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요즘 중천에 뜬 해처럼 문단을 주름잡고 있는 성석제 소설의 제목이다. 어처구니란 생각 밖으로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물건을 말한다. '어이없다'고 할 때의 어이와 같은 말이다. 그곳에 어처구니들이 산다면 그 어처구니들은 또 어처구니들을 쓰면서 살 것이고, 그 어처구니들을 만들어 대는 바치들도 어처구니일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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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고 하거나 '어이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일이 너무 엄청나거나 뜻밖의 일을 당해 기가 막힐 때, 말하자면 어처구니 같은 일을 만났을 때 '어처구니없다'고 말하는 것은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도 없고, 믿기도 싫어서 그렇게 말하는 반어(反語)의 한 가지일 것이다. 알고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

 

시치미를 뗀다고 할 때의 시치미란 또 무엇인가. 지난날 매사냥꾼들이 자기 매라는 것을 표시해 두기 위해서 매의 꽁지에 달아 주던 꼬리표가 바로 시치미다. 그런데 이 시치미를 떼어버리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린다는 데서 시치미를 뗀다고 하는 말이 알고도 모르는 체한다는 뜻이 된 것이다.

 

올제와 하제

오늘은 내일의 어제, 오늘은 어제의 내일, 오늘은 모레의 그저께, 오늘은 또 그저께의 모레, 내일은 어제의 모레, 내일은 모레의 어제, 어제는 그저께의 내일, 어제는 내일의 그저께…… 이런 식으로 끝없이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끄저께에서 그저께, 어제, 오늘을 거쳐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 오로지 내일(來日)만 토박이말 표현이 없다는(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데 있는 것이다.

 

지은이가 찾아본 사전에 내일 대신 쓸 수 있는 말로 실린 낱말은 올제와 하제의 두 가지가 있다. 두 가지 모두 남영신 님의 우리말분류대사전, 박용수 님의 겨레말갈래큰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희귀한 낱말들이다. 뒷날의 어느 때를 뜻하는 후제, 미래를 뜻하는 올적 같은 말들과 그제(그저께), 어제, 오늘, 내일로 이어지는 흐름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하제보다는 올제 쪽이 정답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아니면 내일(來日)의 뜻을 그대로 살려 올날로 부르는 것은 어떨까.(내일의 한자어는 明日이고 내일은 순우리말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금년(今年)을 올해로 부르는 것도 조금은 마음에 걸린다.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라는 노래 제목에서처럼 올가을은 이미 와 있는 가을이 아니라 오는 가을, 올적의 어느 때를 말하는 것이다. 올봄, 올여름, 올겨울이 다 그렇다. 올해만이 오는 해가 아니라 이미 와 있는 해를 뜻하게 된 이유가 어디 있는지 아시는 분은 연락 주시기를.

 

오늘과 올해의 관계? 이미 온->오일->오늘, 오늘해

올일- 올닐- 오닐- 오늘

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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