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 해인 5월호 - 소림원 - 향엄격죽(香嚴擊竹)


향엄격죽(香嚴擊竹)

 

一擊忘所知 (일격망소지) 한번 부딪히는 소리에 아는 것 다 잊으니

更不假修治 (갱불가수치) 가식적인, 수련과 다스림은 다시없구나.

動容揚古路 (동용양고로) 혹시 거동과 용모에 예 가던 길 드러나도

不墮悄然機 (불타초연기) 근심스런 기미에는 떨어지지 않으리.

處處無踪跡 (처처무종적) 어느 곳에 이르든 남긴 발자취 없으리니

聲色忘威儀 (성색망위의) 목소리와 얼굴빛으로 위의 떨치지 않으리.

諸方達道者 (제방달도자) 여러 방면에서 도에 통달한 분들이

咸言上上機 (함언상상기) 모두 말씀하시길 최상의 기회라네요.

 

전서체로 쓴 향엄격죽(香嚴擊竹)이란 화두는 향엄이 대를 치다로 풀이되며, 깨달음은 경전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특별한 기회에 우연히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좌우의 행서 글씨는 당나라 말기의 향엄(香嚴, ?~898) 선사가 깨달음을 얻은 뒤에 읊은 시로 이러한 시를 오도송(悟道頌)이라 한다. ‘깨달을 오()’ 자 안에는 왜 나 오()’가 들어있을까? 깨달음이란 의 몫이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며, 그렇다고 공부하여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님을 뜻한다. ‘아는 것은 남의 것, 깨달음은 나의 것이란 경구도 여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깨달음에서 오는 기쁨의 감탄 소리는 당연히 /()!/로서 영어의 /oh!/와도 비슷하다.

향엄(香嚴)은 본래 백장(百丈) 선사의 영리한 제자로 경전에는 통달했으나 선도(禪道)를 깨우치지 못했다. 백장 선사가 열반에 들자 그의 수제자 위산(潙山) 선사를 찾아가 다시 배움을 청한다. 그런데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전의 자신의 모습을 말해보라는 위산 사부의 질문에 끝내 대답을 구하지 못한 향엄은 모든 경전을 불사르고 멀리 떠나 향엄사에서 수행하기로 한다. 하루는 풀을 베다가 우연히 풀 속의 기와조각을 집어 던졌는데, 마침 옆에 있던 대에 맞아 !’ 하며 맑고 부드러운 소리가 났것다. 순간 소리와 향엄은 하나가 되었다. 이 소리를 들은 향엄은 크게 깨닫고 향을 사르며, 멀리 위산 선사가 계신 곳을 향하여 절을 했다. “사부님의 은혜는 부모보다 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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