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민족대창(民族大昌)의 참뜻

민족대창(民族大昌)의 참뜻

 

중20, 고19회 권상호

대창인에게 가장 친숙한 발음은 ‘大韓民國(대한민국)’ ‘大昌學園(대창학원)’이라 할 때의 /대/이다.

‘松臺(송대)’ 옛터 높은 언덕 넓은 동산에 유서 깊은 크나큰 집 우리의 모교….

‘大地(대지)’를 굳게 밟고 창공을 쳐다보는 씩씩한 저 용사야, 너 이름 ‘大昌(대창)’ 건아….

‘대창’ ‘대창’ 사자왕 ‘대창’….’

‘송대’를 ‘무대’로 성장한 ‘대다수’의 ‘대창인’은 ‘대지’ 위에서 ‘대기’를 호흡하고, ‘대성’에 ‘대한’ ‘대망’을 ‘기대’하며, 오늘도 ‘대한’의 남아답게 ‘대면’하고 ‘대화’하며 ‘대변혁’과 ‘대박’을 꿈꾸고 있다. /대/라는 발음이 들어가는 15개의 단어로 만들어본 문장이다. 

 

모교 ‘大昌(대창)’은 한자로 구성된 고유명사이다. 

漢字(한자)도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40여 개의 문자언어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모든 문자언어가 가지고 있는 공통성과 고유성을 한자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龍(룡)’을 ‘龙’으로, ‘蘭(란)’을 ‘兰’으로, ‘禮(례)’를 ‘礼’로, ‘華(화)’를 ‘华’로 쓰듯이, 이른바 简体字(간체자)를 새로 만들어 쓰기 시작하면서 전통한자는 繁体字(번체자) 또는 废字(廢字, 폐자)라 하여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동이족이 만든 갑골문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전통한자는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사용하고 있으니, 한나라 때 전래한 문자라는 뜻의 漢字(한자)는 이제 한국의 문자, 韓字(한자)라고 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음근의통(音近義通)이라는 말은 文字學(문자학), 訓詁學(훈고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음이 비슷하면 뜻도 서로 통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大(큰 대)와 太(클 태), 泰(클 태), 颱(태풍 태) 등은 모두 ‘크다’는 의미가 있고, 地(땅 지)와 池(못 지), 紙(종이 지), 之(갈 지). 止(발지) 등은 ‘땅’ 또는 ‘지탱’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한자는 多義語(다의어, Polysemy)이다. 만약 천자문 외듯이 한자의 한 가지 뜻만 머리에 박혀 있으면 결국 그 하나의 뜻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고의 유연성을 살려, 왜 이렇게 발음하고, 왜 이런 뜻을 가지며, 왜 이런 모양으로 쓰는지 그 까닭을 살펴야 한다. 특히 어떤 의미의 기록을 위한 한자 자형의 탄생 과정은 아이디어 뱅크요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이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다. 여러 권의 책을 읽음에서 오는 다양한 사고와 견해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짧은 생각이 세상의 모든 지식인 양 들이대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국적을 바꾸는 일도 용이하지 않다. 어렵사리 이민하여 국적은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민족의 피까지는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母國(모국), 母校(모교), 父母(부모) 등과 같이 ‘母(모)’ 자가 들어있으면 운명을 지나 숙명에 가깝다. 그래서 모국, 모교, 부모는 ‘母心(모심)’으로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우리의 모교 이름 ‘大昌(대창)’은 ‘크게(大) 창성하라(昌)’ ‘크게 일어나라’ ‘크게 뻗어 나가라’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大昌’이란 명칭을 찾아보면 <삼국사기> 신라 제24대 眞興王(진흥왕, 534~576)의 세 번째 연호로 처음 나타난다. ‘二十九年改元大昌’ <三國史記(삼국사기)> 眞興王(진흥왕) 29년(568년) 조. *改元(개원)은 연호를 고친다는 뜻이다. 진흥왕의 연호로는 건원(建元, 540년~551년), 개국(開國, 551년~568년), 대창(大昌, 568년~572년), 홍제(鴻濟, 572년~576년) 등이 있다.

 서기 568년의 기사이다. 大昌(대창)은 대외적으로 신라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사용한 연호이고, 마지막으로 사용한 鴻濟(홍제)는 ‘크게 구제하다’의 뜻이니, 왕권을 강화하고 내치를 잘하겠다는 의미의 연호이다. 진흥왕은 일곱 살에 왕위에 오른 뒤 왕태후의 섭정을 받지만, 친정을 시작한 10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영토를 넓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북한산(北漢山, 555년)·창녕(昌寧, 561년)·황초령(黃草嶺, 568년)·마운령(摩雲嶺, 568년) 등지의 4개 순수비(巡狩碑)와 단양적성비(丹陽赤城碑)까지 세우는 등 신라의 비약적 발전을 이룬 왕이다. 

