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

춘향전 주제고

 

敎科目名 : 古典文學

指導敎授 : 渼山 金鎭英 敎授님

發 表 日 : 1996. 10. 28.(月)

發 表 者 : 國語敎育科 4期 權相浩


春香傳 主題考


       1. 머리말

  세계문학 속에 한국문학의 자리를 넓혀 준 춘향전에 대한 연구는 1910년대부터 비롯되어 현재 연구논문이 300여편에 이른다. 이 <춘향전> 연구의 기준으로 禹快濟 교수는 春香傳의 硏究史를 槪觀하면서  解說的 性格을 띤 종합적 연구, 이본연구, 근원설화연구, 어학적 연구와 作品論的인 면에서의 主題論, 人物論, 構成論 및 比較文學的 硏究, 硏究史的인 문제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1)

  본 보고서에서는 춘향전 연구의 여러 영역 중에서 작품론적인 측면 중에서 主題에 대한 연구 업적만을 살피고 비교 검토해 보고자 한다.

  춘향전에 대한 종합적 연구는 1960년대에 들어서 활발히 전개되어 본격적 연구시대를 열게 된다. 이본간의 내용 비교, 주석, 어법문제, 설화와의 관계, 인물론 등이 새롭게 거론되기 시작하고, 趙東一 교수는 갈등에서 본 춘향전의 주제를 거론했다. 한편 70년대에 들어서는 主題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졌고, 80년대 이후에는 춘향전을 해석학적 입장에서 보려는 것들과 사회학적 고찰이나 민중의식과의 관계 등에서 접근을 시도한 논문들이 많다.

  이 글에서는 鄭夏英 교수의 논문 ‘春香傳 主題論 再考’2)를 저본삼아 살펴봄으로써 <춘향전> 주제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살펴보고, 趙東一 교수의 ‘춘향전 주제의 새로운 고찰’3)을 요약함으로써 <춘향전> 연구의 방법론을 익히며, 아울러 제6차 교육과정 후의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및 검인정 문학교과서에 나타나 있는 <춘향전>에 대한 주제 파악 현장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春香傳 主題論 再考(鄭夏英)

    1. 主題把握의 몇 가지 前提

  지금까지 작품에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 분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작품은 주제가 불분명한 것으로 평가되고 그 책임은 작가나 독자 가운데 어느 한 편에 돌아가게 마련이었다. 작품의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그릇된 생각들이 작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아 왔다. 작품의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그릇된 생각들이 작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아 왔다.

  ① 독자가 스스로 작품을 읽어 보기도 전에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先入見을 접하게 된다.

  ② 작품의 주제는 반드시 하나이며 모든 독자들이 같은 주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③ 주제는 미리 작품의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문학연구의 사명인 것처럼 여긴다.

  ④ 주제는 무엇인가 敎訓的 性格을 띠는 德目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그릇된 고정관념 때문에 주제연구를 포함한 문학연구는 특정 연구자들의 것으로 인식되었다.

  주제에 대한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첫째, 小說作品에 있어서 主題란 무엇인가? 주제의 개념에 관한 문제인데, 그것은 ‘작품이 제시하고자 하는 핵심적 의미’라고 규정할 수 있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여러 사람이 공감하는 어떤 한 가지 면으로 수렴되는 것이 상례이고, 그것을 가리켜 주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설작품에 있어서 주제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주제라는 말의 폭을 넓게 잡고서 그것을 찾으려 한다면 어떤 작품에서든지 주제는 잡혀지게 마련이다.

  셋째, 주제는 하나로 집약되어야 하며, 그것은 반드시 道德的이거나 敎訓的 德目이어야 하는가? 지금까지는 대체로 학교교육의 결과로 주제를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 온 것이 사실이다. 古典小說에 대해서는 흔히 勸善懲惡이란 범주를 정해 두고 각 작품의 주제는 그 안에 포함되는 하위의 범주로 잡아 오고 있다. 그러나 소설의 주제는 하나로 통일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이 반드시 도덕적이거나 교훈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주제는 多義性을 가진 말이며, 따라서 한 작품의 주제도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보게 된 것이다.

