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35- 끝없는 미로, 인간의 感情(감정)

끝없는 미로, 인간의 感情(감정)

 

도정 권상호

  봄이 차린 성찬, 봄풀과 봄꽃들……. 그 끝없는 눈의 꼴림과 코의 마비……. 아침 새 지저귀니 귀마저 녹아내린다. 언덕마다 늘어선 개나리는 수많은 금빛 작은 종들을 주저리주저리 매달고서 샛바람 소식 전하고, 뇌쇄적 홍조를 띤 진달래는 얼음 녹아 흐르는 깊은 산골로 유혹하누나. 저런, 얇은 연두색 속옷조차 걸치지 않고 벗고 핀 벚꽃은 열정을 못다 하고 죽어간 발레리나의 넋인가.

  봄은 봄 직한 계절이다. 볼 게 많아 봄. 볼수록 더 보듬고 싶은 봄. 봄의 아름다움에 자지러지고도 보고지운 봄. 이런 계절엔 인간의 感情(감정) 또한 그 끝이 없다.

  (느낄 감)은 마음에 일어나는 모든[()] 작용이다. 감 잡았나요. 感動(감동), 感覺(감각), 感情(감정)이로다.

  (뜻 정)은 본디 性(성품 성) 자와 같이 썼으나, 나중에는 ‘타고난 순수한 성질, 곧 본성’은 ‘性()’으로, ‘밖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은 ‘情()’으로 구분했다.

  지난 호에는 七情(칠정) , 喜怒哀樂愛惡欲(희로애락애오욕)에 젖어 보았것다. 이번 호에는 그 끝없는 미로와 같이 다양한 인간의 감정이나 심정을 나타내는 한자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기쁨’을 뜻하는 글자는 喜(기쁠 희) 외에도 怡(기쁠 이), (기쁠 열), (기뻐할 흔), (기뻐할 환) 등이 있다. (기쁠 희)는 북을 치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이요, (기쁠 이)의 본자는 台(기쁠 태)로 전서에서는 口(입 구) 위에 (써 이)가 있는 형태로 ()가 발음을 나타내며, 목숨[]이 붙어 있으니 기쁜 마음을 나타낸다. 그 소리는 기분이 좋아 내는 소리 /이이/이다. (기쁠 열)의 본자는 兌(기쁠 태)로 사람[]이 입[]을 열고 기뻐서 열나게 웃는 모습을 나타낸다. (기뻐할 흔)은 도끼를 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하품 흠)] 기뻐함이요, (기쁠 환)은 황새[()]처럼 목을 빼고 입을 크게 벌리며 기뻐함을 뜻한다. 喜悅(희열), 怡顔(이안), 悅樂(열락), 欣快(흔쾌), 歡喜(환희)로다.

  ‘성냄’을 뜻하는 글자는 怒(성낼 노) 외에 忿(성낼 분), (성낼 분), (분개할 개) 등이 있다. 忿(성낼 분)은 마음이 갈라져[()] 분한 마음이 생김이요, (성낼 분)은 분한 마음이 솟아오름[()], (분개할 개)는 마음이 이미[()] 떠났음을 뜻한다. 忿怒(분노), 激忿(격분), 憤慨(분개)로다.

  ‘슬픔’을 뜻하는 글자는 哀(슬플 애) 외에, (슬플 비)가 있다. (슬플 비)는 마음이 새의 두 날개[()]처럼 반대쪽으로 뻗치니 슬픈 일이다. 哀歡(애환), 悲哀(비애), 悲鳴(비명)이로다.

  ‘즐거움’을 뜻하는 글자는 樂(즐길 락) 외에 娛(즐거워할 오)가 있다. (즐거워할 오)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글자로 여자[()]와 더불어 머리를 기울여가며[()] 노래하는[()] 모습이다. 喜樂(희락), 娛樂(오락)이로다. 

  ‘사랑’을 뜻하는 글자는 愛(사랑 애) 외에 慈(사랑할 자), (사랑 총) 등이 있다. (사랑할 자)는 끝없는[()] 마음이요, (사랑 총)은 집[()] 안에서 ‘용용 죽겠지?’ 하며 남달리 귀여워하고 사랑함이다. 慈愛(자애), 寵愛(총애)로다.

