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와 상강 사이, 이른바 가을이 무르익은 때이다.

김도성님의 소설 ‘풀벌레 울음에 그리움이 산다’를 읽으면서 하룻밤을 꼬박 지새웠다.

묘하게 주인공 도출의 삶에 내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투영되면서,

참다운 인생과 진솔한 사랑은 무엇인가를 새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서사적 감성으로 써 내려간 유려한 배경묘사와

어린 시절 눈에 비친 굴곡진 시대아픔에 대한 서술은

한편의 논픽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집밖의 사랑(?)과

은근하고 지속적인 집안의 사랑 사이에 일어나는 미묘한 갈등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뇌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얄팍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는

우리보다 앞선 세대의 신성불가침 사랑법이

무겁지만 어둡지 않게 다가왔다.

화려하되 야하지 않은 춘선과의 첫사랑,

그리고 나이 차를 뛰어넘는 지나와의 발칙한 사랑 대목도

밑줄을 긋고 싶은 대목이다.

이 두 여인이 모녀라는 사실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밝혀질 때는

머리카락을 쭈뼛 섰다.

어린 시절과 시대의 아픔은

어쩌면 사랑을 통하여 극복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는 첫사랑의 추억,

몸은 늙어도 마음은 더 젊어진다는 확증의 타이밍인 지나 와의 사랑,

이 절묘한 쌍곡선이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변곡점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이성의 절제와 육체의 폭발이 절묘하게 교차해 가는 지점에서

다음 편이 사뭇 궁금해진다.

삽입시를 통하여 소설의 맛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실제 연애보다 더 알싸하게 다가오는 글맛을 보고 싶다면,

<풀벌레 울음에 그리움이 산다 - 哀傷 1>의 일독을 적극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