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해인 2016. 11월호. 권두언 - 신심자재(身心自在)

신심자재(身心自在)

 

古德云(고덕운)

덕이 높으신 옛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

대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먼지조차 일지 않고

月輪穿沼水無痕(월륜천소수무흔)

둥근 달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구나.

 

吾儒云(오유운)

우리 유학자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水流任急境常靜(수류임급경상정)

물의 흐름이 급할지언정 주변은 항상 고요하고

花落雖頻意自閑(화락수빈의자한)

꽃이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저절로 한가롭구나.

 

人常持此意(인상지차의)

사람이 늘 이런 마음을 가지고

以應事接物(이응사접물)

일에 응하고 사물을 접한다면

身心何等自在(신심하등자재)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이 글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절대 자유를 노래하고 있다. 셀 수 있는 돈은 돈다운 돈이 아님을, 이름을 붙일 수 지위는 지위다운 지위가 아님을 비유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글귀로 신심자재(身心自在)가 키워드이다. ‘신심의 절대 자유, ‘몸과 마음에 거리낌이 없음, ‘일체의 속박이나 장애 없이 몸은 편안하고 마음은 뜻 가는 대로 버려둠을 노래한 것이다. 인위(人爲)가 아닌 자연(自然), 투쟁(鬪爭)이 아닌 화평(和平)을 읊기 위해, ‘대와 먼지, 달과 연못, 물과 환경, 꽃과 마음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두 쌍의 대구(對句)가 모두 움직임 가운데 어떠한 고요함이 있다는 뜻의 동중정(動中靜)’을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중정(動中靜)’정중동(靜中動)’이라 해도 무관하다.

산을 오름에, 정상에서 한 키만 부족해도 한쪽밖에 보이지 않는다. 낮은 산봉우리일지라도 그 정상에 올라야 사방(四方)은 물론 또 다른 정상을 볼 수 있다. 불가(佛家)에서 덕행이 높은 옛 승려를 고덕(古德)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고덕이 유가(儒家)의 선비를 시로써 만났지만, ‘신심자재(身心自在)’의 깨달음으로 서로 통하고 있다.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쓰는 일둥근 달빛이 연못의 물을 뚫는 일’, ‘물의 흐름이 급함꽃이 자주 떨어지는 일()’이다. ‘쓸어도 먼지 일어나지 않음뚫어도 흔적 없음’, ‘경계의 고요함마음의 한가로움()’이다.

유유자적(悠悠自適)도 있고 유유자재(悠悠自在)도 있다. 소요자적(逍遥自適)도 있고 소요자재(逍遥自在)도 있다. 아무런 구속을 당하지 않고 마음껏 즐기며 나아가는 자적(自適)’은 동()의 극치이고, 원래 있었고 저절로 있던 그 자리 자재(自在)’는 정()의 극치이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킴에, 달을 보든 손가락을 보든 아무런 시비가 되지 않는다.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권상호
건강한 긴장상태 유지
진실, 성실, 절실이 성공 비결-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48. 경남 거제 출생.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 이상헌 '말만 바꿔도 인생이 변한다'
죽은 연애세포를 해동할 ~

현 정부의 스탠스는?
an open[a close] stance.
불통의 리더십. 국민들 위선의 지도층에 분노. 사회정의 어디서 헤매고 있나.
최순실씨와 미르 K스포츠재단 - 국민적 시각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권상호
웹툰(webtoon) = 웹 + 카툰(cartoon)
뿜: '뿜다'에서 온 말로, 하고 싶은 말을 웹상에 마음껏 내뱉는 일.
스페인어 pum: 팡
권상호
공유 없는 협업이나 협치는 사기다. 공유는 권력을 가진 쪽에서 실천해야 한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 성찰, 해법 등이 체화되어 있어야 한다. 되고 난 뒤에 공부하거나 시행연습을 할 기산이 없다.
대입과 사교육. 시대를 이끌어갈 앞서가는 교육은 불가능한 것인가.
권상호
검색 : 의식혁명, 의식의 밝기, 스드메/ 세조의 아들 덕종, 성종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