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2019 기해년 이야기(작업 중)

己亥年(기해년) 이야기

- 기해년의 문자학적 해석 -

                                                                                     도정 권상호

 

2018년 戊戌年(무술년)에 이어, 2019년 己亥年(기해년)이 다가오고 있다. 己亥(기해)는 干支(간지)로 볼 때, 己(기)는 10개의 天干(천간) 중 6번째에 해당하고, 亥(해)는 12개의 地支(지지) 중 12번째에 해당한다.

대표

己자의 갑골문 형태

己(기)로 시작하는 해의 西曆(서력) 끝자리는 ‘-9’년이 된다. ‘기미년 3·1독립만세운동’은 1919년의 일이고, 임진왜란 이후 단절되었던 국교를 재개한 ‘기유약조’는 1609년의 일이었다. 정여립이 역모를 꾀하였다 하여 많은 동인계(東人系)가 피해를 당한 ‘기축옥사’는 1589년의 사건이고, 남곤·홍경주 등의 훈구파에 의해 조광조 등의 신진 사류들이 숙청된 사건인 ‘기묘사화’는 1519년의 사건이었다.

대표

亥자의 갑골문 형태

그리고 亥(해)로 끝나는 해, 곧 亥年(해년)은 12로 나누면 모두 ‘3’이 남는다. 해년은 을해, 정해, 기해, 신해, 계해 등의 5가지 경우가 있다. 예컨대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쑨원을 대총통으로 하는 중화민국을 탄생시킨 辛亥革命(신해혁명)은 1911년의 일인데, 1911을 12로 나누면 3이 남는다. 2019년 己亥年(기해년)도 마찬가지다.

우리 人間(인간)은 곧 時間(시간)과 空間(공간)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를 거역하지 못하고 이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이 몸담고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주, 이 宇宙(우주)의 ‘宇(우)’ 자는 ‘무한한 공간’을 나타내고, ‘宙(주)’ 자는 ‘끝없는 시간’을 가리킨다.

우주의 한 부분인 지구상에는 생물들이 살고 있고, 그 생물은 크게 식물과 동물로 나뉜다. 식물의 일생은 十干(십간)에 나타나고, 동물의 일생은 十二支(십이지)에 나타난다. 따라서 十干(십간)은 하늘의 표상이요, 十二支(십이지)는 땅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干(간)’ 은 나무의 줄기[幹(간)]의 뜻으로 ‘乾(건)’ 곧, '하늘[天(천)]'을 상징하며, ‘支(지)’는 나뭇가지[枝(지)]의 뜻으로 ‘坤(곤)' 곧, 땅[地(지)]’를 상징한다.

땅에서 자라는 식물은 한결같이 하늘을 바라보며 자라고 있으니 하늘과 관계가 있고 동물은 땅을 바라보고 살고 있으니 땅과 관계가 있다. 그래서 十干(십간)을 天干(천간)이라고도 하고, 十二支(십이지)를 地支(지지)라고도 하는 것이다.

①十干(십간) 속에는 ‘수렵 생활의 모습’이 훤히 드러난다. 甲(갑)은 가죽옷, 乙(을)은 새나 물고기, 丙(병)은 도마 또는 구이 돌판, 丁(정)은 돌덩이나 쇳덩이, 戊(무)는 자루가 긴 도끼나 창, 己(기)는 기다란 끈, 庚(경)은 무기 보관대, 辛(신)은 짧은 칼이나 송곳, 壬(임)은 남겨 둔 먹거리, 癸(계)는 화살 등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수렵에 이은 농경사회에서는 十干(십간)을 ‘식물의 일생’으로 보았다. 甲(갑)은 갑갑한 껍질을 뚫고 싹트는 씨앗의 모습, 乙(을)은 온기를 받아 씨앗이 땅을 뚫고 나오는 모습, 丙(병)은 땅속에서 나온 싹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자라는 모습, 丁(정)은 튼실하게 우뚝 자라나는 모습, 戊(무)는 성숙하여 무성한 모습, 己(기)는 열매 맺어 드리운 모습, 庚(경)은 추수하는 도구, 辛(신)은 열매를 쪼개는 도구, 임(壬)은 종자 씨, 癸(계)는 나눔과 파종 등의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己亥年(기해년)의 己(기)자는 두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해만 바라보며 열심히 자라온 식물이 지금까지 자기의 뿌리를 붙잡아 준 대지에게 감사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하나이고, 그러한 아름답고 겸손한 모습이 ‘나’이기를 바람에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자 자형에서 긴 것은 구부려 표현하는데 己年(기년)의 己(기)자는 ‘기다란 끈’의 모양으로 오래 기억하기 위해 끈이나 새끼 따위로 매듭을 지은 이른바 '結繩(결승)'을 뜻한다. 네 번 구부렸으므로 매우 길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말을 기억하기 위해 나중에 만든 글자가 ‘기록할 記(기)’이고, 법칙이나 규칙을 비단에 기록하여 기억하는 것은 ‘실마리 紀(기)’이다. 어떤 날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일은 ‘記念日’로 써도 좋고, ‘紀念日’로 써도 무관하다. 起(기)자의 己(기)는 본래 뱃속의 태아를 뜻하는 巳(사)였으나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己(기)로 바꾸었다. 태아가 걷기[走] 위해서는 태어난 뒤에도 일어나야 가능하다는 뜻에서 ‘일어나다’의 뜻이 되었다. 한 생명이 태어나 일어남은 가장 큰 祈願(기원)이며, 氣運(기운)이 있어야 가능하다.

