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어느 시인의 시집에 나타난 내 모습

<손목시계> 김민홍 - 시 속의 수월은 나의 한글 호이다.


북한강 근처


노을도 없이 날이 저물었다.

텅 빈 강가에 나는 다시 서 있었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펄럭이며

흘러가는 강에게 한 사내가

두 손을 흔들었다.

시간에게 손을 흔드는 것일까.

세상은 흘러가는 것.

듬성듬성 초록빛이 감도는 강이

어둡게 깊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젖어 세상에게

작별을 하고 돌아서면

다시 세상 속을 흘러가고 있는 강

강물은 흘러가서 강이다.

사랑도 흘러가야 사랑이다.

라고 쓰다보면 가슴에 노을이 뜬다.

죽음도 수월하게 건너고 싶다고

호를 수월로 지은 한 서예가를 생각했다.

아주 수월하게 웃는 당신도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난

한 번도 수월한 적이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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