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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가라사대... |
[속보, 주간지] 2004년 01월 15일 (목) 16:18 |
'사오정' '딸녀' '검사스럽다' '묻지마 재수' '몸짱' '부시즘' '셀러던트' '디찍병'....
지난 2003년 한 해를 풍미했던 대표적 신조어다.
국립국어연구원(원장 남기심)은 최근 '2003년 신어' 보고서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새로 만들어져 널리 쓰인 신조어 656개를 발표했다.
지난해 가장 널리 사용된 신조어는 45세 정년을 뜻하는 '사오정'(1월-45세 정년)부터 '오륙도'(3월-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5월-62세까지 일하면 오적 중 하나) '삼팔선'(10월-38세가 마지노선)을 거쳐 '이태백'(12월-이십대 태반이 백수)까지 1년 내내 한국 사회를 짓누른 고용불안을 반영하는 말이다.
정치-사회상을 보여주는 신조어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반쪽짜리 대통령을 뜻하는 '반통령'(1월-半統領)이었으며, 연초 대통령과 대화에서 보여준 검사들의 태도를 풍자한 '검사스럽다'(3월)는 말이 그 뒤를 이었다.
로또공화국 등 각종 신드롬 풍자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성능이 더 좋은 새 제품을 사고 싶은 증세를 나타낸 '업글(업그레이드)병'과 디지털 카메라로 뭐든지 찍고 싶어하는 이들을 풍자한 '디찍병'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디지털 문화가 언어에 투영된 경우다.
또 자녀를 외국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남편과 자녀를 외국에 보내고 홀로 국내에 남아 생활하는 아내를 비유한 '기러기 엄마'나 '로또공화국' '메뚜기 가족' '묻지마 재수''캠퍼스 모라토리엄족'(campus moratorium族) '트랜드 워처'(trend wat cher) '페트 신드롬'(pet syndrome) '피세대'(P世代) '호모 테인스'(Homo tains)' 따위처럼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각종 신드롬(증후군)과 관련된 신조어도 눈에 띈다.
특히 재테크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금테크'(金tech)'노테크'(老tech), '트리플딥'(tripledip)'멀티딥'(multidip) '스마트 소비'(smart消費) '1퍼센트 마케팅'(1percent marketing) '임금피크제'(賃金peak制) '체리 피커'(cherry picker) '커리어 코치'(career coach) '퍼널리스트'(fundmanager+analyst) '펀듀랑스'(fund+assurance) 따위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는 경제적 사고방식이나 활동이 기업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무척 중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온라인에 접속만 하면 욕쟁이가 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욕티즌'과 로또를 즐기는 네티즌이란 뜻의 '로티즌'이 새로 등장했고, 여가활동과 관련, '보디보딩'(body boarding) '태보'(태권도+복싱) '헬기스키'(헬리콥터+스키) 등 신종 스포츠 관련 용어가 자리잡았다.
의학 분야에서는 '리마증후군' '스톡홀름증후군' '사스' '사십견' '삼십견' '슈퍼전파자' '아쿠아치료'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지난해 상반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사스(SARS) 공포에 휩싸인 데다 현대인이 웰빙(well-being)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한 요건의 하나로 건강이 중요하게 인식된 데 따른 것이다.
단일어보다 합성어가 압도적
한편 이들 신조어 가운데는 외래어가 전체의 35.8%를 차지한 반면 순우리말 조어는 3.7%에 불과했다. 또 일반어와 전문어는 각각 448개(68.3%)와 208개(31.7%)였으며 전문어 비중은 사회, 운동-오락, 경제, 의학, 컴퓨터, 음악, 연극-영화 순으로 나타나 정치나 법률 등에 관심을 보인 과거와 큰 차이를 보였다.
신조어 가운데 외래어-외국어는 총 235개 35.8%이었으나 외래어-외국어가 일부 포함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368개 56.1%로 2002년의 64%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보였다. '맥잡'(Mcjob, McDonald+job) '디카' '네타티즘'(네 탓+∼ism) '귀차니스트'(귀찮다+∼ist)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들 신조어를 조어 방식에 따라 분류해보면 합성어(352개 53.7%)가 파생어(179개 27.3%)나 단일어(125개 1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합성어에는 '납작머리' '바퀴신발' 등 순수 고유어끼리 결합한 경우와 '강남특별시' '자전거일보'와 같이 한자어끼리 결합한 경우, '뮤페라'(mus ical+opera) '안티즌'(anti+netizen)처럼 외래어끼리 결합한 경우로 구분된다. 파생어는 '닭살녀' '웰빙족' '힐리스족' 등 주로 한자어 계통의 접미사와 결합해 생겨난 말이 대부분이다.
우리말의 어법과 비교해 부자연스럽거나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즐감'(즐거운 감상) 등 순수 고유어가 포함된 말에서의 준말은 노조처럼 한자어에서 첫 글자만 취해 만든 준말과 달리 부자연스럽다. 이들 준말은 뜻글자인 한자로 이루어진 말의 첫 글자를 취하여 만들어지는 두문자어에 유추해서 만들어낸 말로 보이는데 뜻글자가 아닌 소리글자로 적히는 순수 고유어의 첫 글자만 취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나홀로 티켓' '묻지마 테러' 등 부사어나 문장의 종결형 뒤에 다른 말을 결합한 신조어들은 우리말 어법과 크게 어긋난다.
국립국어연구원 박용찬 학예연구관은 "새로운 말들 가운데에는 일부러 우리말 어법에 어긋나게 하거나 재미삼아 또는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말도 있으나 그 중에는 생명을 얻어 우리말의 소중한 자산이 될 만한 것도 상당수 있다"며 "이런 말들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말 역사의 살아 있는 기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생성 경위를 정확히 밝혀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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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트렌드 워처(trend watcher-동향 주시자-)’,
‘페트 신드롬(pet-애완동물- syndrome)’,
‘피 세대(P世代-참여(Participation) 속에서 열정(Passion)과 힘(Potential Power)을 통해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Paradigm-shifter))’
"스마트 소비"란 소비에 따르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면서 쇼핑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