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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에 나타난 가을
도정문자연구소 권상호
8월 7일이 立秋(입추)다. 풍요의 가을을 기대하며 이번 주에는 우리 선조들이 읊은 가을 시를 모아 본다. 농가월령가의 가을 일은 김매기·伐草(벌초)하기·김장채소가꾸기·베짜기·綿花(면화, raw cotton)·고추따기·과일장만하기·打作(타작. 바심, 풋바심)하기·기름짜기·방아찧기 등이 있다. 세시풍속으로는 秋夕(추석)과 重九日(중구일, 重陽節)을 들고, 覲親(근친- 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서 어버이를 뵘)을 들고 있다.
문학 작품에서 가을의 묘사에 주로 등장하는 것은 국화·목화·단풍·낙엽 등의 식물과 기러기·귀뚜라미 등의 동물 이미지가 주된 것이다. 그리고 달·바람·비·하늘과 같은 자연 현상도 등장한다.
1. 잎이 지고 서리치니 구추단풍(九秋丹楓) 시절인가
낙목한천(落木寒天) 찬 바람의 홀로 피는 저 국화는
능상고절(凌霜高節, 傲霜孤節) 그 아닌가. - <春香歌(춘향가) 獄中辭說(옥중사설)>
2. 꽃아 꽃아 국화꽃아 삼춘가절 다 버리고
구추중앙 기다리어 찬이슬과 찬서리에 반갑듯이 홀로 피네.
능상고절 장한 기상 화중군자 국화로다. - 이하 <민요>
3. 구월이로다 구월 국화 담장 안에 핀 국화는 향기마다 방긋 웃노라.
남창 북창 열고 보니 구월 국화 꽃밭이라.
꽃밭 속에 나비 놀고 구름 위에 신선이 논다……
4. 비 맞으며 국화뿌리 분에다 옮겨 심고
물을 주며 잘 가꾸어 구월이라 서리올 제
술잔이라 향기 띄워 취하도록 마시리라……
5. 구월 국화 지는 남근 명년 봄으로 다시 오고,
내 청춘 한 번 가면 다시 올 줄 왜 모를고……
6. 앞 남산 피나무 단풍은 구시월에 들고요.
이내 가슴 속 단풍은 시시때때로 든다……
7. 세월이 가면 사람의 머리가 백발이 된다……
8. 구월 국화야 꽃자랑 마라 시월 단풍에 다 떨어진다……
9.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소정(小艇)에 그물 실어 흘리 띄워 던져두고,
이 몸이 消日(소일)하옴도 亦君恩(역군은) 이샷다.- 맹사성(孟思誠)의 ‘강호사시가’
10. 단풍은 반만 붉고 시냇물은 맑았는데
여울에 그물치고 바위 위에 누웠으니
아마도 무사(無事) 한신(閑身)은 나뿐인가 - 작자 미상의 正歌(정가) 시조.
자연을 벗 삼아 俗世(속세) 煩悶(번민)을 잊는 閑良(한량)의 여유로움. 乾達<乾闥婆(산스크리트어 Gandharva). 놈팡이, 독일어 ‘룸펜(lumpen)’에서 온 것은 아니다.
11.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無心(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오노라. - 월산대군(月山大君)
閑寂(한적)한 가을밤의 風趣(풍취)를 드러내어 物慾(물욕)과 名利(명리)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悠悠自適(유유자적)하는 脫俗(탈속)의 情緖(정서)를 표출함.
12.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떨어지며,
벼 벤 그루터기에 게는 어이 다니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 黃喜(황희)
가을 농촌의 풍요로움과 흥겨움. 우리 민족의 정서인 ‘멋’. 한자어 없음. 對句(대구) 찾기. 술按酒(안주) 몇 가지? 술은 시름 解消(해소), 風流(풍류)와 興(흥)을 高調(고조)시킴. ‘<속담> 근심에 마르고[여위고] 설음에는 살찐다.’
13.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고
언제나 꽃 아래 벗데리고 翫月長醉(완월장취) 하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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