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세계일보 문화기획(문자로보는 세상 2) 치산치수(治山治水)에서 민주정치(民主政治)까지

세계일보 문화기획- 문자로 보는 세상 2

치산치수(治山治水)와 민주정치(民主政治)

 

예전의 군왕은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오늘날의 대통령은 민주정치(民主政治)를 다스림의 근본으로 삼았다. 사실 다스림이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독거림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 두 단어에 공통으로 나오는 ()’ 자를 보면 다스림이란 국민이 물 마시고(: water supply), 숨 쉬고(: air quality control), 먹는(: feeding the people)’ 일을 보살피는 것이다. 명쾌한 삼박자 해석이다.

치산치수는 단순히 산과 내를 잘 관리하여 가뭄이나 홍수 따위의 재해를 예방하는 차원의 다스림이 아니다. 우리는 치산(治山)을 통해 불을 사용할 수 있고, 치수(治水)를 통해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게다가 치산으로 목재를 얻어 집을 짓고 수레를 만들며, 치수로 농사짓고 배를 띄울 수 있다. 치산치수 없이는 요산요수(樂山樂水)도 있을 수 없다. 이를테면 치산치수는 의식주의 공급원이자 즐거운 생활의 필수조건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뛰어난 토목 장비로 우리 몸의 뼈대와 같은 산을 마구 헤집거나 핏줄과 같은 강의 흐름을 헷갈리게 하는 지나친 치산치수가 문제가 된다. 자칫하면 치산치수가 친환경 녹색성장이 아니라 반환경 적색노화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산수와 친하려면 산수와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물과 불의 공급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이를 재앙이라 한다. 꺾이어 흐르는 내 천()’ 자와 활활 타오르는 불 화()’ 자를 합하여 재앙 재()’ 자를 만들어냈다. 과거의 가장 큰 재앙은 그나마 물난리와 불난리뿐이었는데, 지금은 폭발, 붕괴, 방출, 충돌, 침몰에다 인류를 핵핵거리게 만드는 핵() 재앙까지 더해졌다.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불은 그저 봄 춘()’ 자처럼 다사롭고, 물은 마냥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천하태평(天下泰平)이라고 할 때의 편안할 태()’ 자렷다.

 

민주정치는 인민(人民)에게 주권(主權)이 있는 정치를 말한다. 국가의 구성원을 인민(人民)이라는 했는데, 여기서 인()은 글을 아는 사람을, ()은 글을 모르는 무식쟁이를 뜻했다. 세종처럼 어진 임금도 훈민정음 어지에서 어린 ᄇᆡᆨ셔ᇰ(어리석은 백성, 愚民)’이라는 용어를 썼다. () 자의 초기 형태는 포로로 잡은 사람을 노예로 부리기 위해 뾰족하게 생긴 형구로 한쪽 눈을 찌르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잠잘 면()’ 자를 보더라도 민()은 눈이 어두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세종이 창제한 한글을 훈인정자(訓人正字)라 하지 않고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한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글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훈인(訓人)이 아니라 훈민(訓民)’이라 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훈민정음은 문자가 아니라 발음 부호이므로 정자(正字)가 아니라 정음(正音)’이라 했다. 여기에서 발음부호라 함은 소리글자를 말한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는 문자라 하면 으레 한자를 가리켰고, 한자는 양반의 전용물이었다. 서민은 문자를 알고 싶어도 신분적 제약 때문에 불가능했고 또 알아서도 안 되는 신성불가침 분야였다.

다행히 오늘날은 누구에게나 지구상의 40여 개의 문자가 모두 열려있고, 외견상으로는 신분 제약 또한 거의 없다. 하지만 신분 상승?을 위해서는 문자를 익히고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이다. 문자로써 권력을 잡을 수 있으니 이문집권(以文執權)이라고나 할까. 자녀에게 습관처럼 공부하라고 하는 데는 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세상은 바뀌었다. 백성이 주인인 민주(民主) 세상이 되었다. 민주정치(民主政治)란 말은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렷다. 선거(選擧)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選擧)이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길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일이요, 민주주의 실천의 최선의 길은 선거를 아름답게 잘 치르는 일이다. 오는 413, 수요일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이다. 마침 이날은 임시정부수립일이기도 하다. 3·1 운동 직후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선거는 일자보다 수요일이란 요일이 중요하다. 17대 대통령선거(2007. 12. 19), 18대 국회의원선서(2008. 04. 09),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06. 05. 31) 등이 모두 수요일이었는데, 이때부터 수요일에 선거를 치르도록 법정화 되었다.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바뀐 사연은 금요일 하루만 연가받으면 4일간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음을 염려했기 때문이란다. 결국,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요일을 바꾼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수요일의 상징적 의미를 달리 해석해 보고자 한다. 수요일은 물의 날이다. 선거를 통하여 기존의 묵은 떼가 있다면 깨끗이 씻어내고 물처럼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받들 줄 아는 봉사 일꾼을 뽑으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물이라면 국가는 배라 할 수 있다. 물은 배를 순항하게 할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모두 물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유권자는 자신의 생사여탈(生死與奪)을 맡길 만한 지도자를 뽑는다는 자세로 신중에 희망을 더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해야 한다.

선거철이면 떠오르는 후보자들의 현수막, 푸짐한 말잔치, 장밋빛 공약, 인사와 명함, 악수와 미소……. 명주 자루에 개똥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삼배 자루에 금덩어리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낙선자에겐 위로와 격려를, 당선자에겐 갈채와 찬사를 보내자. 올려놓고 흔드는 일은 없어야겠다. 개인에겐 인격(人格)이 있고, 나라엔 국격(國格)이 있다. 놀랍게도 국격은 인격 이상일 수 없다. 뽑아놓고 욕하는 것은 드러누워 침 뱉는 격이다. 예뻐도 내 나라, 미워도 내 나라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후보자 가운데 약 40%가 전과자라니 정치 지망생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간다. 명예회복을 위한 몸부림인가 뼈저린 반성의 몸짓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IT 강국답게 후보자의 지역, 공약, 학력, 경력, 재산, 병역, 전과 등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척 보면 알겠지만, 그래도 정치가(政治家)와 정치꾼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갖기 위해서라도 임시 공휴일에 ‘2016년 국회의원선거 후보자정보를 한 번쯤 검색해 보고 투표장에 나가자. 아는 만큼 보이고 공부한 만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정치는 당파 간이든 여야 간이든 생래적으로 서로를 공격하게 되어 있다. ‘정사 정(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