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공항(空港) 입지 선정 두고, 영남권은 공황(恐慌) 장애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11

공항(空港) 입지 선정 두고, 영남권은 공황(恐慌) 장애

- 구공항 확장하면 신공항 건설인가

 

지난 21일 오후,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백지화되고, 대신 기존의 김해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아온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입지 선정을 두고 대구, 울산, 경남, 경북 등은 밀양, 부산은 가덕도를 지지해 왔었다.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는 출정을 앞둔 전사들처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심리전까지 펼쳤다. 그도 그럴 것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도 표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심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선 약속, 후 폐기의 모습은 두 대통령이 판박이다.

정치가의 공적인 공약(公約)인지 정치꾼들의 허황한 공약(空約)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대선 공약이자 그것도 두 차례의 같은 약속이었기에 철통같이 믿었지만, 결국은 약속은 무산되고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공약이라면 공황장애가 일어날 판이니,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지 않을 것 같다. 약속한 공항은 부질없다는 뜻의 빌 공()’ 자 공항(空港) 약속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쉬움은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훌륭한 공항을 일궈낸 나라에서 국내 전문가에게 평가 용역을 맡기지 못하고 외국에 의뢰했다는 점이다. 만약 어느 한 지역이 지정되었을 때, 소외된 다른 지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역 출신 국회의원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상대편의 의견이 옳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로지 표()를 목표(目標)로 한, 지역 이기주의 탓이리라. 이번 일은 처음부터 잘못된 계획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밀양과 가덕도 중간에 있는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무탈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공항(空港)’이란 단어는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이다. 영어의 ‘air()+port()’를 그대로 한자로 대치한 말이다. 중국에서는 자존심을 살려 지창(机场)’으로, 북한에서는 항공역(港空驛)으로 쓰고 있다. 우리는 품위 유지를 위해 비행장(飛行場)이라 해야 하나? 풍성한 언어생활을 위해서는 어느 걸 사용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날 비()’ 자의 전서 형태를 보면 아닐 비()’ 자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 자의 전서 형태를 보면 새가 날기 위해 양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본래 하늘을 나는 일이란 새나 할 수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비행(飛行)은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비행(非行)으로 생각했다.

1987년의 KAL기 폭파 사건, 1993년의 목포공항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1997년의 괌공항 추락사고, 2002년의 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등을 생각하면 비행에 대한 회의에 젖기도 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꾸준히 하늘길을 열어가고 있다.

 

영종도에 새로 국제공항이 들어설 때, ‘인천공항세종공항이라는 두 명칭을 두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인천공항(仁川空港)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 자에는 '사람, 하늘, '이 들어있고, ‘()’자는 영락없는 '활주로' 모습이니, 인천(仁川)은 숫제 공항 이름이 되기 위해 태어난 고유명사로 보인다. 그렇다면 밀양(密陽)’은밀(隱密)한 양지(陽地)’이니 건강이나 연구 센터로 어울리는 지명이고, ‘가덕도(加德島)’덕을 더하는 섬이므로 휴양이나 연수원 센터로 어울리는 지명이 아닌가?

1992년 서해 한가운데에 있는 영종도에 신공항을 건설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지반침하, 안개와 철새 등의 이유를 들어 그 가능성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2001년 개항한 이래 지금까지 인천국제공항은 세계항공업계상 유례없는 성공적인 공항으로 인식되고, 또 공항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Airport Service Quality)’에서 사상 처음으로 11년 연속 세계 1위로 선정되는 귀염을 토했다. 인천공항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는 동북아 허브공항을 지나 세계의 허브공항이 되기 위해 발돋움하고 있다.

 

마침 붓을 즐겨 잡는 필자에게 총사업비 42천억 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상량문을 짓고 쓰는 일이 떨어졌다.

 

약속의 땅 영종도 하늘길 연 인천공항

혁신과 도전으로 세계 일등 일구었네.

여객 물류 운송으로 국가 경제 선도하고

이제는 동북아 넘어 지구촌 허브공항.

 

최고의 시설과 최상의 서비스로

세계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정성과 공항가족 염원 담아

오늘도 하늘과 땅을 행복하게 잇습니다.

 

땀과 지혜로 쌓아갈 명성과 신뢰

더 안전한 공항, 더 편리한 공항,

더 빠른 공항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내일도 이 터전에 새 역사 펼치리.

 

2여객터미널 공사 알차게 추진하여

마침내 상량함을 하느님께 고하오니

하늘에선 일월성신 삼광이 비치고

땅에서는 인류에게 오복이 임하리.

 

2017년 제2 여객터미널이 완공되면 그때는 동북아의 허브공항에서 세계의 허브공항으로 거듭나리라 확신한다.

공항(空港) 입지 선정을 두고, 지금 영남권은 공황(恐慌)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구공항 확장이 신공항 건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오죽 답답했으면 정부에서 이런 변명을 할까. 국론이 분열되더라도 우리는 하나다. 지역을 사랑하되 지역이기주의는 막아야 한다. 비움과 나눔, 양보와 화합으로 공생의 길을 열어 함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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