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인물·정당·공약- 뭣 보고 찍을까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53
인물·정당·공약- 뭣 보고 찍을까

오는 5월 9일 화요일은 이른바 장미 대선일로 임기 5년의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당일 오전 6시에서 오후 8시까지, 1998년 5월 10일 이전에 출생한 만 19세 이상의 선거권자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제 앞으로 남아있는 10여 일간 누구를 찍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흔히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동양에서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서양에서는 외모·목소리·내용 등을 들고 있는데, 동서양이 너무나 비슷하다. 특히 동양의 신(身)과 언(言) 및 서양의 외모와 목소리는 인간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놀랍게도 서양의 경우, 내용은 인물 평가 비중에서 7%의 영향력밖에 없다는 통계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사람을 만나는 순간, 외모와 함께 그 사람의 표정과 태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인물에 대한 평가는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다는 것은 자기관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긴 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과 갈고 닦은 정도에 따라서 목소리의 영향력은 달라진다.
대통령의 조건이라면 신언서판은 필수 조건으로 하고, 나아가 정치·행정·사법/외교·안보·통일/재정·경제·고용/교육·문화·과학/정보·4차산업·기술/건설·교통·환경/사회·안전·복지/결혼·출산·고령화 등의 여러 현안에 대한 선택적이고 개성적인 대응책 및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더하여 대통령이라면 지역갈등·빈부갈등·세대갈등·노사갈등·보혁갈등·이념갈등 등을 해결함으로써 협치를 통한 사회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와 덕망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이토록 많은 사안에 대하여 한 인간이 모두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쩌면 각 분야의 전문가를 볼 줄 알고 적재적소에 훌륭한 인물을 쓸 줄 아는 후보가 진정한 대통령의 조건을 갖추었다 하겠다.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의 세종대왕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잘 선택해야 한다.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안정된 민주국가로의 성장 모습을 이번 선거를 통하여 꼭 보여줌으로써 국가신인도와 청렴도를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의 역대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장·단점을 다 보여줬다. 따라서 이번에 당선될 대통령은 취장보단(取長補短)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여기서는 대선과 관련한 ‘인물’ ‘정당’ ‘공약’ ‘선거’ ‘투표’ 등의 문자를 통하여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대통령은 ‘인물(人物)’을 보고 찍어야 한다. 여기서 인물이라면 사람다운 사람, 곧 ‘겸손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 인(人)’ 자의 원형은 하늘을 향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겸손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러므로 잘난 체하거나 상대를 비방하는 후보는 곤란하다고 본다. 그리고 ‘만물 물(物)’의 갑골문은 ‘소와 피 묻은 칼’의 모습으로 본뜻은 ‘칼로 소를 잡다’였다. 여기에서 ‘잡색(雜色)의 소, 만물’ 등의 의미로 발달했다.
다음은 ‘정당(政黨)’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 요소이다. ‘정사 정(政)’은 회초리로 쳐서라도(攵) 바르게(正) 되게 하는 것이 정치임을 뜻하며, 여기에서 ‘다스리다, 바로잡다, 정치(政治), 정당(政黨)’ 등의 뜻이 나왔다. 주나라에서는 행정단위를 5가(家)를 1린(隣), 5린을 1리(里), 5리를 1당(黨)으로 조직하고, 각각 ‘인장, 이장, 당장’을 두어서 삼장제(三長制)라 불렀다. 여기에서 ‘무리, 붕당(朋黨)’ 등의 의미로 발전했다. ‘당동벌이(黨同伐異)’는 시비를 가리지 않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는 한패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물리친다는 뜻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당(党)으로 쓰고 있는데, 이는 ‘숭상할 상(尙)’에 ‘사람 인(儿)’을 써서, 은근히 사람들이 숭상해야 할 대상은 ‘공산당’임을 드러내고 있다. 당끼리 어울리는 것은 ‘마땅할 당(當)’으로 발음이 같다.
