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식묵가(植墨歌)

* 붓글씨 쓰는 일은 먹을 종이에 심는 일이다. 따라서 이를 植墨이라 표현해 본다.

어허 저차 벗님네야 이내 말씀 들어보소.
천지지간 만물지중 인간으로 태어나서
하늘을 경외하고 산천경개(山川景槪) 벗을하며
위로는 부모 공경 아래로는 자식 사랑.

남쪽하늘 청제께서 봄입김을 불어오니
머언 산의 눈이 녹아 논과밭을 적시누나.
이 때가 어느 때뇨 만화방창(萬化方暢) 청명절
물고기는 폴짝 뛰고 벌레들은 꾸물퉁.

사월이라 한식날 찬밥으로 불조심을
성묘를 한답시고 이산저산 불을 내면
조상의 혼령인들 어찌 편히 쉴 것이며
이산저산 초목들도 화마에 치를 떠리.

식목일에 산에 올라 실화로 불을 내니
일년 초목 얻은 대신 백년 교목 죽음일세.
나무심기 좋다지만 가꾸는 일 더 중요해.
세월이 이룬 공(功)도 불타버림 그만인 걸.

그대에게 권면하니 자연을 사랑커든
사랑을 핑계삼아 못살게 굴지말게.
자연은 말 그대로 버려둠이 제일이니
긁어서 부스럼냄 이를 두고 이름일세.

청화경명(淸和景明) 고운 날에 서재에 정좌하여
시 읊으며 뜯 돋우고 화첩보며 흥 일구세. 
아침 햇살 은빛 선지 비단보다 고운 살결
네 귀퉁이 옥빛 서진 반갑다 맞이하네.

맑은 물에 붓을 담가 녹녹히 만든 후에
먹 갈아 심전경작(心田耕作) 시심에 빨려든다.
붓잡아 긋는 순간 몰입에의 무한 경지
흑백의 앙상블에 붉은 인주 벗하자네.

산야에 식목보다  화선지에 식묵(植墨)하세.
종이 위에 글씨 뿌려 영근 인생 거둬보세.
먹꽃이 활짝피고 먹향기가 진동하니
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 선경이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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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인간이 자연을 버리면
자연이 인간을 버린다.

환경은 문화요 삶이다.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따지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