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좌선(坐禪)

좌선(坐禪)

 

2016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2017 정유년(丁酉年)이 밝아온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나라 안팎이 너무나 소란스러웠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좌불안석(坐不安席)하며 좌절(挫折)의 한 해를 보냈다. 마음은 바쁘고 몸은 피곤한 한 해했다.

나라 밖의 일은 그만두고라도 나라 안의 일을 돌이켜 보면 국정농단과 촛불 집회, 대통령 탄핵과 사드 배치 문제, 규모 5.8의 지진, 멈춰선 조선소, 한진해운 물류대란,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 AI 조류인플루엔자 등 그 아픔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어디서 무엇부터 수습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연말이다.

삶이 고()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고중락(苦中樂) 낙중고(樂中苦)’가 아니던가. 이런 때일수록 우선 좌선(坐禪)’을 통한 마음의 평정을 얻어야 한다. 마음 수행의 장소는 문제 되지 않는다. 선방이 아니라도 좋다. 거실이면 어떻고 지하철 안이면 어떠하랴.

내 마음이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밝고 고요할 때 비로소 세상의 잘잘못을 비춰볼 수 있다.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머물며 흐트러짐이 없을 때를 일러 선정(禪定)에 들었다한다. 좌선의 시작은 번뇌이지만, 좌선의 끝은 황홀한 기쁨이다. 진리의 참된 이치를 깨달음에서 오는 기쁨을 법열(法悅)이라 한다.

좌선(坐禪)을 전서체로 써 보았다. ‘앉을 좌()’ 자는 두 사람이 땅 위에 마주 앉아 있는 모습에서 비롯했다. 평상(平床)은 물론 안석(案席)이나 의자(椅子)도 없이 맨땅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흙 토()’ 자의 가운데 획을 길게 높이 올림은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면벽참선(面壁參禪)을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현실의 나와 내면의 나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좌선 선(, Zen)’ 자는 매미 선()’ 자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싸움 전()’ 자 속의 ()’은 무기의 상형이지만, ‘좌선 선()’ 자 속의 ()’은 매미의 상형으로 본다. 매미는 여러 해 동안 깜깜한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아오다가 밖에 나와 날개가 돋은 후 단지 일주일 정도만 살다가 짝짓기를 하고 생을 마감한다. 나무에 붙어 애절하게 노래하는 매미의 모습은 면벽 정진하는 선사를 닮았다.

새해의 키워드는 아마도 대선(大選)’이 되리라 본다. 정직하게 오직 나라만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참된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위대한 선택(選擇)’을 신중히 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종교는 중생의 마음이 되고, 언론은 중생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국운(國運)과 정치(政治)의 잘잘못은 종교적 판단력과 언론적 정직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진지하고도 간절한 좌선(坐禪)’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정밀하게 참선(參禪)하다가 정유년 새해 계명성(鷄鳴聲)을 듣도록 하자. 2017년은 좌선의 해로 이름 붙여 보면 어떨까.

 

수월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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