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46- 새 이야기 (4)

새 이야기 (4)

- 새처럼 飛翔(비상)하라  -

도정 권상호

  비 온 뒤의 가을 하늘. 구름 몇 점. 몸도 마음도 가벼워 구름을 타고도 날 것만 같다. 인간은 새처럼 날고 싶어 비행기를 만들고, 말처럼 달리고 싶어 자동차를 만들었다. 연을 만들어 날리거나 열기구를 타고,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일은 모두 인간의 날고 싶은 욕망이 낳은 놀이이다.

  ‘날다.’의 의미를 가진 한자는 ‘飛(날 비), (빙빙 돌며 날 상), (나부낄 번)’ 등이 있다.

  (날 비) 자의 전서를 보면 윗부분은 하늘을 향한 새의 머리 그리고 아랫부분은 몸통과 좌우로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모양이다. 발음이 같은 非(아닐 비) 자도 처음에는 좌우로 벌린 날개를 뜻했으나, 나중에는 두 날개가 상대하여 있다는 데에 착안하여 ‘아니다.’라는 부정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飛鳥(비조), 飛騰(비등), 飛行機(비행기), 是非(시비), 似而非(사이비), 非一非再(비일비재)로다.

  (빙빙 돌며 날 상)은 새가 두 깃[(깃 우)]을 펼치고 상서롭게[(상서로울 상)] 빙빙 돌며 나는 모습이다. 옛날에 牛羊(우양)은 신에게 바치는 최고의 犧牲物(희생물)이었다. 犧牲物(희생물)이란 세 글자에는 공통적으로 牛(소 우) 자가 들어있다. 신에게 제사 지내는 일은 아름답고[(아름다울 미)] 의롭고[(옳을 의)] 상서로운[(상서로울 상)] 일로 생각하여 이 세 글자에는 공통적으로 羊(양 양) 자가 붙어있다. 飛翔(비상)이나 龍舞鳳翔(용무봉상)은 둘 다 상서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독수리 飛翔(비상)의 실제는 먹을거리 탐색을 위한 정찰일 테지. 허걱. 

  (날 번)과 翻(날 번)은 같은 글자이다. (번 번)은 ‘1(), 2()…’ 처럼 순서나 횟수를 나타낸다. 원래는 밭[()]에 남겨진 짐승의 발자국[(분별할 변)]을 뜻했다. 짐승 발자국을 살펴보면 무슨 짐승이 몇 번이나 번갈아 밟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리하여 飜(날 번) 자는 새가 번갈아 날갯짓을 함을 뜻하다가 요즈음은 ‘飜譯(번역)’의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된다.

  댓살을 종이에 붙여 허공에 날리는 ‘연’과, 공중을 맴돌며 정찰하는 새 ‘솔개’는 둘 다 똑같이 ‘鳶(솔개 연)’ 자를 쓴다. () 자에 弋(주살 익) 자가 붙어있는 까닭은 연을 날릴 때에는 주살처럼 기다란 실을 매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살이란 오늬에 줄을 매어 쏘는 화살을 말하고, 오늬란 화살이 시위에 끼도록 칼로 에어 낸 부분을 가리킨다. 연은 까불지 않고 軟()하게 나는 특징이 있다. 솔개도 그렇다. 그러나 연이 꼬꾸라질 때는 솔개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사정없이 땅에 머리를 처박고 만다. ‘軟(연할 연)’ 자의 구성이 재미있다. 수레[()]를 타고 가면서 음료를 마실 때에는 엎지르지 않기 위해서 柔軟(유연)하게 마셔야[()] 한다는 권고가 담겨 있다.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속에 고기가 뛰어노는 것을 鳶飛魚躍(연비어약)이라 한다. 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광경인가.

  봄이면 북쪽으로 날아오고, 가을이면 남쪽으로 날아가는 제비를 뜻하는 글자는 燕(제비 연)이다. () 자를 火() 부수에 올려놓은 것은 코미디이다. 갑골문 자형은 제비 모습 그대로인데, 가위처럼 생긴 꼬리가 ()로 변했을 따름이다. (물고기 어)도 꼬리가 ()로 변한 예이다. 燕雀(연작)은 제비와 참새로 도량이 좁은 사람을 비유한다. 저고리의 뒤 아래쪽이 갈라져 제비 꼬리같이 생긴 서양식 예복을 燕尾服(연미복)이라 한다. 발음이 같은 이유로 燕()은 宴(잔치 연)과도 의미가 상통한다.

  제비와 반대로 봄이면 북쪽으로 날아가고, 가을이면 남쪽으로 날아오는 기러기를 나타내는 글자에는 雁(기러기 안)과 鴻(큰 기러기 홍)이 있다. 글자 모양으로 보면 雁(기러기 안)은 언덕[()] 위를 날고, (큰 기러기 홍)은 江() 위를 나는 기러기이다. //이라는 발음은 ‘크고 넓음’의 뜻을 지닌다. 큰물은 洪(큰물 홍)이요, 큰 벌레는 虹(무지개 홍)이다. 弘益人間(홍익인간)의 弘(넓을 홍)은 드넓음을 뜻한다. ‘남의 형제’를 높여서 雁行(안항)이라고 하는데, 이는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의 모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리고 철따라 이동하는 기러기가 먼 곳에 소식을 전한다는 뜻에서 便紙(편지)를 일컬어 ‘雁書(안서), 雁信(안신), 雁札(안찰)’이라고도 한다. 큰 은혜는 鴻恩(홍은), 큰 덕은 鴻德(홍덕), 큰 뜻은 鴻志(홍지), 잘 쓴 글은 鴻筆(홍필), 학식이 높은 사람은 鴻學(홍학)이라 한다. 잘 헌다.

  들에 핀 국화와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아 가을이다. 제비는 돌아가고 기러기는 찾아왔다. 오는 손님 말리지 말고, 가는 손님 붙잡지 말라고 했던가. 나는 믿음직한 텃새와 더불어 겨울 채비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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