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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韻寄 天縱靜案(차운기 천종정안)
차운하여 부칩니다.
하늘에서 내려준 정안(덕을 갖춘 고요한 책상) 앞에 (상대방을 높여 이름)
向來誤逐塵緣去(향래오축진연거)
지난날에는 세속의 인연 따라 잘못 갔으나
今日好尋初服來(금일호심초복래)
이제는 벼슬 떠나 일상으로 돌아왔네.
卷裏聖賢如舊識(권리성현여구식)
책 속 내용은 성현의 오랜 지혜이지만
人間名利儘浮埃(인간명리진부애)
인간세상의 명리는 먼지와 같구나.
方看眞樂餘簞食(방간진락여단식)
도시락 하나라도 참으로 넉넉한데
何用閑愁借酒盃(하용한수차주배)
어찌 시름 삭히고자 술잔 들겠는가.
五十立跟猶未晩(오십입근유미만)
지명 나이일지언정 아직 늦지 않으니
願君將此告靈臺(원군장차고영대)
그대여 어서 이 마음을 알려주게나.
靈臺: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뜻으로, ‘마음’을 이르는 말.
歲暮窮簷惜短暉(세모궁첨석단휘)
가난한 집에 한 해가 저무니 짧은 햇살 아쉬운데
一生眞作蠧虫微(일생진작두충미)
돌이켜 보면 한 생을 좀벌레처럼 살아왔구나.
堪憐舊帙空盈架(감련구질공영가)
가엾구나, 시렁 위를 가득 채운 책들이여
且愛群雛競習飛(차애군추경습비)
어여뻐라, 다투러 폴짝폴짝 뛰는 병아리들.
何日時來歸造化(하일시래귀조화)
자연으로 돌아갈 때는 어느 날인가?
無心分外說行違(무심분외설행위)
생각없이 분수 밖의 언행을 저질렀네.
如君尙有前途在(여군상유전도재)
그대 같아선 아직 앞길이 남아 있는데
剩味眞腴老益肥(잉미진유노익비)
입맛이 살아나니 나이 들어도 살찌네.
又一絶以申奉勉之意(우일절이신봉면지의)
또 한편의 절구로써 애써 뜻을 펴다.
開門授學古人風(개문수학고인풍)
문을 열고 고인의 풍도를 배우면
於已於人最有功(잔이어인최유공)
나에게도 남에게도 그 공이 드러나리.
況復遺規宜善述(황복유규의선술)
내려오는 규범 따라 부모 뜻을 잘 잇고
期君事業在閑中(기군사업재한중)
그대 일도 절로 잘 이루어지길 바라네.
戊寅復月初吉(무인복월초길) 무인년 음력 동짓달 초하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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