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해인 '심사굴' 2015. 3월호 원고

海印寺(해인사) 解脫門(해탈문) 柱聯(주련)

毘盧遮那佛願力周法界 (비로차나불원력주법계)

비로자나 부처님의 원력이 법계에 두루 미치니

以最後勝體詣菩提道場 (이최후승체예보제도장)

마지막엔 수승하신 몸으로 보리도량에 나아가

圓解脫深因登金剛寶座 (원해탈심인등금강보좌)

원만한 해탈 깊은 인행으로 금강보좌 오르셨네.

伽倻山中成就無上正覺 (가야산중성취무상정각)

가야산 가운데에서 위없는 바름 깨침 이루시고

海印三昧常說大華嚴經 (해인삼매상설대화엄경

) 해인삼매 속에서 언제나 대화엄경 설법하시네.

一百四十功德不共二乘(일백사십공덕불공이승)

일백사십 공덕은 이승과 함께 못할 불공덕이요

八萬四千法門高超十地(팔만사천법문고초십지)

팔만사천 법문은 십지를 뛰어넘는 법문이라네.

번뇌의 끝, 열반의 시작이 해탈이렷다. 해인사 해탈문은 본당으로 들어서는 마지막 문이다. 해탈문을 지나면 중생의 속박을 벗어나 해탈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내용상 1~3행은 수행으로 부처님이 되어 금강보좌에 오름을, 4~7행은 해인사에서 공덕을 쌓고 설법하는 내용이다.

1행의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큰 광명(光明)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이다. ‘법계(法界)’란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절대 진리의 세계 곧 진여(眞如)의 세계를 말한다. 2행에서 ()’은 수승(殊勝)의 준말로 매우 뛰어남을, ‘(이를 예)’는 절에 감을 뜻한다. 3행의 원해탈(圓解脫)’은 원만한 해탈, ‘()’은 인행(因行)으로 불도를 닦는 것을 말한다. ‘금강보좌(金剛寶座)’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이다.

4행의 가야산(伽倻山)’은 본래 석가모니가 해탈한 인도의 산이지만,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도 여기에 비길 만한 산이란 뜻이다. 5행의 화엄경(華嚴經)’은 대승불교의 최고 경전으로, 석가가 이레가 되던 날에 깨달은 바를 설한 경문(經文)이다. ‘해인삼매(海印三昧)’란 말은 바로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구절로 모든 법이 부처님의 마음에 나타남을, 바다에 만상이 투영되는 모습으로 비유한 말이다. 신라 화엄십찰(華嚴十刹)의 하나로 세워진 해인사의 이름은 여기에서 비롯했다. 6행의 일백사십공덕(一百四十功德)’이란 여타의 수행자들과 다른 부처님만이 갖고 계신 140가지의 뛰어난 공덕을 말한다. ‘불공(不共)’은 함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승(二乘)’은 부처의 설법을 듣고 아라한의 깨달음을 얻는 성문승(聲聞乘), 홀로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는 연각승(緣覺乘)을 말한다. 7행의 팔만사천법문(八萬四千法門)’은 중생의 팔만 사천 가지 번뇌를 다스리기 위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한 법문의 수이다. ‘십지(十地)’란 보살이 수행하여 성불하기까지의 52단계의 수행 중 41~50단계까지를 가리킨다. 마지막 52단계가 묘각(妙覺)인데 이것이 성불(成佛)의 지위이다.

수월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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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화엄경(華嚴經)의 본말인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뜻은 '대방광불과 화엄에 대한 경전'으로, 대방광불은 크고[大] 바르고[方正] 넓은[廣] 진리 그 자체인 완전한 깨달음[佛] 또는 그것을 성취한 존재인 부처님[佛]을 말하고, 화엄(華嚴)은 부처님을 장엄[嚴]하는 연꽃[華] 즉 완전한 깨달음과 공덕을 뜻한다.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 359~429)가 번역한 60권의 화엄경과 실차난타(實叉難陀, 652~710)가 번역한 80권의 화엄경이 있는데, 앞의 것은 오래 되었다는 뜻에서 구역(舊譯)이라 하고 뒤의 것은 당대에 번역되었다 하여 당경(唐經) 또는 새롭게 번역했다 하여 신역(新譯)이라 한다. 신·구역을 합하면 140권이 된다. 60권의 경우는 7처(處) 8회(會) 34품, 80권은 7처 9회 39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處)와 회(會)는 이 경을 설한 장소와 모임을 뜻한다. 제6회에서는 십지(十地)를 설명하고 있는데, 십지는 보살의 수행단계를 10종으로 나누는 것으로 화엄경 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에 해당이다.
60권의 경우, 1~2회(會)는 지상(地上)이고, 3~6회(會)는 천상(天上)이며, 7~8회는 다시 지상이다. 여덟모임 가운데 보광법당회가 두 번 있으므로 7처(處)가 되고, 80권의 경우는 보광법당회가 세 번 있으므로 7처 9회가 된다.
제1회에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세존이 이 경의 교주(敎主)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과 한 몸이 되어 광채를 발하고 있고, 많은 보살들이 한 사람씩 일어나 세존의 덕을 찬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