  ‘미움’을 뜻하는 글자는 惡(미워할 오) 외에 憎(미워할 증), (싫어할 혐) 등이 있다. (미워할 증)은 마음을 시루에 찌는[()] 상태이고, (싫어할 혐)은 여자가 부족한[()] 것을 싫어함에서 생긴 마음이다. 마찬가지로 말이 부족하면 謙(겸손할 겸)이 된다. 憎惡(증오), 嫌惡感(혐오감)이로다.

  ‘욕심’을 뜻하는 글자는 欲(하고자 할 욕), (욕심 욕) 등이 있다. 欲求(욕구), 慾心(욕심), 貪慾(탐욕)이로다.

  七情(칠정) 외에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글자를 살펴볼까나.

  ‘근심’을 뜻하는 글자는 憂(근심할 우), (근심 환), (시름 수) 등이 있다. (근심할 우)는 머리[()]가 마음[()]을 누르니 머뭇거리는[(뒤져서 올 치)] 모습이다. (근심 환)은 마음이 꼬챙이에 꿰인 모습이요, (시름 수)는 ‘시름겨운[()] 마음, 곡식을 말리듯[()] 마음을 말리다.’의 뜻이다. 憂患(우환), 患亂(환란), 愁心(수심)이로다.

  ‘두려움’을 뜻하는 글자는 恐(두려울 공), (두려워할 포), (두려워할 외), (두려워할 구), (두려워할 황), (두려워할 송), (겁낼 겁) 등으로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려울 공)은 마음이 굳어 있는[(굳을 공)] 모양이요, (두려워할 포)는 반대로 마음이 펼쳐져[()] 있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恐怖(공포)란 마음이 굳었다 풀렸다 하는 것이다. (두려워할 외)의 머리는 전서에서 鬼()의 머리였고, 받침은 虎()의 몸통이었다. (두려워할 구)는 작은 새[()]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파르르 떨고 있는 모양이요, (두려워할 황)은 임금[()]을 보고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두려워할 송)은 마음이 묶여[()] 있는 모양이요, (겁낼 겁)은 마음이 약하여 피하는[()] 모양이다. 恐怖(공포), 敬畏(경외), 疑懼(의구), 悚懼(송구), 惶悚(황송), 卑怯(비겁), 惶恐無地(황공무지)로소이다.

  ‘놀라움’을 뜻하는 글자는 驚(놀랄 경), (탄식할 탄), (탄식할 탄) 등이 있다. (놀랄 경)은 말이 공경하듯[()] 위를 보고 놀라는 모양이요, (탄식할 탄)과 嘆(탄식할 탄)은 서로 통하는 글자로 어려운[()] 일을 보고 크게 입을 벌리고[(), ()] 있는 모양이다. 驚歎(경탄), 驚蟄(경칩), 歎息(탄식), 慨歎(개탄), 麥秀之嘆(맥수지탄), 風樹之嘆(풍수지탄)이로다.

  ‘상쾌함’을 뜻하는 글자는 爽(시원할 상), (상쾌할 쾌) 등이 있다. (시원할 상)은 창살을 통하여 빛과 바람이 들어오니 몸[()]이 시원함이요, (쾌할 쾌)는 마음을 터놓아서[()] 상쾌함이다. 爽快(상쾌), 痛快(통쾌)로다.

  욕구가 충족되면 기쁨이 오고, 마음에 거슬림이 없으면 즐거움이 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관한 한자가 가장 어렵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했다. 마음공부에 어디 끝이 있으랴. 감정을 잘 다스리고, 마음 가는대로 틈틈이 익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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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마음공부

첫째 결심[決心]을 잘 하라.
큰 건물도 모두 인간의 마음이 짓는 것이니 마음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일생을 어떻게 살겠다는 결심을 바로 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

둘째 정심[靜心]하라.
들뜬 마음으로 행동하지 말고 명경지수처럼 고요한 마음으로 일을 하라.

셋째 관심[觀心]해라.
미묘한 마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어떤 마음이 어떨 때 일어나는지 관찰을 하라. 마음을 볼 줄 알면 세상일도 보게 된다.

넷째 정심[正心]을 가져라.
정심은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는 마음이다. 마음이 바르게 되어야 모든 일이 바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