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해인 2016. 2월호 - 수복강녕(壽福康寧)

수복강녕(壽福康寧)

 

수복강녕(壽福康寧)오래 살고 행복을 누리며 건강하고 편안함을 뜻한다. 인간의 소박한 꿈이 담긴 이 성어는 생활 용구의 디자인이나 연하장 문구로 많이 사용되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흔히 나누는 덕담인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라고 말과 같은 의미라 하겠다. 태어났기에 죽을 수밖에 없지만, 이왕이면 현세는 수복강녕(壽福康寧)하고 내세는 극락왕생(極樂往生)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수복(壽福)을 비는 성어로 수산복해(壽山福海)라는 말이 있다. 수명은 산과 같이 오래고, 복은 바다처럼 많기를 바라는 걸 볼 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복은 시간적으로 영원하지도 않고 공간적으로 무한하지도 않다. 수명은 길어도 짧게 느껴지고, 행복은 많아도 적게 느껴진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강녕(康寧)이란 수복의 진정한 조건이다. 육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오래 살 수 없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한자도 발음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자도 소리글자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손을 가리키는 한자가 /()/라는 것을 알면, 물건을 주는 것도 수(), 받는 것도 수()이며, 술잔이나 말을 주고받는 것도 수작(酬酌)이라 한다. 장수()하고 싶으면 수()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몸이 고사목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를 많이 마셔야 한다.

갑골문 시대에는 복()을 받기 위해 복(, )을 쳤다. 점치는 방법은 거북의 복(, )에 글자를 새기고, 불 위에 얹어 금이 가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복() 자처럼 금이 가면 그 방향이 길지(吉地)였다. 문제는 복()을 따라야 ()’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 자 안의 ()’는 신이 내린 복, ‘()’은 인간이 지은 복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강(, 편안할 강)하게 지내려면 강(, 굳셀 강)해야 한다. 쇠가 강하면 강철(鋼鐵)의 강(鋼)이고, 마음이 강하면 강건(剛健)의 강()이다. ‘편안할 녕()’ 자를 보면 편안함의 요소를 알 수 있다. 우선 어딜 가나 []’ 안에 있는 듯하고, ‘마음[]’이 편하며, 그릇[]에 먹을거리가 있고, 기력이 성해야[] 한다.

2016 새해가 밝았다. 붉은 원숭이해이다. 삼장법사(三藏法師)를 도와주는 원숭이처럼 지혜롭고 굳은 신심(信心)으로 수복강녕(壽福康寧)의 한해를 맞이하시길 기원한다.

 

수월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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