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성과 사랑

성과 사랑

 

권상호(연맹 이사, 문학박사)

안타깝게도 인생은 왕복이 없다. 편도 모노레일(monorail)을 타고 떠나는 여행이다. 단 한 번밖에 허락되지 않은 인생이기에, 인간은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며 나를 닮은 2세를 낳고, 내 영혼을 닮은 예술 활동을 통하여 세상에 흔적을 남기며, 봉사활동과 같은 보람 있는 일을 통하여 명예로운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이란 인간의 성품(性品)’ , ‘마음 바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성이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가리키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자 유교 사회에서는 이를 금기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성에 대하여 왜곡된 인식을 하게 되고, 성은 숨기고 감추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 온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하지만 생물학적 의미의 성()은 성염색체의 작용에 따라 신체적 차이를 바탕으로 구분되는 성(sex)을 가리키고, 사회 문화적 의미의 성은 사회 안에서 형성된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의미하는 성(gender)을 가리킨다.

성의 가치는 일차적으로 성적 활동을 통한 자녀 출산, 곧 종족보존을 위한 생식적 가치에 있다. 때로는 쾌락을 위한 성적 활동을 가치로 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절제가 없는 쾌락 추구는 오히려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의 진정한 가치는 사랑을 바탕으로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는 인격적 가치에 있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속성은 서로를 보호하고, 책임지고, 존경하고, 이해하는 데에 있다. 존경이 없는 보호와 책임은 자칫 지배와 소유가 될 공산이 큰다. 사랑과 성적 욕망은 엄연히 다르다. 지배하고 소유하고자 함은 성적 욕망에서 비롯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책임을 전제로 절제의 미덕까지 겸비할 때,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유교적 관점에서의 남녀 관계는 음양이론을 바탕으로 한 조화와 균형의 추구에 있었다. 남성이 없는 여성, 여성이 없는 남성은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양성 합일의 궁극적 결과가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인간의 성이 지닌 본래의 가치와 의미는 도외시하고, 특정 제품에 성적인 이미지를 부여하여 제품을 파는 등, 성을 상품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최근의 성에 대한 큰 이슈는 동성애자나 성전환자와 같은, ‘성적 소수자문제이다. 여기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가족 구성권을 가질 수 있다는 옹호론자와 다수와 다른 성적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차별해야 한다는 차별론자로 크게 나뉜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는 견해, 유아기의 성적 환상을 극복하지 못한 성도착자로 여기는 의학적 견해, 종족 보존을 무시하고 탐욕적인 성적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종교적 견해 등이 있다.

성은 어디까지나 천부적이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자 욕구로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성은 자신의 인격과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행해야 한다. 자유를 표방한 행위가 모든 성적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스스로 깨닫지만, 실은 눈높이에 맞는 성 건강 도우미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성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 성을 가르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쏟아지는 음란물과 무분별한 성 정보 등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성의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측면만 드러나고 위기 대처 방법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이처럼 왜곡된 성 지식을 바로잡아 주고 행복한 성문화 운동을 펼칠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누구든지 성교육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고, 남녀 모두 기구를 통하여 임신과 출산 및 육아 체험을 해 봐야 한다.

모든 언어는 발음이 서로 같으면 의미도 서로 통한다. 성도 발음을 같이하는 글자들을 통하여 성의 성격을 살필 수 있다.

()()’처럼 아름답다. 그 신비롭고 고결함은 ()’스럽다. 그러기에 성은 잘 성찰(省察)’하고 성의(誠意)’껏 정성으로 돌봐야 한다. 성은 음악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지니고 있지만, 아름답기에 ()’처럼 굳게 지키기도 해야 한다. 성은 언제나 잘 달래며 다뤄야지 성을 성나게 해서는 곤란하다. 사랑의 결과 백성(百姓)’이 태어나고 모두가 ()’을 지니게 된다.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진실 하나는, 성은 성숙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인간, 성인(成人)’에게만 허락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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