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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이수광(李睟光)의 <도중 途中>이라는 시는
“강기슭의 버들가지 사람 맞아 춤추고/숲속의 꾀꼬리 손님 맞아 노래하네/
비가 개니 산에는 생기가 넘치고/바람결 따스하니 풀빛도 도누나/
아름다운 풍경은 시이자 그림이요/샘물 소리는 악보에 없는 거문고 소리/
길은 멀어 갈 길은 끝이 없는데/서산에 해는 붉게 걸리었네.”
岸柳迎人舞 林鶯和客吟 雨晴山活態 風暖草生心
景入詩中畫 泉鳴譜外琴 路長行不盡 西日破遙岑.
소설의 경우에도 봄의 묘사는 시가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널리 알려진 <춘향전>에 이도령과 춘향이 처음 만나는 발단의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면서,
“잇ᄯᆡ는 어느ᄯᆡ뇨 놀기조흔 삼촌이라.
호련비조(胡燕翡鳥) 뭇ᄉᆡ들은 농초화답(弄草和答) ᄶᅡᆨ을지어 쌍거상ᄂᆡ(雙去雙來) 나러드러 온갓춘졍 닷토난듸, 남산화발북산홍(南山花發北山紅)과 쳔사만사유양지(千絲萬絲柳楊枝)의 황금조는 벗부른다. 나무나무 셩임(成林)ᄒᆞ고 두견졉동 나지나니, 일연지 가졀(一年之佳節)이라……”(완판 열녀춘향수절가)
라고 한 것은 ‘춘향(春香)’의 이름이 봄의 향기라는 뜻인 것과 일치하면서 봄이 모든 일의 시작임을 암시하는 것임도 엿볼 수 있다. 결국 화려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면서 동시에 시작의 계절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아름다운 꽃과 화창한 분위기로 봄을 묘사하는 전형성은 현대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김동인(金東仁)의 <운현궁의 봄>에서도 “한양의 정기(精氣)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백악(白岳)에는 봄이 이르렀다. 필운대의 살구꽃과 북문의 복숭아꽃과 흥인문 밖의 버들을 화류장(花柳場)으로 꼽고, 봄이 되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그리로들 놀러가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백악 바위 틈에도 진달래는 송이송이 봄빛을 자랑하고 있었다.”라 묘사하여 전형성을 보이고 있다.
그 밖의 작품에 등장하는 봄의 묘사도 이러한 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 소설 작가 가운데서 봄의 의미를 작품의 중요한 동기로 사용하였던 사람은 김유정(金裕貞)이다. <동백꽃>·<봄봄>·<봄과 따라지>·<봄밤> 등의 표제가 이러한 성향을 암시해 준다. 실제로 <동백꽃>은 인생의 봄을 맞아 성숙해 가는 사춘기 애정의 한 모습을 작품화한 것이다.
또 <봄봄>은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 내에 부쩍(속으로) 자란 듯 싶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는 표현이 암시하듯 인생의 봄인 사춘기에 걸어 보는 성혼(成婚)에의 기대가 그 내용이다.
이는 봄이 단순한 자연의 계절적 순환인 것으로 인식되던 데서 삶의 한 단계 또는 그 순환으로 인식되고 표현이 옮아간 예가 된다.
현대시에서 나타나는 봄의 표현도 꽃이나 새, 또는 바람이나 비를 소재로 하는 점은 고시가와 비슷하다. 특히 1920년대까지의 시, 특히 민요시파로 일컬어지는 김억(金億)·이광수(李光洙)·김동환(金東煥)·주요한(朱耀翰)의 작품 경향이 그러하며 이러한 전통은 그 뒤 청록파 시인들에게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장희(李章熙)의 <봄은 고양이로다> 같은 작품은 봄에 관한 표현이 현대에 와서 다양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라는 표현에서 향기와 부드러움이라는 서로 다른 감각을 연결하고 있다.
또한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에서는 봄이 지닌 욕망(欲望)과 정염(情炎)을 표현하고 있다. 봄에 대한 감각이 종래에 쓰이던 소재를 벗어나 새롭게 표현된 예가 될 것이다.
이상화(李相和)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자연의 순환적 질서와 인위적 박탈의 현실을 대립시키면서 거기서 느끼는 감정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의 질서와는 달리 인간은 일회적이고 슬프다는 정서는 민요나 고시가에서도 많이 표현되었지만, 개인적 갈등을 넘어서서 역사성을 봄과 대립시켜 표현한 점은 이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현대시는 봄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나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만큼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 고전 문학이 전형(典刑)성에 근거를 두었다면 현대 문학은 개별성의 추구로 그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2) 음악 - 사철가
이산저산 꽃이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버리고 속절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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