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해인 2015. 2월호 - 심사굴


經學院(경학원) 柱聯(주련)

性情獨許得其眞(성정독허득기진) 성정은 홀로 그 진리를 얻고자 하는데

果分金碗綠香淸(과분금완록향청) 과일 담은 금 그릇엔 녹향이 맑게 흐르고

景物因人成勝槪(경물인인성승개) 경물 속의 수행자는 뛰어난 경개 이루었다.

富貴於我如浮雲(부귀어아여부운) 부귀는 나에게 있어 뜬구름과 같은 존재

風雅只今留此席(풍아지금류차석) 풍류와 아취가 지금 여기 머물고 있다.

 

경학원(經學院)이라면 경전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다시 말하면 스님들의 공부방이라 할 수 있겠다. 경학원의 주련은 5구로 되어 있어 글귀의 짝이 맞지 않는 게 특징이다.

1구는 경학원의 원훈(院訓)인 셈이다. 고독과 벗하며 성정(性情)을 닦고 진리(眞理)를 터득하고자 함이 경학원의 설립 이념이다. 성정이란 인간의 타고난 본성과 심성을 가리킨다.

2구와 3구는 수도 도량의 분위기를 말하고 있다. 2구는 불전에 공양하는 과일과 향을, 3구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든 수행자의 진지한 모습이 엿보인다. 녹향(綠香)은 녹차의 향기 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싱그러운 향기 정도로 보고자 한다. 경물(景物)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景致)를 뜻하고, 인인(因人)은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승개(勝槪)는 뛰어난 경개(景槪), 곧 자연 산수의 아름다운 경치를 일컫는다. 바야흐로 수행자는 계절 및 자연 경치와 하나 되어 염화미소(拈華微笑)의 묘리를 깨닫고 있다.

4구와 5구는 깨달음에서 오는 법열(法悅)을 풍아(風雅)로 표현하고 있다. 원래 풍아는 풍류(風流)와 아취(雅趣)의 준말로 여기서는 세속적인 풍류가 아니라 성정에서 우러나오는 정각(正覺)의 즐거움과 멋을 노래하고 있다. 망상에서 벗어나 즉좌(卽座)에서 진리를 깨달으면 무릎을 치고 일어나 춤이라도 출 일이다.

 

수월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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