‘공약(公約)’의 ‘공변될 공(公)’은 ‘행동이나 일 처리가 사사롭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라는 뜻이다. ‘사사 사(厶, 私의 본자)’와 ‘나눠 줄 팔(八)’로 구성되어, ‘내 것을 나눠 주다’ 또는 사사(私事)의 반대인 ‘공적(公的)’이란 뜻이 된다. 여기에서 공(公)에는 ‘공평(公平)’ 또는 ‘공공(公共)’의 뜻이 탄생하고, 공적인 일이란 반드시 비밀 없이 공개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함을 깨우쳐주고 있다. ‘묶을 약(約)’ 자는 ‘가는 실(糸)로 묶다’라는 뜻에서 ‘약속(約束)하다, 규약(規約)’ 등의 뜻이 나왔다. ‘구기 작(勺)’은 국자 속에 어떤 작은 물체가 들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약(公約)은 공적 약속이다. 크고 화려한 것은 필요 없다. 반드시 실속 있는 약속, 지킬 수 있는 약속만을 제시해야 ‘빌 공(空)’ 자 ‘공약(空約)’을 면할 수 있다.

‘선거(選擧)’의 ‘가릴 선(選)’에는 ‘착할 선(善)’의 뜻이 있다. 가려 뽑되 착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역의 괘효로 쓰이고 있는 ‘부드러울 손(巽)’은 ‘인신 공양을 할 두 사람을 공손히 바치다’라는 끔찍한 뜻이었다. 따라서 유권자는 ‘가릴 선(選)’이 ‘구성원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뽑아서(巽) 보내다(辵)’라는 뜻임을 알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들 거(擧)’ 자는 ‘손(手)으로 마주 들다(舁)’에서 나온 글자이다. 여기에서 ‘들다, 천거하다, 거행하다, 온’ 등의 의미가 탄생한다. 결국, 선거란 조국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천거하는 행사이다. 과연 어느 후보가 선거의 본뜻에 부합하는 인물일까 곰곰이 고려해 봐야 한다.
‘투표(投票)’라 할 때의 ‘던질 투(投)’ 자는 손(手)으로 창(殳)을 ‘던지다’의 뜻이다. 여기에서 ‘투척(投擲), 투항(投降), 의기투합(意氣投合)’ 등의 뜻이 나온다. ‘표 표(票)’ 자의 본자는 ‘가벼울 표(爂)’였는데, 자형이 지금처럼 간단하게 바뀌었다. 불길(火)이 위로 솟아오르는(䙴) 모습에서 ‘불똥이 튀다, 빠르다’ 등의 뜻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물건이 빨리 유통되는 쪽지라는 뜻에서 차표(車票) 투표(投票)에서처럼 ‘표’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표는 언제나 표류(漂流)하고 있다. 따라서 투표할 때는 대통령으로서 표준(標準)이 될 만한 후보를 위하여 도장으로 표시(標示)를 잘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동안 네거티브 공세로 선거판에 회오리바람, 곧 표풍(飄風)이 밀어닥칠 전망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표독(慓毒)한 후보는 도려내야 한다. 공약의 의미도 모르면서 남의 공약을 표절(剽竊)한 후보도 멀리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찍을 후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찍어야 한다. 어떤 후보를 찍을 것인가. 인물을 보고 찍을 것인가. 정당·공약을 보고 찍을 것인가. 물론 모든 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위기관리능력이 있는 후보를 찾아 찍어야 할 것이다. 그는 누구인가. 과연 ‘지금·여기·우리’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그 후보는 정녕 누구인가.
어느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인가. 이번 선거는 지역선거 프레임에서 세대별, 계층별 구도로 그 양상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부터는 지나친 지역주의와 네거티브는 경계하고 정책선거를 이룩해야 한다.
대선 전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시각과 해법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통합을 이끌 수 있는 협치의 정치가 필요하다. 민의를 대변하는 천명(天命)에 귀를 기울이며, 말하기보다 잘 들을 줄 아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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