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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특강/ 이정재 교수님
발표자/ 박사3기 권상호
2002. 4. 25.
한국의 笑話와 肉談
한국의 소화 양상
설화 구분상의 일반화된 양식개념인 신화.전설.민담 가운데 소화는 민담에 소속된다고 여기고 있는 듯하나 실제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다. 소화는 신화나 전설보다 개념의 범위가 넓다. 자료의 외연이 넓어 좁은 개념으로는 자료를 제대로 감쌀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소화자료의 실상이다.
우선 소화자료가 지닌 몇가지 주요 성격을 살펴보면 단편적이고 수의적으로 기록화가 이루어져 온 신화나 전설에 비하여 소화기록 자료의 역사는 고려 중기부터 문자로 정착되어 나가 시대상황이 크게 변모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으로는 문헌 소화자료에 의한 소화 전체역사가 국문학사 가운데 비중있는 흐름의 하나로 지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소화의 기록화는 유수한 지식인과 문인들에 의해 기록문화의 중요한 관행의 하나로 지속되어 온 것이다.
세 번째로 대부분 관인과 지배층 중심의 비교적 제한된 전승력을 지닌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역대 문헌소화는 향유자의 범위 면에서 계층성을 띠고 있고 그에 따라 웃음의 성격과 범위에 있어서 각이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일상적 현실 속에서 소화가 생성되고 움직여 나가는 모습을 시대와 상황 그리고 인물에 따라 역동적으로 보여주어, 살아있는 소화의 현장보고라는 의미도 잘 실현하고 있는 것이 곧 소화자료의 모습이며, 이 점이 소화의 또 다른 특징의 하나이다.
그리고 기록설화성을 어느 정도 띠고 있는데 이런 몇 가지 특징들은 역사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며 각 자료들의 시․공간적 관게가 전체 국문학사와 유리되지 않고 이해 될 수 있게 된다. 기록소화의 소재선정․자료배열․작품평․편찬의도 등을 통해 드러나는 소화에 대한 기록자의 전반적인 관점과 의식을 작품론과 작가론 수준에서 넓게 다룸으로써 유형개념에 충실한 설화 이해의 단조로움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1)
소화의 개념과 범위의 점검
유형화된 소화 외에 일회적이고 체험적인 성격을 띠는 소화(일화)도 포함되는 것은 대부분의 인물일화가 소화로 이루어져 있어 인물일화로서의 소화는 일화성 소화가 되는 것으로 소화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소화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역대 소화자료에 나타나는 소화들을 웃음의 정도에 주목하여 발견과 보존의 의미가 강한 개인적 체험과 취미로 적은 우스운 이야기, 초시대적인 전승력을 지닌 저명 인물의 우스운 일화, 계층성과 전승력이 강한 남성 중심의 육담. 소화로서의 흥미성과 진승성을 함께 잘 보여주는 전형화된 구전 소화. 흥미성과 전승성,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 동화성 소화로 나눌 수 있다. 이들 각각의 부류에 속하는 소화들은 주어진 시대에 어울리는 웃음을 담기에 적합한 양식성을 보이면서 전체 소화사 위에서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이해해야 한다. 소화자료가 시대와 향유층에 따른 변화의 굴곡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소화자료가 갖는 중요한 특징인 것이고 그 점의 바른 구명이 소화 이해의 바른 길이라 해서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소화는 그것대로의 흥미의 초점과 주제를 지닌 독립된 설화로 이해되야 하며 외설담을 소화에서 배제해 온 이해 시야의 한계점을 극복해야 한다.
소화자료의 정리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관심의 저조로 부진한 상태이다.
소화는 주인물의 생래적인 어떤 품성이나 행위상의 특징이 주목되어 웃음을 유발시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주인물을 유형 이해의 중심으로 삼는데에서 분류론의 출발점을 삼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소화는 신화나 민담의 경우에 비해 자료가 풍부하고 역사가 길다는 점이 뚜렷한 특징의 하나이다. 소화론의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하면서 한국소화사의 체계적인 탐구를 계획한 작업은 황인덕에 의해 시도되었다. 그는 소화 이해의 시야 확장이 필요함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문제의 중요성을 제기하고자 했다.
