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50- 壬辰年(임진년) 黑龍(흑룡) 이야기

壬辰年(임진년) 黑龍(흑룡) 이야기

 

도정 권상호

  임진년(壬辰年) ()의 해가 열렸다. 올해의 용은 용 가운데에서 黑龍(흑룡)에 해당한다. 임진년(壬辰年)의 임()이 방위로는 ‘북방’, 오행으로는 ‘물’, 색깔로는 ‘黑()'에 해당하고, () 12지 중에서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 龍()을 가리킨다.

  그럼 龍() 자 이야기부터 풀어 볼까나. 처음의 立()은 ‘辛(매울 신)’의 변형이다. ()에 머리에 붙은 辛()은 당연히 용의 날카로운 뿔을 가리킨다. ()은 본디 ‘죄인을 다스리는 형구’의 뜻이었으나 지금은 ‘맵다’, ‘고초’, ‘고난’, ‘겨우’ 등의 의미로 쓰인다. ‘매운 辛()라면’, ‘辛辣(신랄)한 비평’, ‘辛勝(신승)’이로다.

  ()이 뜻하는 고난을 뚫고 나가야 幸(행복 행)이 오고, 늘 새로운[()] 삶을 누리며, 나아가 이웃과 親()할 수 있고, 마침내 목표에 達(통달할 달)할 수 있다. 

  다음으로 龍() 자 밑의 ‘月()’은 당연히 肉(고기 육)의 생략형으로 용의 몸을 가리킨다. 모양은 月(달 월)과 같으나 여기서는 ‘고기 육’이다. (기를 육) 자의 발음은 분명히 //이고 자식에게 고기를 먹여 기른다는 뜻에서 온 글자이다. 한자에 ‘月’이 붙어 있으면 우선으로 ‘달’이 아니라 ‘몸’을 생각해야 한다. (팔 완), (다리 각), (팔뚝 굉), (겨드랑이 액), (넓적다리 고), (무릎 슬), (사지 지), (입술 순), (어깨 견), (가슴 흉), (허리 요), (배 복), (밥통 위), (간 간), (쓸개 담), (창자 장), (음문 질), (살찔 비), (뇌 뇌)……. 허걱, 숨차네. 달에 해당하는 글자는 朔(초하루 삭), (보름 망), (밝을 명) 등 몇 자에 불과하다. 메롱.

  그런데, () 자의 재미는 오른쪽에 있다. , ‘卜(점 복) + (자기 기) + (석 삼)’의 구조로 自己(자기) 자신을 세 가지로 점을 치고 있는 내용이다. (고칠 개) 자가 자기 자신부터 고쳐야 함을 깨우쳐주듯이, (용 용) 자도 ‘자기 자신부터 점칠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란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거, 현재, 미래’, ‘전생, 현생, 내생’, ‘하늘, , 사람’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龍()은 나의 과거, 현재, 미래, 나의 전생, 현생, 내생은 물론, 하늘, , 사람의 이치를 다 알고 있는 상서로운 동물이렷다. 용용 죽겠지.

  ()은 이처럼 무소불위의 힘과 권능을 가지고 있으니, 어찌 천자나 왕이 자신의 상징으로 사용하지 않겠는가. 龍顔(용안), 龍座(용좌), 龍床(용상), 龍車(용거)로다.

  ()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 종류에 따라 형태와 성질도 다양하다. 우선 방위에 따라서는 용의 색깔로 구분되는데, 동방의 용은 靑龍(청룡), 남방의 용은 赤龍(적룡), 중앙의 용은 黃龍(황룡), 서방의 용은 白龍(백룡), 북방의 용은 黑龍(흑룡)이다.

 그리고 특성에 따라서는 비늘이 있는 蛟龍(교룡), 날개를 가진 응룡(鷹龍), 빛이 붉고 양쪽에 뿔이 있는 새끼용인 규룡(叫龍), 빛이 노랗고 뿔이 없으며 이무기라고도 하는 이룡(螭龍), 이무기가 변하여 된다는 蛇龍(사룡), 승천하지 않고 땅에 서려 있는 반룡(蟠龍), 물에 잠겨 있는 용이란 뜻으로, 아직 임금이 되지 않았음을 뜻하기도 하는 潛龍(잠룡), 숨어 있는 용이라는 뜻으로, 은거하여 세상에 나오지 않는 재사(才士)나 준걸을 뜻하는 伏龍(복룡), 누워 있는 용이란 뜻으로, 앞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나 때를 만나지 못한 큰 인물을 가리키는 臥龍(와룡), 하늘을 나는 용의 뜻으로, 성인이나 영웅이 천자의 지위에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飛龍(비룡) 등이 있다.

  중국 전설에 용생구자(龍生九子)가 있다. 용이 낳았다는 아홉 자식을 가리키는 말인데, 각각 그 모습과 성격이 다르고 진정한 용은 되지 못했다. 이를 일러 ‘龍生九子不成龍’(용생구자불성룡)이라 하며, 형제들의 성격이 서로 다를 때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좌우단간 용은 용하다. 천지사방으로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고, 천변만화하여 변화하지 못하는 모양이 없다.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용을 물과 가장 관계 깊은 신으로 생각했다. 우리 선조는 용을 순우리말로 ‘미르’라고 했으니, 이는 ‘물’이란 뜻이다. 용은 때에 따라 안개로, 구름으로, 비로 변신한다. 용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는 辟邪進慶(벽사진경)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용은 군주에게는 호국신으로, 어부에게는 해신으로, 불교에서는 호법신으로 나타난다.

  2012년 흑룡 물해에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있다. 모두 물날인 수요일에 치러진다. 공교롭게도 남북한이 모두 龍座(용좌)의 새 주인을 모시는 해이다. 두 용이 만나 하나 되는 경사, 두 물이 만나 합수되는 축복을 빌어 본다. 나의 신년 화두는 蛟龍得水(교룡득수)이다. 교룡이 물을 얻는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를 잡음을 이르는 말이다.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다. 국민이 뽑아놓고 욕할 게 아니라 잘 뽑아서 기분 좋게 살아보자. 새 정치가를 잘 뽑았다는 태산 같은 자부심과, 잘못은 내 탓으로 돌리는 잔디 같은 겸손함으로 살아보자. 미더운 미르의 가호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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