민족대창이 이 세상에 탄생한 것은 이후 1354년째 되는 1922년의 일이었다. 암울하던 일제 치하에서 민족혼을 일깨우고 조국 광복을 도모하며 나아가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건설의 인재를 기르고자 설립한 모교 대창이 백 년을 넘어 이제 새로운 백 년을 향해 웅비하고 있다. 이를 기념하고 동문의 친목을 도모하며 더욱 굳건한 대창 暢達(창달)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하여 재경대창중고등학교 총동문회에서는 <민족대창(民族大昌)>이라는 동문회지를 창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필자는 ‘민족대창’이라는 제호(題號)를 쓴 바 있고, 또 ‘대창(大昌)’에 대한 문자학적 깊은 의미를 살핌으로써 대창의 참뜻을 살펴보고, 나아가 대창 동문으로서 矜持(긍지)와 自負(자부)를 공유하고자 함이 이 글의 목적이다.

 

<그림 1>

 

大자의 변천을 보면 동이족이 만든 甲骨文(갑골문)에서 출발하여 金文(금문)을 거쳐 戰國文字(전국문자), 篆文(전문, 전서), 隸書(예서), 楷書(해서)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 없이 사람이 정면으로 두 다리를 벌리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다만 진나라 때 李斯(이사)가 정리한 篆書(전서, 篆文) 시대까지는 아래로 길쭉한 네모 형태로 이른바 縱方形(종방형)을 이루고 있던 것이, 한나라 隸書(예서) 시대에 오면 옆으로 납작한 橫方形(횡방형)으로 바뀌었다가, 北魏(북위) 이후의 해서 시대에 오면 네모반듯한 正方形(정방형)으로 변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大(대)의 의미 속에는 면적, 부피, 용량, 수량, 강도, 힘 등이 비교 대상보다 큰 것을 뜻하며 小(소)의 상대 개념이다.

 

자형 변화를 살펴보면 ‘大’자는 ‘크다’는 의미로 다가오기 이전에 두 팔을 좌우로 펼치고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하여 大자가 들어가 있는 대부분의 글자는 ‘크다’는 의미보다는 ‘사람’의 뜻으로 출발하였다. 

예컨대 ‘天(하늘 천)’은 사람(大)의 머리와 맞닿은 곳이 ‘하늘’임을 뜻한다.

‘立(????, 설 립)’은 사람(大)의 발이 땅(一) 위에 서 있는 모습에서 ‘서다’의 의미가 나왔다.

‘夫(지아비 부)’는 사람(大)이 머리에 비녀(一)를 꽂고 있으니 ‘성인 남자, 지아비’를 뜻한다.

‘央(가운데 앙)’은 사람(大)이 어깨 위까지 솟구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모습인데, 이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는 짐을 어깨 ‘가운데’에 얹어야 함에서 나온 글자이다. 무거운 짐을 줄곧 지게 하면 怏心(앙심)을 품게 되면서 ‘怏(원망할 앙)’이 나온다.

‘夬(터놓을 쾌)’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모습을, 이때의 기분은 愉快(유쾌)·爽快(상쾌)·痛快(통쾌)라고 할 때의 ‘快(쾌할 쾌)’이다. 그런데 통쾌에서 ‘아플 痛(통)’자를 쓴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이는 아픔, 좌절, 실패를 겪은 다음에 얻는 짜릿한 쾌감이 통쾌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짊어진 것이 물이라면 ‘決(터질 결, 물이 쏟아져 나갈 결)’이다. 여기서 질그릇이 깨어져 떨어져 나가면 缺陷(결함)이 생기니 ‘缺(이지러질 결)’이 된다.

‘奇(기이할 기)’는 고무래(丁)를 들고 노래하며(口) 일하는 사람(大)의 모습은 ‘기특하고, 뛰어나다’에서 ‘기이하다’는 뜻으로 확장된다. 그런 사람을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倚(의지할 의)이다.

‘夷(편안할 이; yí)’는 사람(大)이 활(弓)을 가지고 있으니 걱정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에서 ‘怡(기쁠 이; yí)’와 발음도 같고, 뜻도 비슷하다. 여‘기에서 그런 사람들이 사는 ‘중국의 동쪽 평지’, ‘중국의 동쪽 민족’의 의미가 나왔다. ‘오랑캐’라는 의미는 중국 자전에도 없는 뜻을 우리 스스로 붙인 언어 사대주의적 발상의 결과이다. 夷자의 갑골문 형태는 ‘矢+弓’으로 활 위에 화살을 얹은 모습이었다.

‘契(맺을 계)’는 사람(大)이 칼(刀)로 예쁘게(丰) 새기는 모습에서 ‘새기다, 긋다, 글, 契約(계약), 맺다’ 등의 뜻이 나왔다.

‘亦(또 역)’은 두 팔을 벌린 사람(大)의 양 겨드랑이 부분에 각각 점을 찍어서, 겨드랑이는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에 또 있으므로 ‘또, 역시’의 뜻이 된다.

‘夜(밤 야)’자는 亦의 겨드랑이 한 점 대신에 밤을 뜻하는 ‘저녁 석(夕)’자를 붙였다. ‘腋(겨드랑이 액)’, ‘液(진 액)’ 등의 글자도 모두 사람(大)의 겨드랑이를 뜻하는 亦(역)자에서 파생한 글자들이다.