소화는 설화인 만큼 타국 소화와의 비교 연구 가능성을 높게 지니고 있고 그만큼 긴요하게 필요한 분야의 하나이다. 한․중 소화의 비교연구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 이석래의 「한중소화 비교연구」로 실질적인 작품을 거론함에 있어 많은 작품을 적출하여 제시하고 있는 것이 돋보이는 성과이다. 소화의 비교연구는 앞으로 좀 더 전면적인 시야, 진지한 관심에서 추구될 필요가 있다고 이해된다.
소화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의 소설 발달 과정의 한 단면을 밝히는 데에 유력한 도식을 정립케 했다. 장덕순은 사실→설화→소설이라고 했으나2) 사실→소화→소설로 바뀌어야 될 것이다.3) 소화의 소설적 전환에 앞선 소화 口傳의 일상화․관행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은 소화와 소설의 관련 양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일이자 소화사의 해명을 위해서도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소화를 소화로서 보는 시각을 유지하되, 그것의 기록화 과정, 또는 구전과정상의 특성에 따른 양식성을 주목하면서 소화의 유형성과 양식성을 이해하려 하는 이들 관점들은 공통적으로 문헌소화의 의미 공간을 확장하려는 데에 관심이 거의 일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골계란 이름을 지닌 소화집이나 작품이 실제로는 골계 본디의 의미와는 상당히 다른 것임이 이미 밝혀졌다
소화연구의 영역을 낮은 단게에서 높은 단계로 정리하면 (1)자료를 모아 (2)이를 분류하며 (3)작품(집) 연구를 축척하고 (4)비교 연구로 시야를 넓히면서 (5)역사적 관점에서 종합하는 것으로 크게 요약할 수 있겠다.
소설이 발달하기 전인 조선 초기 일정 시게에 그리고 소설이 성행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소화는 소설보다도 더 깊은 관심과 애호 속에서 중요한 문학적 기능을 수행해 나갔었음에도 이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는 인식의 부족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들 많은 소화자료에 대한 관심을 좀더 놓임으로써 소화 이해도 진전시키고, 소설 편향의 서사 문학사 이해 시각의 균형을 도모할 때라고 이해된다.
이상에서 정리한 분야 외에도 국문학의 미의식이나 한국인의 심성 이해라는 더 넓은 과제를 향한 소화의 기여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도 또 다른 과제의 하나로 들어야만 될 것으로 본다. 소화에 의한 ‘웃음’이 갖는 미의식이나 문화적 기능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실제로 매우 넓고도 다양하게 실현되고 있음을 유의하면 , 이 방면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가능성은 아주 넓게 열려 있다고 해야 할 듯하다. 고금의 소화를 함께 다루면서 ‘웃음’의 미의식을 폭넓게 주목할 때 소화는 문학․문화․인간을 이해하는 좀 더 크고 새로운 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한다면 소화의 연구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하겠다. 지금의 소화 연구는 초보단게를 거의 벗어나지 못한 위치에 있다.
육담
性이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실체적 요소로 기능해 온 것처럼 육담 또한 설화문학의 이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자리를 차지해왔다. 성이란 본래 그대로 노출하기에 거북한 면이 있지만, 성을 금기시하는 관념은 우리 사회에 있어 유난히 강하게 작용해왔다. 전통적으로 성은 남몰래 즐기는 대상이었다. 우리의 육담은 그러한 은밀한 속에서 전승되어 온 것으로서 실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설화문학의 당당한 주역구실을 담당할 수 없었다.
성을 금기시하는 시각이 학문의 영역에까지 미친 것이지, 육담에 대한 연구 또한 그리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간간이 이루어진 연구작업들 또한 육담의 핵심요소로서의 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흔치 않다. 자료를 정리․소개하거나 소화로서의 특징을 드러내는 작업이 주종을 이루어왔다. 육담 속에는 공론으로서 드러내지 못했던 우리의 성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육담 속의 벌거벗은 인간 군상을 통하여, 그들이 형상화되고 있는 양상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내밀한 성의식을 구체적으로 조명해 낼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육담의 성의식에 대한 공동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출간되어4) 새로운 연구의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육담 연구의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해 보면서, 육담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관점 및 방향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소화 연구와 육담 연구
설화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 근 1세기 동안 방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었다. 이러한 풍성함 속에서도 뜻밖에 연구가 부진했던 영역들이 있으니, 앞서 지적한 대로 육담 부문을 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육담에 대한 연구는 학계의 관심사로 떠오르지 못한 채 일부 연구자에 의하여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와 같은 연구의 부진은 육담 자체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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