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근처
노을도 없이 날이 저물었다.
텅 빈 강가에 나는 다시 서 있었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펄럭이며
흘러가는 강에게 한 사내가
두 손을 흔들었다.
시간에게 손을 흔드는 것일까.
세상은 흘러가는 것.
듬성듬성 초록빛이 감도는 강이
어둡게 깊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젖어 세상에게
작별을 하고 돌아서면
다시 세상 속을 흘러가고 있는 강
강물은 흘러가서 강이다.
사랑도 흘러가야 사랑이다.
라고 쓰다보면 가슴에 노을이 뜬다.
죽음도 수월하게 건너고 싶다고
호를 수월로 지은 한 서예가를 생각했다.
아주 수월하게 웃는 당신도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난
한 번도 수월한 적이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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