 날이다. 성년이 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딸이여,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다.

  歲不我延(세불아연,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음)이니 靑雲之志(청운지지, 출세할 뜻을 가짐)를 품고 熱情再生(열정재생, 열정으로 거듭남)하라.

  有志竟成(유지경성,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루어짐)이라 했다. 서두르지 말고 大器晩成(대기만성,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의 지혜를 터득하라. 春不耕種秋後悔(춘불경종추후회)라 했다. 봄에 밭 갈고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이 된 후에 후회하게 된다. 陶淵明(도연명)의 ‘雜詩(잡시)’ 중에 나오는 구절로 종을 쳐 볼까 한다.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젊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으며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하루에 새벽을 두 번 맞지는 못한다.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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