②十二支(십이지) 속에는 시간을 상징하는 12지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12지신을 통하여 하루 12때, 12개월 등을 나타냈다. 십이지에서 亥(해)는 마지막 시간이다. 하루의 마지막이고 한해의 마지막이다. 亥時(해시)는 오후 9시에서 11시까지이고, 亥月(해월)은 음력 10월을 가리킨다. 그런데 음력 시월은 마지막이 아니지 않은가. 은나라 때에는 밤이 가장 긴 冬至(동지)가 들어있는 음력 11월을 새해로 보았기 때문에 10월이 마지막 달이 되는 것이다. 亥(해)자의 갑골문을 살펴보면 머리와 발 및 꼬리가 달린 돼지를 그리고 있는데, 발이 잘린 까닭은 한해의 마지막에 감사 제사에 쓰기 위해서였다.

2019년이 돼지해인 이유는 己亥(기해)라고 할 때의 亥(해)자 때문이다. 그런데 왜 돼지해라고 하면 ‘복’으로 인식하는가.

첫째, 발음으로 보면 ‘돼지’는 ‘되지’의 음성 상징으로 무한 긍정의 의미가 담겨있다.

둘째, 돼지의 한자 발음은 ‘豚(돈)’이다. 돈보다 귀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가.

셋째, 돼지는 입만 열면 꿀이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꿀꿀’하며 소리내기 때문이다.

2019년이 돼지 중에서도 황금돼지해인 것은 己(기)자가 五色(오색) 중에서 黃(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五方(오방)으로는 中央(중앙)을, 五行(오행)으로는 土(토), 節氣(절기)로는 四季(사계)에 두루 미치기 때문에 기해년을 특히 좋아하는 것이다.

결혼업계도 황금돼지해를 맞아 예비 부부 고객이 늘 것으로 보고 채비를 하고 있단다. 실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혼인율이 가장 높았던 해가 2007년 정해년으로 혼인 건수가 34만4000건이었다. 새해에는 인구절벽에서 벗어나 多婚多産(다혼다산)의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금돼지해, 기해년에는 나라와 국민의 살림이 확 트이길 기도한다.

*주: 四方上下謂之宇, 往古來今謂之宙. <淮南子>

*주: 麻立, 居西, 檀君王, 칭기즈, king’ 등의 밑줄 친 부분은 ‘干’의 발음과 같거나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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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2019吉慶生肖 : 2019년은 행운의 띠. *여기에서 '吉慶(길경)은 '길하고 경사스럽다'는 뜻이고, '生肖(생초)'란 '나타나는 이미지', 곧 '상징(象徵)하는 상(像)'을 뜻한다.

Year of the Pig!: '돼지띠'를 영어로 표현해 본 것이다.

猪事順利(저사순리) : 돼지해의 일들이 순리대로 잘 풀리길...
金猪呈祥(금저정상) : 황금 돼지가 상서로움을 드리나이다.
金猪賀歲(금저하세) : 황금 돼지가 새해에 축하합니다.
金猪納福(금저납복) : 황금 돼지가 집안에 복을 불러드리길...
金猪送福(금저송복) : 황금 돼지가 (그대에게) 복을 보내옵니다.
福猪臨門(복저임문) : 복된 돼지가 (당신의) 문에 이르렀습니다.
祥猪控門(상저항문) : 상서로운 돼지가 문 앞에서 아뢰나이다.
己亥吉祥(기해길상) : 기해년의 행운을 빕니다.
己亥好運(기해호운) : 기해년에는 좋은 행운이 넘치길...
亥年豚夢(해년돈복) : 돼지해에 돼지 꿈을 꾸시길...
猪年大吉(저년대길) : 돼지해의 큰 행운이 있기를...
猪年吉祥(저년길상) : 돼지해의 행운이 함께하길...
 

五福臨門(오복임문) : 오복이 집 앞에 다다르고
四通八達(사통팔달) : 소통이 잘 되길 바랍니다. * 무슨 일이든 막힘이 없기를 바라는 말.


讀書勇創千秋業(독서용창천추업) : 책을 읽으면 천 추의 대업을 씩씩하게 창조할 수 있고
勤勞可招萬里財(근로가초만리재) : 부지런히 일하면 만 리의 재물을 불러들일 수 있다.


---------------- 평소에도 사용할 수 있는 성어

和合相生(화합상생) 화합하여 서로 살아나게 함.
互惠共生(호혜공생) 서로 도우며 함께 삶.
一路同行(일로동행) 한 길로 함께 가다.
携手同行(휴수동행) 손잡고 함께 가다.
同行走遠(동행주원) 함께 갈 때 멀리 갈 수 있다.
遠行以衆(원행이중)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結伴同行(결반동행) 짝을 맺어 함께 가다.
麗澤相注(이택상주) 두 개의 잇닿은 연못이 서로 물을 대주며 마르지 않는 것처럼 서로 협력하고 도움을 줌. <주역> 여기에서는 麗를 /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同舟共濟(동주공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감.
同心協力(동심협력) 한마음으로 협력하다.(高麗史節要 13권 / 明宗光孝大王)
壽福康寧(수복강녕) 오래 살고 행복을 누리며 건강하고 편안함.
壽山福海(수산복해) 수명은 산과 같이 오래고, 복은 바다처럼 많기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