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43- 새 이야기 (1)

새 이야기(1)

 - 烏()와 鳥(), ()와 鳥() -

도정 권상호

  가을이다. 창공을 나는 새를 보라. 새는 씨를 뿌리지도 열매를 거두지도 않지만, 창공의 무한 자유를 얻고 살아간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새는 날기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뼛속까지 비우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새는 평생 좌우 날개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오늘은 어디 한자 새 타령을 시작해 볼까나.

  새를 우리말로 //라고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새(사이)’를 자유자재로 날며 지배하기 때문이다. ‘새’의 ‘ㅐ’는 본디 이중모음이기 때문에 ‘아이’로 발음했것다. 얼쑤.

 

  새를 가리키는 한자 부수는 隹(새 추), (새 조), (깃 우), (날 비) 등이 있다.

  우선 비슷하게 생긴 鳥(새 조)와 烏(까마귀 오)를 비교해 보자. (새 조)의 머리에 한 획이 더 많은데, 그것은 무엇일까? 새의 눈이다. 그렇다면 까마귀는 눈이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몸도 까맣고, 눈도 까맣기 때문에 눈이 잘 띄지 않으므로 생략한 것이다.^^ 까마귀가 백의민족인 우리에게는 검은 색깔 때문에 凶鳥(흉조)로 대접받고 있으나, 실은 새끼가 자라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孝鳥(효조)로 이름이 나 있다. 까마귀의 효도와 관련한 성어로는 反哺之孝(반포지효), 烏鳥私情(오조사정) 등이 있다. 잘 헌다.

 

  ()는 몸통이 비교적 작고 꽁지가 짧은 새를, ()는 크고 꽁지가 긴 새를 가리킨다. 갑골문, 금문에서는 隹()나 鳥()의 모습이 흡사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둘 다 부리, 머리, 날개, 발톱을 나타내고 있었으나 전서에 와서는 隹() 자의 발톱은 사라졌다. () 자가 예서에 와서는 두 발의 발톱이 점 네 개[(불 화)]로 나타나는데, 불과는 전혀 무관하다. 놀라운 일. 고니는 白鳥(백조), 파랑새는 靑鳥(청조), 꾀꼬리는 黃鳥(황조)로다. 텃새는 留鳥(유조), 철새는 候鳥(후조), 날 새는 飛鳥(비조)로다. 새 발의 피는 鳥足之血(조족지혈), 돌 하나로 새 두 마리 잡으면 一石二鳥(일석이조)로다. 얼씨구.

 

  금문의 시작에 무수히 나오는 隹() 자는 ‘발어사’로서 維(밧줄 유)의 뜻이다. 이때는 ‘維歲次(유세차)~’ 하듯이 //라고 읽어야 한다. 그렇구나.

 

  (비록 수)는 새가 아니다. ‘唯(오직 유)+(벌레 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직 벌레, 곧 도마뱀의 일종이었으나 나중에는 주로 ‘비록’이라는 부사로 쓰이고 있다. 雖然(수연)은 ‘그렇지만, 비록 ~라 하더라도’의 뜻이로다.

  (외짝 척)은 손[()]에 새 한 마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흔히 배를 세는 단위로 쓰이다. 隻手(척수)는 한쪽 손이요, 隻身(척신)은 홀몸을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새든 벌레든 작은 놈은 힘이 약하여 짝지어 놀거나 떼를 지어 논다.

  (쌍 쌍)자는 손에 새를 두 마리 잡은 모양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으로 쓰고 있다.

  (모을 집) 자의 본자는 ()으로 본디 나무 위에 새 세 마리(많다는 뜻)가 앉아 있는 모양이다. 集合(집합), 集會(집회), 集團(집단), 集計(집계), 離合集散(이합집산), 集中豪雨(집중호우)로다.

  (새집 소) 자 위에는 새 새끼 세 마리가 둥지 안에서 목을 내밀고 있다. 중국 고대의 선비 중에 속세를 떠나 나무 위에서 살았던 巢父(소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요 임금이 그에게 나라를 맡기고자 하였으나 이를 거절하였다. 얼씨구. 지금은 없는가? 안철수가 비슷한가?

  (떠날 리)의 갑골문의 자형은 긴 자루가 달린 그물로 새를 잡으려고 하는데 새가 날아가 버리는(떠나는) 모양이다. 分離(분리), 離別(이별), 離陸(이륙), 離合(이합)이로다. 離散家族(이산가족)이여 會者定離(회자정리)란 말이 있으니 너무 서러워 마시라우.

  (섞일 잡)()의 본자인데, 나무[()] 위에 무리[()] 또는 아홉[()] 마리의 새[()]가 모여 있으니 이놈저놈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雜多(잡다), 複雜(복잡), 雜誌(잡지), 雜務(잡무)로다. 

  하늘은 높이 올라가고 물은 깊어만 간다. 구름 걷힌 하늘은 그 끝을 알 수 없고, 여름 내 흐리던 물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세상 찌꺼기를 가라앉히자 호수는 밑바닥까지 속살을 훤히 드러낸다.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다음에는 어떤 새가 날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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