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해인 지령 400호 기념(2015. 6월호) 一柱門 柱聯(일주문 주련)

 

 

歷千劫而不古(역천겁이불고) 천겁의 시간이 흘렀어도 옛일이 아니요

亘萬歲而長今(긍만세이장금) 만세의 앞날이 오더라도 늘 지금이다.

 

이 게송에는 천겁(千劫)’만세(萬歲)’의 대응은 물론 ()’()’, ‘()’()’의 대비가 절묘하게 나타나 있다. ‘()’과거에 이미 겪어왔음, ‘()’앞으로 줄곧 겪어야 함을 뜻한다. 중요한 관점 포인트는 이 게송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부정이자 지금[]에 대한 긍정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말하는 바로 이때를 말하며,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보다 더 좁은 시점이다. 인연법으로 보면 지금은 지난 때의 결과이자 훗날의 원인이 된다. 천겁이 지나도 언제나 새로운 지금, 만세가 다가와도 영원히 존재하는 지금이다. 진정 깨달은 이의 시공을 초월한 법열의 세계는 이런 게송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닐까?

이는 세종대왕의 왕사였던 함허당(涵虛堂) 득통(得通, 1376~1433)조사의 오도송인데, 득통(得通)이란 법호의 의미가 만사에 통하지 않는 것이 없는 자유자재의 신묘한 힘인 통력(通力)을 얻었다는 뜻이니 깨달음에서 오는 대단한 자부가 부럽다.

오늘따라 이제 금()’()’처럼 소중하고, ‘비단 금()’처럼 찬란하며, ‘거문고 금()’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나며, ‘이불 금()’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우선 해인지 400호를 맞이한다. 이제 1000호를 향하여 달린다. 해인의 소리 없는 울림은 오늘은 가슴에 와 닿는다. 실로 벅찬 세월이다. 마침 이달은 서예와 함께하는 해인사 주련 해설도 마지막 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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