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해인 2016. 10월호 (소림사) - 제망매가(祭亡妹歌)

제망매가(祭亡妹歌)

 

생사(生死)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나

() 닦아 기다리겠노라.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실린 이 향가(鄕歌)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접해본 노래일 것이다. 신라 경덕왕 때 경주 사천왕사에 소속되어 있던 명승 월명사(月明師)가 지은 4·4·2구로 짜인 10구체의 향가이다. ‘제망매가(祭亡妹歌)’란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향가는 먼저 죽은 누이동생, 곧 망매(亡妹)의 극락왕생(極樂往生)을 기원하면서 재()를 지낼 때 올린 일종의 제문(祭文) 형식의 노래로 보인다.

인간의 가장 큰 원초적 고통은 생사이고(生死二苦)’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우리는 누구나 분명히 생사를 이고 살아간다. 또 있다. 멋모르고 샀다가 빨리 팔고 싶은 사고팔고(四苦八苦)’도 있다. 얼핏 보면 무슨 물건을 흥정하는 것 같지만, 불교에서는 육신의 고통인 사고(四苦)에 정신적 고통 네 가지를 더한 팔고(八苦)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고(四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애별리고(愛別離苦)],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고통[원증회고(怨憎會苦)], 원수나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五蘊)이 너무 성한 고통[오온성고(五蘊盛苦)] 등을 더한 것이다. 이 노래는 육신적으로는 사고(死苦), 정신적으로는 애별리고(愛別離苦)에 속한다고 보겠다.

그리고 이 노래는 현존하는 향가 중에서 가장 빼어난 서정성을 보이는 작품으로 생사(生死)의 갈림길에서 인간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에 대한 통찰이 뛰어나다. 특히 5행과 8행 사이는 비유와 상징이 풍부하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매 사이의 죽음을, ‘한 가지에 났다가 떨어져 흩어지는 낙엽에 비유하고, 젊은 나이에 느닷없이 죽은 것을 덧없이 부는 이른 가을바람에 떨어진 잎으로 비유하여 요절의 슬픔과 거기에서 오는 허무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듯이 인간의 죽음도 필연적이다. 그러나 9행과 10행에서 누이를 잃은 슬픔은 불도(佛道)를 닦음으로써 내세에서의 만남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승화되고 있다. 신념은 모든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게 해 주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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