  넷째, 주제는 누구의 입장에서 파악되어야 하는가, 作家인가 讀者인가 아니면 兩者간의 合議에 의해서인가? 주제는 作家가 작품에 구현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現代小說이나 漢文小說의 경우에는 이같은 이론이 통할 수 있지만, 古典小說의 경우에는 이같은 상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작자에 의해서 설정되고 제시된 주제는 독자에 의해서 확인되고 공감을 얻음으로써 주제로서 추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작자와 독자의 역할을 거의 대등한 것으로까지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 ‘相互主題’(Inter-Subject)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다섯째, 주제 연구는 문학을 鑑賞하는데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주제 파악의 肯定的 면의 하나는 독자들의 讀書活動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 작품의 성격이나 의미를 더욱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否定的인 면은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파악된 고정화된 주제가 모든 독자에게 강요되어, 독자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작품 감상의 기쁨을 상실하게 된다. 또 주제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내세움으로써 문학작품이 갖는 藝術的이고 娛樂的인 側面을 도외시하게 된다.


    2. 旣存硏究의 成果 檢討

  (1) 否定的 見解

  論者

                         見        解

 尹五榮

  <춘향전>은 일관된 줄거리나 논리를 갖지 못한 저급한 이야기일 뿐이며, 따라서 <춘향전>을 문학으로서 논할 가치도 없고 더구나 그것을 古典이라고 할 수는 없다.

 金宇鍾

  춘향이 妓生의 身分으로서 이도령에게 順從한 것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自主性이나 主體意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上典에게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굴종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애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抗拒이나 貞節이니 하는 것을 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춘향이  변학도에게 항거한 것은 그녀가 이도령과의 사이에 맺은 주종관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자주적 의식으로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춘향전>은 주제를 제대로 갖춘 작품으로 볼 수 없다.

 韓勝憲

  抵抗과 適應의 兩面性을 지닌 작품으로, 저항이라기보다는 적응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춘향이 원래 요구한 것이 대등한 혼인관계가 아니라, ‘첩살이라도 좋으니 버리지만 말아달라.’는 호소였고 보면 신분의 벽을 넘어선 혼인은 피차 예상치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춘향이 한 사람의 해피 엔딩을 가지고 계급타파나 사회개혁의 가능성을 演繹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며, 따라서 <춘향전>의 주제를 抵抗이라고 주장함에는 무리가 있다.

  이상과 같은 부정적 견해는 대체로 고전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고, 작품의 본질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작품에 대한 선입견에 물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서 작품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보여 준다.


  (2) 肯定的 見解

1) 一元的 主題論

  論者

                        見         解

 

  이도령에 대한 춘향의 貞節이라고 본 견해는 <춘향전> 자체의 生成과 傳承過程에서 일관되게 강조되어 온 전통적 견해이다. 춘향이 이도령을 위해 守節하고 신관사또에게 저항한 것을 두고 貞節의 표본으로 파악하고 있다. <춘향전>의 標題를 <烈女春香守節歌>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처럼 작품의 표면에 儒敎的 德目을 내세운 것은 당대의 사회여건상 불가피한 것이었다.

 黃浿江

  身分이 다른 男女 간의 愛情, 곧 이도령과 춘향 사이의 愛情으로 본 견해는 기존의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공감을 받아 왔다. 이들 두 사람의 행위를 대등하게 다룰 때, <춘향전>의 주제는 단순히 춘향의 守節이나 貞節이 아니고 양자 간의 사랑으로 귀결된다. ‘愛情’의 문제를 일차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身分上昇欲求’니 ‘庶民的 抵抗’이니 하는 것은 부수적 문제로 본다. 이는 <춘향전>의 庶民文學的 性格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金台俊

  不義한 吏官에 대한 庶民의 抵抗이라고 본 견해는 國文學硏究의 초창기 연구자들에 의해 제시된 이래 현재까지도 많은 호응을 받아 오고 있다. 춘향이 守廳을 강요하는 신관사또의 명을 거부하고,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데 이 작품의 중심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여기서는 춘햐과 신관사또가 각각 被支配者와 支配者를 상징하는 인물로 보고, 양자의 대립적 관계에 비중을 두어 작품을 해석한다. 이같은 해석에 따르면 <춘향전>의 주제는 신분제가 붕괴되기 시작하는 朝鮮後期社會相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작품 해석에 일관성과 논리성이 결여된다.

