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14 - 샘이 깊은 물은 바다에 가나니

샘이 깊은 물은 바다에 가나니

 

도정 권상호

  새로 만든 깨끗한 단지 하나가 있다. 똥을 담으면 똥 단지가 되고, 꿀을 담으면 꿀 단지가 된다. 원고를 쓰다가 보면 깨끗한 모니터에 무슨 내용을 담을까 하고 늘 고민하게 된다. 오늘은 샘물을 부어 샘물 단지로 만들어 볼까나.

  생기가 솟는 집터가 따로 없다. 기분 좋은 사람이 사는 집에 들어가면 생기가 넘친다. 그 집안에는 사랑이 샘솟고 샘터에는 맑은 샘물이 샘솟는다.

  땅에서 솟아 나오는 물을 샘이라 한다. 샘을 한자로는 泉(샘 천)이라 한다. 위의 白()은 샘이고, 아래의 水()는 샘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泉(샘 천)은 자연적인 샘이요, (우물 정)은 인위적인 샘이다. ()은 인공적으로 우물의 네 난간을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우물 안에 돌을 하나 던져놓은 모습인 () 자를 ‘퐁당 퐁’이라 하는데, 이는 말장난일 뿐이다. ()은 井() 자의 옛 모습 곧, 전서 형태이다.

  발음으로 보면 泉(샘 천) 자는 穿(뚫을 천) 자와 통한다. 샘물은 흙이나 돌 틈을 뚫고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泉(샘 천) 자는 川(내 천) 자와도 발음이 같다. 샘물이 모여 내를 이루기 때문이다.

  (우물 정)은 靜的(정적)이다. 때문에 靜(고요할 정)하게 停(머무를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井() 속의 물은 자주 길어야 晶(수정 정)처럼 맑고 밝게 된다. (밭갈 경)은 耒(쟁기 뢰)로 전후좌우 왔다 갔다 하면서 밭을 가는 모습이다. 따라서 발음도 井()과 비슷한 //이다.

  물은 泉(샘 천)처럼 평지에서 솟구치기도 하지만 原(근원 원)처럼 언덕[()] 밑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 물을 源(근원 원)이라 한다. , ()은 냇물의 발원지를 나타낸다. ()() 안에 있는 글자는 泉() 자의 변형이다.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을 源泉(원천)이라 한다. 源泉(원천)이 모여 溪谷(계곡)을 이루고, 溪谷(계곡)이 모여 河川(하천)을 이루며, 河川(하천)이 모여 海洋(해양)을 이룬다.

  강이나 바다를 따라 잇닿아 있는 육지를 沿岸(연안)이라 하는데, 沿()의 오른쪽 모습은 유속이 느리기에 八() 자가 한번 나오지만, () 자는 유속이 빨라서 八() 자가 겹쳐 나오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沿(연안 연), (배 선), (납 연)에는 형태상의 공통점이 있다. 沿(연안 연)은 물살이 완만한 연안을 가리키고, (배 선)은 연안을 운행하는 배를 가리키며, (납 연)은 쇠붙이 중에서 연한 ‘납’을 가리킨다.

  그리고 江() 위에 다니는 작은 배는 舟(배 주)라 하고, 沿岸(연안)을 다니는 連絡船(연락선)은 船(배 선)이라 하며, 海洋(해양)을 두루 다니며 작은 배들을 거느리고 監視(감시)하는 큰 배는 艦(함대 함)이라 한다. 따라서 艦隊(함대)란 바다나 대양에서 전략 및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의 연합 부대를 가리킨다. 一葉片舟(일엽편주), 汽船(기선), 軍艦(군함) 등의 한자 용례를 보면 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물 여행은 이제 바다에 이르렀다. 우리 말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바다]들이다’라는 뜻에서 ‘바다’라 한다나. 海洋(해양)의 海()는 물이 늘[(늘 매)] 가득한 모습이고, ()은 물이 상서롭게[(상서로울 상)] 가득히 차 있는 모양을 가리킨다.

  이제 다시 물의 기운은 하늘을 향한다. 水氣(수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기운 기)이다. 이 글자는 원래 구름이 희미하게 피어나는 형상을 본뜬 상형자이다. (증기 기)()를 붙여 내용을 더 구체화한 글자이다. ()가 올라가 云(구름 운)이 되는데, ()은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그런데, (이를 운)이 다가올 날씨를 말해주므로 ‘말하다, 이르다’라는 뜻으로 가차되어 쓰이게 되고, ‘구름’의 본뜻은 없어져서, 나중에 云() 위에 雨(비 우)를 더하여 ‘雲(구름 운) 자로 ‘구름’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물은 神性(신성)을 지니고 있다. 냉정하면 고체로 열 받으면 기체로 변한다. 영하에서 어는 물이 단 1도만 넘쳐도 응고되지 않고 100도에서 끓는 물이 단 1도만 모자라도 기화하지 않는다. 물은 생명을 잉태하기도 하지만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물은 묽고도 맑아서 만물을 포용하면서도 한번 화가 나면 만물을 쓸어버리기도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좋은 꽃이 피고 열매가 많이 열리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아니하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가나니.’ 용비어천가 제2장의 내용이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튼튼한 우리나라, 샘이 깊은 물처럼 유서 깊은 우리나라, 국민소득 2만 불을 넘어 3만 불로, 문화 예술의 창달로 한류의 세계화가 이루어질 그날을 위하여 마음을 씻는다. 이른바 洗心(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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