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19- 聽聞會(청문회)

聽聞會(청문회)

 

도정 권상호

  지난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親庶民(친서민) 구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국무위원, 경찰청장, 국세청장 내정자 등 총 8명을 대상으로 한 國會(국회) 人事(인사) 聽聞會(청문회)가 있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거쳐야 할 인사청문회, 오늘은 이와 관련한 한자의 참뜻을 알아보도록 한다.

 

  우선 聽聞會(청문회)의 聽() 자부터 살펴볼까나.

  ‘聽(들을 청)’ 자의 갑골문 형태는 크게 쓴 ‘耳(귀 이)’ 자 하나에 ‘口(입 구)’ 자 둘을 붙인 모습이다. ‘남의 여러 말을 귀담아들어라.’라는 주의의 뜻이 담겨 있다. 지금의 聽(들을 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갑골문과 전서의 모습이 너무나 다른 글자들이 많아서 서로 다른 민족의 글자로 보는 이도 있다. 곧 갑골문은 東夷族(동이족)인 우리 선조의 문자이고, 전서부터 내려오는 오늘날의 한자는 漢族(한족)의 문자라는 설이다.

  전서 이후의 聽(들을 청)은 ‘耳(귀 이) + (높을 정- 발음을 나타냄) + (덕 덕)’의 구조로 ‘높은 곳에서 덕담을 귀 기울여 듣는다.’라는 의미에서 출발하였다. 여기에서 悳(덕 덕)은 德(덕 덕)의 본자이다.

  잠시 여기에서 좀 어려운 얘기를 하더라도 용서를 빈다.

  (/)은 발음상 // 계열과, // 계열의 두 갈래 족보가 있다. 전서에서는 뚜렷이 구분이 되지만 오늘날은 편의상 같은 모양으로 쓰고 있다.

  // 계열의 壬()은 ‘人(사람 인) 밑에 土(흙 토)’의 형태로 ‘사람이 높은 토대에 올라가 우뚝 서 있는 모습’으로 ‘우뚝하다, 불룩하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글자는 呈(드릴 정), (조정 정), (뜰 정), (길 정, 정도 정), (들을 청) 등이 있다.

  // 계열의 壬()은 ‘士(선비 사) 위에 丿(삐침 별)’의 형태로 갑골문에서는 工(장인 공) 자와 똑같은 모양으로 썼으며, ‘볼록한 모양’, ‘맡은 일’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글자는 妊(아이 밸 임), (들깨 임), (맡길 임), (품삯 임) 등이 있고,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갑을 병정 무기 경신 임계)의 壬()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들어간 한자어로는 傾聽(경청), 聽力(청력), 視聽覺(시청각), 公聽會(공청회) 등이 있도다.

 

  ‘聞(들을 문)’ 자의 갑골문 형태는 ‘귀가 큰 사람이 꿇어앉아 손으로 입을 막고, 커다란 귀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모양’이다. 귀가 머리 뒤에 붙어 있는 이유는 아마 머리 뒤엣것은 볼 수 없고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소전시대에 오면 엉뚱하게도 門(문 문) 자로 耳(귀 이) 자를 두르고 있다. 문은 외부와의 경계이므로 ‘외부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다.’라는 의미가 된다. 나중에는 코로 냄새를 맡는 것도 ‘聞(냄새 맡을 문)’이라 하여, 聞香(문향)이라 하면 ‘향기를 맡다.’라는 뜻이 된다. 見聞(견문), 所聞(소문), 新聞(신문)이로다.

  ()과 聞()은 똑같은 의미로 보기 쉽지만, 엄밀히 말하며 聽()은 ‘귀 기울여 듣다., ()은 ‘들려오는 소리를 듣다.’의 뜻이다. 영어로 말하면 각각 ‘listen’과 ‘hear’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보면 聽聞會(청문회)란 聽() 자처럼 사전 검증을 위하여 내정자의 목소리를 직접 귀 기울여 듣기도 해야 하고, () 자처럼 국민의 입을 통하여 들려오는 소리, 곧 여론도 듣는 모임으로 해석된다.

 

  ()의 갑골문은 상중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윗부분은 ‘그릇 뚜껑’을, 가운데 부분은 ‘그릇에 담긴 음식’을, 아랫부분은 ‘그릇’을 본뜬 글자이다. 여기의 음식은 바로 ‘짐승의 생살, 회’를 가리킨다. 그래서 이 글자의 첫 뜻은 ‘생선회, 횟감’이라고 할 때의 ‘膾()’의 뜻이었다.

  그런데 그릇에 맛있는 회가 있으니 사람들이 먹고자 모이게 되고, 여기에서 ‘모이다’의 의미로만 쓰이게 되자, 나중에 본뜻을 살리기 위해 (고기 육)을 붙여 膾(회 회) 자를 만들기에 이른다. 갑자기 살아 있는 듯 신선한 生鮮膾(생선회)가 생각난다. (모일 회)의 용례로는 社會(사회), 會合(회합), 展示會(전시회), 理事會(이사회) 등이 있다.

  덤으로 繪() 자는 ‘그림이 있는 아름다운 비단’을 가리켰지만, 繪畫(회화)에서 보듯이 나중에는 ‘그림’의 의미로만 쓰인다.

 

  1988 11월에 최초로 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8.8 개각에 따른 國會(국회) 人事(인사) 聽聞會(청문회)를 살펴본바, 증인 불출석과 자료 미비, 부실 질문, 부실 답변 등의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내정자의 도덕성과 자질은 청와대, 국회, 국세청 합동으로 사전 검증을 통하여 철저히 살피고, 聽聞會(청문회)에서는 그야말로 ‘내정자의 철학과 정책을 듣고[()] 또 듣는[()]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지나온 우리의 民主主義(민주주의) 길을 돌이켜 보면 그때그때 마다 필요한 과정을 절묘하게 겪어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분명한 것은 국민의 지혜가 진화하는 만큼 민주주의도 진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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