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종이 위의 먹물이 마르듯 생명은 끝난다.

종이 위의 먹물이 마르듯 생명은 끝난다.

붓질에서 배우는 인생, 노화와 퇴화, 그리고 죽음

 

도정문자연구소

 

중력을 거슬러 물을 길어 올리듯이

붓으로 먹을 길어 올려보라.

붓의 움직임은

유연하면서도 기운차고,

탄탄하면서도 산뜻하다.

 

먹을 옅게 찍어 그어 보라.

표면이 미끄러운 모조지에 써 보면

붓을 세우기는 힘들지만

필봉의 움직임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다.

 

먹물을 튀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찔러야 할까, 때려야 할까.

 

오늘도 붓과 먹의 비밀을 찾아

문자의 숲으로 여행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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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상상하기조차 힘든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알고 보면

오늘도 살아 숨쉬는 건 어마어마한 기적이다.

과거에 겪은 수억 개의 기적과

앞으로 겪을 또 다른 수억 개의 기적들.

 

搖籃(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도 있다는 말이다.

첫 호흡에서 마지막 호흡까지,

첫 심장 박동에서 마지막 심장 박동까지,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고맙다.

 

언젠가는

폐가 팽창과 수축을 멈추고

이어서 혈액도 순환을 멈출 것이다.

 

마지막 몇 초간

의식의 고양과 유사한 뇌 활동이 일어난다.

행복한 삶이었다.

생각보다 건강하게 장수했다.

사랑, 희망, 친절, 감사, 보람, 활기의 삶이었다.

그리고 감동과 놀라움, 행운과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탄생과 죽음은 밤낮처럼 교차한다.

이 둘은 극명한 온도 차가 있다.

탄생은 축복, 죽음은 슬픔(哀悼)이다.

사랑하는 대상이 떠났다.

먼저 가 있어. 다음에 내가 갈게.’

나만 살아있어 미안하다.

사랑이란 너와 내가 함께할 때의 기쁨이다

살아있는 자의 傲慢(오만)일지 모르지만

영혼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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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는 세 종류가 있다.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의 죽음.

나의 죽음은 낙엽처럼 순간의 춤,

너의 죽음은 살아있는 나의 슬픔.

그의 죽음은 무덤덤한 일이다.

 

어차피 돌아가실 부모의 죽음은 나의 슬픔이다,

시신을 붙잡고 흔들지는 마.

우리 모두 낙엽처럼 떨어져 바람에 흔들리리니.

하여, 카르페디엠([라틴어]carpe diem)! 오늘을 즐기자.



오늘날은 거의가 병원에서 죽는다.

심폐소생술은 마지막 확인 인사이다.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을 기억하라.

眞摯(진지)한 생각은 떨쳐버려라.

죽음이 있기에 삶도 소중하다.

죽음이 없다면 삶이 중요하지 않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다.

죽음이 없으면 삶도 없다.

죽음은 깊은 잠이다.

죽음은 깊은 잠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다.

해가 뜨면 반드시 진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

빅뱅으로 탄생한 이 우주도 언젠가는 소멸한다.

수백억 년 된 우주도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해가 지는 게 슬퍼할 일인가.

모든 일은 필연이다!

죽음도 당연히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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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苦無此比 常有好容顔 - 도연명陶淵明(365~427)

이 고생 비길 데는 없지만(삶은 힘들지만) 항상 좋은 얼굴 간직하고 있네.

 

世事(세사)에 시달려도 煩惱(번뇌)는 별빛이라. - 조지훈(1920~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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