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62- 예측(豫測) 가능한 약속(約束) 시대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62

예측(豫測) 가능한 약속(約束) 시대

 

 

大韩民国 书法家 涂丁 权相浩

dàhánmínguó shūfǎjiā túdīng quánxiānghào

 

옷은 각자 자신의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하여 입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류는 네트워크(network) 시대를 열면서 자기 몸을 감싸기 위한 육신의 옷 외에, 지구촌 전체를 덮을 만한 또 하나의 정보 그물(net) , 생각의 옷을 더 걸치고 살아가고 있다.

기업이나 국가에서는 인터넷, 모바일, SNS에 드러나는 빅데이터 분석 자료에 의거하여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거나 정책을 수립한다. 그리고 그 성공 가능성도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통해 예측해 보고 난 뒤에 투자를 결정하고, 정치에 반영한다. IT의 발달에 의한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미래 예측가가 아니더라도 예측이 가능한 약속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일상을 파고들어가 보면 미래지향적 비전과는 달리 너무나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맞춤형 프로젝트가 없이 대충대충 랜덤스타일로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 세계 보급률 6위에 올랐다고 하지만, 일상의 작은 행사마저도 예측 가능한 일이 없다.

이를테면 대형 정부 공약 사업은 물론 여러 지자체 공사가 예상을 빗나가 세금을 축내고 있다. 작게는 자녀 결혼식에 하객 몇 명이 올지, 동창회, 향우회, 등산모임 등에 몇 명이 참가할지 예측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초대에 대한 참석과 불참의 아무런 대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뜻밖의 비용이 들어가 가계 부채에 부채질하고 있다.

만약 모 식당에서 예약 손님으로만 운영을 할 수 있다면, 주인은 좀 더 신선한 식자재를 제때에 제공할 수 있어서 좋고, 고객은 준비된 서비스를 받으며 질 좋은 식감을 누릴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식당측은 유용한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되고, 빗나간 예측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좋다. 일 년에 한번쯤은 그 수익의 일부로 예약 손님을 위한 감사의 자리라도 베풀어 준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물론 이러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인과 고객 간에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폰을 들고 살면서도 참가 인원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주먹구구식 생활이 과연 옳은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여기서는 예측(豫測)’ 가능한 약속(約束)’ 시대를 꿈꾸며, 이 두 말에 투영된 의미를 밝혀보고자 한다.

미리 예()’의 진실을 찾으려면 ()’ 자의 앞에 있는 나 여()’ 자의 DNA를 분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생뚱맞게도 베틀에 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 여()’ 자가 베틀 부품의 하나인 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용두머리, 도투마리, 잉앗대, 바디, ... 이러한 말들이 이제는 낯선 낱말로 들리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어머니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베틀의 부분명칭이었다. 누구나 옷을 입고 다니면서도 길쌈이라는 어휘가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삼베, 모시, 무명, 명주 따위의 피륙을 짤 때 사용하던 길쌈이란 말이, 이제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를 지나 기능성 섬유인 스마트 섬유와 초극세사 나노섬유까지 나오고 있으니 잊힐 만도 하다. 베 짜는 일은 식량 생산 다음으로 농가의 중요한 일이었고, 베틀은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천을 만드는 틀이었지만 이제는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었다.

흔히 날씨라 하면 기상 상태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베의 날씨이다. <번역박통사(飜譯朴通事)>에는 날과 씨를 경위(經緯)’라 했다. 그러니까 피륙을 짜거나 짚신을 삼을 때, 세로로 놓는 실은 이고, 가로로 놓는 실은 라는 말이다.

경위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주의해서 써야 한다. ‘직물의 날과 씨’ ‘사건의 경위를 말할 때는 경위(經緯)’로 쓰지만, ‘경위가 밝다’ ‘경위가 분명하다라고 할 때는 경위(涇渭)’로 쓴다. 경위(涇渭)사리의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의 뜻으로 중국의 징수이(涇水)와 웨이수이(渭水)라는 강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경수는 늘 흐리고 위수는 늘 맑은데, 이 두 강물은 시안(西安) 근처에서 만나 멀리 흐르는 동안에도 맑고 흐림이 구별된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말이다.

날실과 씨실이 한 땀 한 땀 지날 때마다 서로 교차하며 엮여서 천이 된다. 베틀로 베를 짤 때는 먼저 날실을 베틀에 올리고, 나중에 씨실을 날실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이다. 이때 이라는 매우 유용한 도구를 사용하여 씨실을 날실 사이에 통과시키면서 옷감을 짜 나간다. 물론 천의 가장자리 부분은 올이 풀리지 않게 짜야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는 매듭’, 한자어로는 식서(飾緖)’라 한다. ‘매듭은 통상 실의 매듭을 뜻하지만, ‘사태를 매듭짓다에서처럼 일의 결말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듭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 하면 일이 막힘을 뜻하기 때문이다. ‘식서(飾緖)’꾸밀 식()’실마리 서()’ 자로 실마리를 잘 꾸민다는 뜻이 되겠다.

은 베를 짜는 동안 여인의 두 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북은 베를 짤 때, 베틀에서 날실의 틈을 부지런히 신출귀몰하듯 왔다 갔다 하면서 씨실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북은 유선형의 쪽배 모양으로 아름답고 날렵하게 생겼다. 바삐 쏘다니는 사람을 일러 베틀에 북 지나가듯 한다라고 하는데, 이는 북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나 여()’ 자는 본래 북 여()’ 자였다. <설문해자>에서는 여() 자를 손으로 어떤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내미는 모습이라고 했지만, 여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보면 여() 자는 분명 북의 모양북의 작용까지 표현한 글자이다. 두 개의 삼각형이 방향을 마주하여 교차해 있음은 북이 날실 틈새를 왔다 갔다 하는 작용을 상징하고, 드리워진 선은 북에서 나오는 씨실 모양이다. ‘()’ 자는 나중에 같은 발음의 ()’ 자와 함께 일인칭대명사로 쓰이자, 북의 본뜻을 살리기 위해 북 저()’ 자를 다시 만들었다.

예측(豫測)이라 할 때의 미리 예()’ 자는 북 여()’코끼리 상()’으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덩치에 비해 의심 많은 코끼리()는 모든 일에 북처럼 이리저리 생각하며 신중히 행동함에서 미리의 뜻이 나왔다. 같은 뜻의 미리 예()’ 자는 ()이 오가듯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다가올 일을 미리 생각함의 뜻이다.

헤아릴 측()’ 자는 솥 안의 물의 양을 제다의 뜻인데, 이 글자 속의 패() 자는 조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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