  위의 세 가지 다른 견해들은 작품의 의미를 각기 다른 입장에서 이해한 데서 나온 것이다. 작품의 의미를 당대의 사회이념 속에서 파악할 때 주제는 ‘貞節’이 되고, 작품 속의 이야기에 의미를 둘 때 ‘愛情’이 되며,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연관지을 때 ‘抵抗’이 된다.


2) 多元的 主題論

  <춘향전>의 주제를 二元的, 또는 多元的으로 보려는 주장은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주장들을 수용하면서 절충하는 입장이다. 앞에서 제시한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춘향전>의 의미를 충분히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몇 가지 견해를 서로 결합하거나 절충하고자 한 것이다.

  論者

                       見        解

 趙東一

  ‘表面的 主題’와 ‘裏面的 主題’로 구분하고, 춘향의 二重的 身元을 분석함으로써 주제파악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춘향은 현실적으로는 妓生의 신분에 속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기생이기를 거부한다.

    表面的 主題

    裏面的 主題

儒敎的 貞節(춘향의 행위에 명분 제공)

身分 上昇을 통해 人間解放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춘향의 내면적 세계를 표출)

 薛盛璟

  ‘普遍的 主題’와 ‘個別的 主題’로 구분하고, 보편적 주제는 모든 이본에 공통되며 <춘향전>의 전승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지만, 개별적 주제는 이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파악될 수 있다. 그는 또 주제의 層位를 세 가지로 나누어 ‘大主題’(작품 전체 내용을 대변하는 주제), ‘中主題’(작품의 전반부나 후반부 가운데 어느 한 부분을 대변하는 주제), ‘小主題’(작품의 구성요소들이 소설에 수용되기 이전의 설화적 상태로 있을 때의 주제)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普遍的 主題

    個別的 主題

<춘향전>의 모든 이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랑’, ‘신분상승 욕구’ 등

각각의 이본들이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주제

 黃浿江

  ‘表層的 意味’와 ‘深層的 意味’로 구분하고, 이 두 가지는 다같이 중요하지만 작품의 핵심 의미는 심층적 의미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表面的 意味

    深層的 意味

사랑(주제라고 봄)

민중의식이나 항거, 현실 비판 등(주제와 관련지어 이해해야 한다.)

  이 밖에도 천두현, 나병철, 김복희 등의 연구에서도, 구체적 내용에는 서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춘향전>의 주제를 多元的 또는 多層的으로 보려는 입장을 볼 수 있다.

  이같은 주장들은 <춘향전>이 가진 여러 가지 측면을 수용하면서 조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절충적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같은 주장의 근거가 작품의 인물과 구조를 분석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3. 앞으로의 硏究方向과 課題

  <춘향전>의 주제에 대해서 이처럼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고 상당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납득할 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일차적인 원인은 <춘향전>이란 작품이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다음으로 연구자들의 시각과 연구방법의 다양성에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이룩한 성과를 반성적으로 검토하고 거기서 발견되는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검토함으로써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밝혀 본다.

  첫째, <춘향전>의 作者를 알 수 없다는 점, 異本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 作品의 形成과 傳承過程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이 주제파악을 힘들게 하고, 주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의 出現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주제의 槪念을 정립하고 주제파악의 방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주제의 개념은 여러 가지로 定義되고 있다.

  ① 작품의 中心意味로 보는 견해

  ② 作者가 작품을 통해서 讀者에게 제시한 道德律이나 倫理的 指針, 또는 思考나 理念 등으로 보는 견해

  ③ 主題는 作者의 입장에서 볼 수도 있으며, 讀者의 입장에서 파악할 수도 있다.

  ④ 주제는 독자와 다소 거리를 가진 객관적 의미로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⑤ 독자들에게 어떤 행동이나 심리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주제라는 개념 자체가 가진 이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작품에 드러난 의미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절충적 방법은 주제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 뿐이다.

  그리고 <춘향전>은 어느 특정 作者가 讀者를 대상으로 해서 지은 작품이 아니므로 이 작품에 대한 접근방식도 특정 작자가 창작한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셋째, <춘향전>의 주제에 관한 기존 연구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主題硏究史를 작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일이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前提的 문제점에 대한 검토는 춘향전연구의 필수적 작업이 된다.


