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9 - 풀 이야기

()은 철철 竹()은 죽죽

 

                                                               도정 권상호

 

  예년에 비해 늦게 찾아온 지각생 봄이지만 여지없이 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지고, 풀은 지천으로 돋고 있다. 풀과 관련한 한자는 (싹 철), (풀 초), (풀 초), (풀 훼), (풀 훼), (잡풀 우거질 망) 등 풀처럼 많다. 하지만 草()와 卉() 두 글자만 알면 된다. 나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글자로 보면 된다.

  한 포기의 풀이 막 돋아난 모습이 (싹 철)이다. 뽑고 또 뽑아도 풀은 끊임없이 돋아난다. 이럴 때를 두고 풀이 철철 넘쳐난다고 한다. (싹 철) 자를 두 번 쓰면 艸(풀 초)가 되고, 세 번 쓰면 芔(풀 훼)가 되고, 네 번 쓰면 (잡풀 우거질 망)이 된다.

  (풀 초)의 생략형은 (풀 초) 또는 草(풀 초)이고, (풀 훼)의 생략형은 卉(풀 훼)이다. 오늘날에는 생략형만 쓰고 있다. 그리하여 民草(민초), 花卉(화훼) 등에서 보듯이 艸()와 芔() 자는 쓰지 않고 있다. 民草는 백성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民草는 花草(화초)보다 아름답다. 선거를 앞두고 民草는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위로 죽죽 뻗어가는 것도 竹(대 죽)이요, 아래로 죽죽 내려가는 것도 먹는 粥(죽 죽)이다. 雨後竹筍(우후죽순)이란 말도 있듯이 비 온 뒤의 죽순은 죽죽 솟구친다. 보름 정도에 다 자라서 여생은 속을 비우고 마디를 단단하게 하는 데에 생을 바친다. 粥은 위에 부담을 적게 주고, 먹는 시간도 짧아서 흔히 아침 식사로 대신한다. 삼시 세 끼를 죽이라도 먹으면 다행이지만 죽도 못 먹으면 죽 쑨 인생으로 결국 굶어 죽게 된다.

  무슨 일이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해보기나 하자. 주저하지 말고 일을 추진해 보자는 말이다. 해 보기나 했어? 라는 화두를 남기고 가신 정주영 회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죽은 죽어도 못 먹고 밥은 바빠서 못 먹는다는 말은 핑계다. 괜스레 술 생각이 나니까 에둘러서 말하는 것이리라.

  ()과 같이 //로 발음하는 한자는 ‘뾰족하게 튀어나옴’의 의미가 있다. 은 풀이 뾰족이 나오고, 凹凸(요철)이라고 할 때의 凸(볼록할 철)은 물건이 볼록하게 나오고, (쇠 철)은 쇠붙이가 뾰족이 나오고, (밝을 철)과 喆(밝을 철)은 지혜가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것이다. 哲學(철학)이라고 할 때의 哲의 첫머리 ()는 본디 ()을 위아래로 겹쳐 쓴 글자이고, 그리하여 발음도 //인 것이다.

  鐵面皮(철면피)의 인간은 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런 인간은 뾰족하여 튀는 행동을 많이 한다. 뾰족하다 못해 뚫은 것도 있으니, (통할 철)은 뚫고 나간다는 뜻이니, 徹夜(철야)란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움을 일컫는다. (물 맑을 철)은 물이 맑아서 빛이 물 밑바닥까지 뚫을 정도이고, (꿰맬 철)은 문서를 뚫어 꿰맨다는 뜻이다.

  그리고 뚫은 뒤에는 거둬들여야 하니, (거둘 철)의 용례를 보면 撤收(철수)는 진출하였던 곳에서 시설이나 장비 따위를 거두어서 물러난다는 뜻이요, 撤去(철거)는 건물, 시설 따위를 무너뜨려 없애거나 걷어치운다는 뜻이다. 撤軍(철군)은 주둔하였던 군대를 철수한다는 뜻이며, 撤去民(철거민)은 행정상·군사상의 이유나 재개발 따위로 말미암아 자신이 주거하던 건물이 철거된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니 撤去(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가 늘 철거덩철거덩…….

  화창한 봄이 오니 (싹 철)은 철철, (대 죽)은 죽죽(竹竹), (꽃 화)는 활활, (물 수)는 술술이로다.

 

<작품 해설>

1. 民草(민초)

2. 四艸(사초) : (풀 초) 자를 네 번 썼다. 풀은 약하나 서로 정을 나눌 때 막강한 힘이 생긴다. 民草 하나는 약하나 뜻을 합하면 힘이 철철 넘친다. 돋보기로 풀을 돋본 결과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