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40- 벌레[虫] 이야기 (1)

벌레[] 이야기 (1)

- 매미 될까 나비 될까

 

도정 권상호

  우리는 집 주변은 물론 산과 들, 강이나 바다 등지에서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을 목격하게 된다. 생물학자에 의하면 지구에서 서식하고 있는 생물의 종류는 지금까지 발견되고 이름 붙여진 현존생물만 어림잡아도 동물이 150만 여종, 식물이 50만 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한자에서 동물을 나타내는 부수글자를 살펴보면 虫(벌레 충), (양 양), (개 견), (소 우), (말 마), (새 추), (돼지 시), (조개 패), (발 없는 벌레 치. 해태 치), (범 호), (물고기 어), (새 조), 鹿(사슴 록), (쥐 서), (용 룡), (거북 귀) 등이 있고, 동물과 관련한 글자로 (돼지머리 계), (터럭 삼), (뼈 앙상할 알), (털 모), (발자국 유), (깃 우), (뿔 각), (고기 육), (뼈 골), (날 비), (바람 풍), (가죽 피), (가죽 혁), (다룸가죽 위), (아닐 비) 등이 있다.   그리고 식물을 나타내는 부수글자를 살펴보면 禾(벼 화), (대 죽), (쌀 미), (오이 과), (나무 목), (풀 초), (부추 구), (보리 맥), (삼 마), (기장 서) 등이 있고, 식물과 관련한 글자로 (나무 조각 장), (조각 편), (날 생), (푸를 청), (향기 향) 등이 있다.

  여름철이면 우리는 많은 벌레와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동물 중에서 虫(벌레 충)과 관련한 글자를 살펴볼까 한다.

  벌레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글자는 虫(벌레 충)이다.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한 마리로 표현했으나, 전서에 와서는 벌레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세 마리의 虫()이 모인 蟲(벌레 충)으로 쓰다가, 오늘날 중국 간체자에서는 다시 虫()으로 쓰기 시작했다. 글자 모양은 벌레의 큰 머리 밑에 몸통 및 꼬리가 길게 꿈틀거리며 이어져 있다.

  벌레를 흔히 곤충(昆蟲)이라 하는데, 여기의 昆(형 곤) 자는 ‘해 밑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같다.’에서 <설문>에서는 ‘同(같을 동)’이라 했다. ()은 ‘兄(맏 형)’이나, (벌레 곤)’의 뜻으로 쓰이다가 ‘크다’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큰 산으로 崑崙(곤륜)이 있고, 큰 몽둥이로 棍棒(곤봉)이 있으며, <장자>에서는 상상의 가장 큰 물고기와 새를 일러 鯤鵬(곤붕)이라 했다. 益蟲(익충), 害蟲(해충), 幼蟲(유충), 成蟲(성충), 蟲齒(충치), 寄生蟲(기생충)이로다.

  면벽하고 도를 닦는 禪僧(선승)처럼 나무에 착 달라붙어 있는 곤충으로 蟬(매미 선)이 있다. 오랜 세월의 굼벵이 생활을 청산하고 신비롭게 날개를 달고 나오는 매미의 모습에서 羽化(우화)라는 말이 생겼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인간도 이를 꿈꾸어 神仙(신선)이 되고자 하였으니, 이를 羽化登仙(우화등선)이라 한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蟬吟(선음), 매미의 날개는 蟬翼(선익)이로다.

  모기는 蚊(모기 문)이다. ()은 본디 文身(문신)을 가리키는데, 모기에 물리면 몸에 문신처럼 자국이 생기는 것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을 피하기 위해서는 門() 단속 잘 해야지. 오호라.

  사마귀는 螳螂(당랑)이다. 글자 모양을 보면 사마귀는 堂堂(당당)한 사내[]처럼 생겨 위세가 대단하며, 무술에도 螳螂拳(당랑권)이 있다. 약자가 강자에게 함부로 덤빌 때, <장자>에 螳螂拒轍(당랑거철)이란 고사를 든다.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로 해석 되는데,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빔을 뜻한다. 螳螂之斧(당랑지부)도 같은 뜻으로, 사마귀가 앞다리를 쳐드는 모습이 마치 도끼를 휘두르는 것 같은 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개미는 蟻(개미 의)라고 하며, 개미에게 義(옳을 의) 자를 붙여 준 걸 보면 특별히 인간에게 점수를 많이 받은 곤충이다. 개밋둑은 蟻垤(의질), 개미떼를 蟻軍(의군)이라 한다.

  벌은 蜂(벌 봉)이라 하며, 뾰족한 끝[()]을 가졌기 때문에 夆() 자를 붙였다. 벌을 보면 벌벌 떨지만 꿀의 유혹을 버릴 수 있을까. 꿀을 꿀꺽 삼키다간 속이 뒤집어지는 수가 있으니 조심할 일. ! 꿀벌은 蜜蜂(밀봉), 토종꿀은 韓蜂(한봉), 벌을 기름은 養蜂(양봉), 벌떼처럼 일어남은 蜂起(봉기)로다.

  나비는 蝶(나비 접)이라 하며, 나비의 날개가 나뭇잎처럼 생겨서 (나뭇잎 엽, 지금은 葉으로 씀) 자를 붙여놓았다. 호랑나비는 胡蝶(호접), 노랑나비는 黃蝶(황접)이다. 나비처럼 두 손을 동시에 앞으로 뻗어 물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두 다리를 모아 위아래로 움직이며 발등으로 물을 치면서 나아가는 수영하는 법을 蝶泳(접영)이라 한다.

  이 대목에서 胡蝶之夢(호접지몽)을 빼놓을 수 없다. 장자가 꿈에 호랑나비가 되어 꽃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다가, 깨어나서는 장자가 꿈에 호랑나비가 되었는지 호랑나비가 꿈에 장자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현실과 꿈의 구별이 안 되거나,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줄여서 胡蝶夢(호접몽)이라고도 한다. 그렇다. 장자와 나비도, 너와 나도, 꿈과 현실도, 어제와 오늘도, 삶과 죽음도 구별이 없다. 보이는 것은 단지 만물의 변화 중의 하나일 뿐이다. 후텁지근한 여름 오후에 졸면서 매미소리를 듣다가 보면, 나는 어느덧 매미가 되어 시원한 나뭇가지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物我一體(물아일체)로다.

  일벌레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잠시 일손을 놓고 羽化登仙(우화등선)하여 매미처럼 노래하고 나비처럼 날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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