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자료

노원신문 52- 가죽 이야기- 皮(피), 革(혁), 韋(위) -

가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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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 권상호

  이번 겨울은 여느 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윤삼월이 들어있기 때문인가.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가.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옛말이고 요즘은 오한삼온(五寒三溫)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춥다. 추위를 막기 위하여 인간은 따스한 옷을 찾게 되는데, 오늘은 그 중 가죽옷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우선, 가죽이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는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질긴 껍질을 가리키고, 나아가 동물의 몸에서 벗겨 낸 껍질을 가공해서 만든 물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가죽을 가리키는 한자로 皮(가죽 피), (가죽 혁), (가죽 위) 등이 있다.

  (가죽 피) 자는 금문에서 처음 보이는데, 짐승의 머리, , 꼬리에 사람의 손이 쓰여 있다. 이 손은 짐승을 가죽을 가리키거나, 벗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皮(가죽 피)는 ‘털이 붙어 있는 가죽’ 또는 ‘껍질, 겉’을 가리킨다. 우리말 ‘가죽’은 ‘갖’에서 왔다. ‘갖신, 갖옷, 갖바치, 살갗’ 등의 용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갖, , 껍질, 껍데기’ 등은 발음에서도 동질성이 느껴진다. 皮膚(피부), 皮革(피혁), 皮帶(피대), 皮相的(피상적), 皮骨相接(피골상접)이로다.

  (가죽 혁) 자도 금문에서 처음 보이는데, ‘완전히 벗겨서 햇볕에 말린 가죽’을 가리킨다. () 자에서처럼 짐승의 머리, 몸통, 꼬리 모양은 해서에서도 그대로 남아있다. 가죽을 벗겨서 뒤집은 놓은 모습에서 ‘고치다, 완전히 바꾸다’의 의미도 생겼다. 革帶(혁대), 改革(개혁), 革新(혁신), 革命(혁명)이로다.

  (가죽 위) 자는 갑골문에서부터 사용하던 글자로, 지금의 해서 모양과 별 차이가 없다. ()는 펼쳐놓은 생가죽이고, 위아래의 글자는 가죽을 밟으며 빙빙 돌고 있는 발의 모습이다. 그래서 韋()는 ‘다룸가죽’을 뜻한다. 동물의 생가죽을 매만져서 부드럽게 만드는 일을 ‘무두질’이라고 하는데, 이 무두질의 발달이 명품의 탄생을 가져왔다. 韋編三絶(위편삼절)이란 말이 있다. 종이가 없던 옛날에는 대나무에 글자를 써서 가죽끈[]으로 묶은 책을 사용했었는데, 공자가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데에서 비롯한 말이다. 讀書百遍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 곧 뜻이 어려운 글도 자꾸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가죽 피)에서 파생한 글자들을 찾아보자.

  (입을 피)는 ‘옷[()]을 입다’에서 ‘당하다’의 의미로 발전했다. 被動(피동), 被害(피해), 被拉(피랍), 被殺(피살), 被告(피고)로다. (피곤할 피)는 피부를 보면 지친 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글자이고, 또 병으로 발전할 우려가 크다. 疲困(피곤), 疲勞(피로), 疲弊(피폐)로다. (저 피)는 조금 떨어져[(조금 걸을 척)] 있다는 것에서 뜻이 생겼다. 彼此(피차), 彼我(피아), 彼岸(피안)이로다.

  물의 겉은 波(물결 파), 흙의 겉은 坡(언덕 파), 돌의 겉을 부수면 破(깰 파),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면 頗(기울 파, 자못 파)이다. (물결 파)를 활용 예로는 波紋(파문), 波動(파동), 波濤(파도), 風波(풍파), 餘波(여파) 등이 있고, (언덕 파)의 활용 예로는 경기도 坡州市(파주시), 한국 음악가 洪蘭坡(홍난파), 중국 문인 蘇東坡(소동파) 등이 있다. (깰 파)의 활용 예로는 突破(돌파), 打破(타파), 破局(파국), 破壞(파괴) 등이 있고, (기울 파, 자못 파)의 활용 예로는 偏頗(편파), 頗多(파다) 등이 있다.

  (가죽 혁)에서 파생한 글자들을 찾아보자.

  (가죽신 화) 자는 가죽이 변하여 생긴 신이다. 洋靴(양화), 短靴(단화)로다. (신 혜)는 가죽 창이 홀[(홀 규)]처럼 생긴 데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竹杖芒鞋(죽장망혜)로다. 이는 대지팡이와 짚신이라는 뜻으로, 먼 길을 떠날 때의 간편한 옷차림을 이르는 말이다. (안장 안)은 가죽으로 만든 편안한 자리이다. 그대, 말이나 자전거를 탈 때, 鞍裝(안장)의 고마움을 아는가. (굳은 공)은 굳은[(굳을 공, 묶을 공)] 가죽이다. 기초를 鞏固(공고)히 해야 탈이 없는 법. (굽힐 국)의 鞠躬盡力(국궁진력)이란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한다는 의미이고, (채찍 편)의 鞭撻(편달)은 채찍질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韋(가죽 위)에서 파생된 글자들을 살펴보자.

  (둘레 위) 자의 모양을 보면 무두질하면서 둘레를 빙 도는 모습이 보인다. 周圍(주위), 範圍(범위)로다. (지킬 위)는 무두질하듯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防衛(방위), 衛生(위생), 衛星(위성), 衛正斥邪(위정척사)로다. (훌륭할 위)는 본디 무두질 잘하는 사람의 뜻이었다. 偉大(위대), 偉容(위용), 偉人(위인)이로다. (씨 위)는 실을 두루 감은 모습이다. 緯度(위도), 經緯(경위)로다. (어길 위)는 빙빙 돌아다니면서 違法者(위법자), 違反者(위반자)를 검거하는 모습이다. 

  추운 겨울에 정작 구하고 싶은 것은 가죽옷이다. 놀랍게도 求(구할 구)는 裘(갖옷 구)의 본자였다. 갑골문과 금문의 자형은 가죽옷 모습 그대로이다. 나중에 ‘구하다’의 의미로 바뀌자, 본뜻을 살리기 위해 따로 형성자에 해당하는 裘(갖옷 구) 자를 만들었다. 求職難(구직난)이 심하다. 求道者(구도자)의 자세로 살아야 할 판이로고…….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가 벗은 몸을 가린 것이 무화과 나뭇잎이었다. 창세기 3 21절에는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라는 말씀이 있다. 그런데 동물보호 단체에서는 가끔 가죽옷을 입느니 차라리 벗고 다니겠다면서 거리를 누드로 활보하기도 한다. 누드도 따지고 보면 자연 가죽옷을 입은 상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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