         3. 춘향전 주제의 새로운 고찰4)(趙東一)


    1. 머리말

  판소리계 소설의 특징적인 갈등 구조를 사회적 현실과의 대응에서 분석하면서 주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자 한다.

  주 자료는 완판본 ‘열여춘향슈졀가’인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거론된 자료이므로, 기존의 설들과 대조해 보는 데 다른 이본보다도 유리할 것 같기 때문이다.


    2. 춘향은 ‘기생이면서 기생이 아니다.’

  ① 기생이다. 기생의 딸이니 기생이고, 기생이니까 이몽룡의 요구에 순응했다.

  ② 기생이 아니다. 기생이 아닌 양반의 서녀이고, 이몽룡과의 관계는 대등한 사랑이다.

  출생담, 평소의 처지, 이몽룡과의 결연, 이별, 변학도와의 관계 등을 통해 볼 때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이 공존하고 있다. 오직 ‘춘향은 기생이면서 기생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조동일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

   장덕순

 불통일, 불균형

   최진원

 불합리성

   윤성근

 모순

   이상택

 이율적 행동 체계


    3.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의 갈등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은 서로 상반된 관계에 있다. 작품의 실상은 출생담에 변학도와의 관계에서 계속 춘향은 기생이기도 하고 기생이 아니기도 하므로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사실이 함께 나타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진원 교수는 작품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불합리가 오히려 가치일 수 있다고 했다. 불합리는 작품이 단조하지 않고 발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 논거이다.

  ‘이율적 행동 체계’를 말한 이상택 교수의 견해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춘향은 ‘강하고 의욕적’이지만 ‘신분적 열등 의식’을 지닌 성격적 요인으로, ‘성취동기’와 ‘방어동기’라는 두 가지 동기로, ‘이율적 행동 체계’가 나타난다는 설명은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의 공존이 당착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참으로 중요한 성과에 이르렀다.

  형식 논리에서 살피면 당착과 갈등이 꼭 같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논리인 형식 논리에서는 당착과 갈등이 구별되지 않지만, 실상의 논리에서는 당착과 갈등이 구별된다. ‘춘향은 기생이면서 기생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실상의 조건에 따라서 당착일 수도 있고 갈등일 수도 있다. 신분제가 흔들린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같은 명제가 당착이 아니고 갈등의 표현이다. 춘향도 자기 자신은 기생이 아니고자 하지만, 타고난 신분에서는 기생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없으며, 주위에서 자기를 기생으로 대하는 데 대해서 반발하면서도 이를 수락하지 않을 수 없는 갈등이 있다. 춘향은 바로 이 갈등을 통해서 형상화된 인물이고, 이 갈등이 춘향의 성격을 결정한다.


    4. 판소리계 소설과 갈등의 반영

  판소리를 거치지 않고 이루어진 문장체 소설에는 판소리계 소설의 경우와 같은 문제점이 적으며, 사회적 현실과 밀착된 갈등의 반영이 그리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기생 춘향과 기생 아닌 춘향의 갈등은 신분적 제약과 인간적 해방 사이의 갈등이다. 판소리의 작가군인 광대는 천민으로서의 신분적 제약을 지니고 있으면서 이 제약에서 벗어나서 인간적인 해방을 이루고자 했는데, 판소리의 창조 자체가 그러한 의지의 소산이다. 판소리는 단순한 소리도 아니고, 늘 되풀이되던 이야기도 아니다. 사회적인 대결을 통해서 타고난 제약을 부수고자 하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판소리가 신분적 제약과 인간적 해방의 갈등을 다룬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판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춘향전>의 근원 설화가 여러모로 논의되고 있지만, 어떠한 근원 설화와 어떤 관련이 있든, <춘향전>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광대의 창작일 것이다. 광대 자신의 신분적 제약과 인간적 해방의 갈등을 흥미롭게 형상화하는 데 있어서 <춘향전>의 내용은 아주 적합하다. 광대 자신의 문제를 바로 나타내는 것보다는 광대의 문제를 기생의 문제로 바꾼 것이 여러모로 효과적인 표현이다.

  판소리계 소설은 문장을 여러모로 손질했어도, 부분의 독자성을 구조적인 특징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부분의 독자성은 판소리계 소설을 문장체 소설과 비교해 볼 때 선명하게 확인된다. 부분의 독자성 때문에 판소리계 소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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