‘夾(낄 협)’자는 사람(大)과 두 개의 人(인)으로 구성되어, 양쪽으로 사람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부처를 좌우(左右)에서 모시는 두 보살을 夾侍菩薩(협시보살)이라고 한다.

‘奔(달릴 분)’은 사람(大)이 풀밭(卉: 풀 훼) 위를 달려가는 모습이다. 奔走(분주)하다, 東奔西走(동분서주)하다 등의 용례를 살필 수 있다.

‘奚(어찌 해)’은 사람(大)을 줄(幺)로 묶어 손(爪)으로 부림에서 ‘여자 종’의 뜻이었으나 나중에 ‘어찌’라는 의문사로 가차 되었다.

다만 ‘失(잃을 실)’은 한자 사전에서 ‘大‘부수에 넣어놓았으나, 이는 문자학적으로 보면 잘못이다. 왜냐하면, 手+乙(소리부)’로 손에서 놓쳐 ‘잃다’의 뜻이 나왔으므로 大자 가족이 아니다.

 

 

 

 

<그림 2>

 

다음으로 ‘昌(창성할 창)’자는 ‘日(해 일)’과 ‘曰(말씀 왈)’의 결합으로, 태양(日) 아래에서 태양의 아름다움과 햇빛에 대한 감사의 뜻을 노래하는(曰) 모습이다. 곧, 태양신에 대한 기도와 감사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昌자의 출발인 갑골문을 살펴보면 ‘日(일)’자 밑에 ‘口(입 구)’자를 결합한 모습으로 ‘唱(노래 창, 부를 창)’의 본자로 보고 있다. 昌자의 변화 과정을 보면, 아침 해가 막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으로 윗부분은 태양의 상형인 日이며, 아랫부분은 ‘수면에 비친 태양의 그림자’ 곧, ‘윤슬’로 볼 수도 있다. 

농업을 중시했던 고대사회에서 태양은 ‘풍요’와 ‘번창’의 상징이었다. 우리말에서 ‘빛’과 ‘비’는 ‘빌다’의 대상으로, 어원이 같다고 본다. 大韓(대한)의 ‘韓(나라 이름 한)’, 朝鮮(조선)의 ‘朝(아침 조)’에도 태양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은 태양 신앙 민족임이 분명하다. 

갑골문에서 ‘言(말씀 언)’과 ‘音(소리 음)’은 같은 모양에서 출발했다. 音자는 입안에 혀를 가리키는 획 하나를 더 그었을 뿐이다. ‘兄(맏 형)’과 ‘呪(빌 주)’ ‘祝(빌 축)’은 亨通(형통)을 기원하며 입을 벌리고 꿇어앉아 축원하는 모습이고, 音보다 더 큰 소리로 꾸짖는 소리는 喝破(갈파), 喝采(갈채)라고 할 때의 ‘喝(꾸짖을 갈)’이다.

형태적으로 가장 빛나는 글자는 ‘明(밝을 명)’이다. 햇빛과 달빛을 형상화했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지만, 때로는 日(일)이 아닌 囧(빛날 경)자를 붙여 창으로 스며드는 휘영청 밝은 달빛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朙(밝을 명)’으로 써 오기도 했다.

水晶(수정), 結晶體(결정체)라고 할 때의 ‘晶(밝을 정)’자는 원래 빛나는 별을 뜻했으나, ‘밝다’는 의미로 사용되자 본뜻을 살리기 위해 ‘曐(별 성)’자를 만들어 사용했으나 너무 복잡하므로 지금은 ‘星(별 성)’으로 줄여 쓰고 있다. 

昌(창), 明(명), 晶(정), 星(성) 등의 발음상 공통점은 받침 ‘ㅇ’이 있어서, 光(광), 黃(황), 皇(황), 朗(랑), 上(상), 陽(양), 螢(형), 鳳凰(봉황), 蒼空(창공)처럼 밝게 다가온다. 

이처럼 昌자는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미가 좋으므로 지명, 인명과 같은 고유명사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大昌(대창), 昌原(창원), 昌寧(창녕), 居昌(거창), 平昌(평창), 淳昌(순창), 咸昌(함창), 新昌(신창), 碧昌牛(벽창우), 昌慶宮(창경궁), 昌德宮(창덕궁), 昌林寺(창림사), 文昌星(문창성), 孝昌公園(효창공원), 昌王(창왕), 화랑 官昌(관창), 독립운동가로서 김창숙(金昌淑, 1879~1962), 안창호(安昌浩, 1878~1938), 이봉창(李奉昌, 1900~1932)을 비롯하여 금년에 작고한 자랑스러운 동문 서예가 權昌倫(권창륜, 1943~2024) 등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民族(민족)이란 함께 살아온 지역성, 사용 언어, 문화의 공통성을 기초로 형성된 사회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民族大昌(민족대창)은 韓民族(한민족), 배달겨레의 정서 위에 세워진 사학 명문이다. 民族(민족)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문자학적으로 풀이할 기회가 있으려고 믿는다.

大昌(대창)이여 民族大昌(민족대창)이여, 영원히 ‘繁昌(번창)’ ‘隆昌(융창)’ ‘昌盛(창성)’하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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