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연하장

유쾌한 먹탱이의 예서야 놀자 12

- 예서로 연하장 쓰기 -

   

만남은 이별을 잉태하고 있고, 시작은 종결을 약속하고 이루어진다. 이달로 묵가학당 예서 공부도 끝이 난다. 서예 공부에 뭔가 획기적인 비법이 없을까 하고 황홀하게 고민했던 열두 달이었다.

이번 달에는 지금까지 익혀 온 예서를 실생활에 응용할 차례이다. 글감이랄까 쓸거리랄까, 소재랄까 선문(選文)이랄까? 좌우지간 계절적으로 연말연시이니 연하장(年賀狀) 쓰기를 학습 목표로 한다.

서예 학습에서 글씨본을 보면서 따라 쓰는 임서(臨書)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이다. 이는 그림 공부의 기본이 데생인 것과 같다. 임서는 분량에 따라 전림(全臨)과 절림(節臨)으로, 태도에 따라 형림(形臨)과 의림(意臨)으로 나눈다.

상술하자면 글씨본 전부를 임서하면 전림, 일부만 끊어 쓰면 절림이다. 형림은 글자 모양이 원본과 닮도록 충실하게 쓰는 것이며, 의림은 글자 모양보다 쓴 사람의 뜻을 잘 살려서 쓰는 것이다. 배림(背臨)이란 것도 있는데, 이는 글씨본을 체득하고 난 다음에 법첩을 보지 않고 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배림은 임서의 종편이자 창작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배림은 솜씨가 숙달된 뒤에 조심스레 접근할 방법이다. 물론 좋은 글씨본 선택은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형림이든 의림이든 다음의 예서의 기본 특질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첫째, 원필과 방필을 잘 살펴서 썼는가.

둘째, 한 글자에 파책이 중복되지 않았는가.

셋째, 자형의 가로, 세로 비율 3:2를 비교적으로 유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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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인으로서 연하장 쓰기는 품위 유지상 중요한 일이다. 마침 세모도 다가오고 하니 12월의 학습 목표는 예서로 연하장 쓰기로 한다. 글자 모양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당연히 서체자전을 찾아서 분위기에 맞는 글자를 가려내야 한다.(1~4) 이것이 안목이다. 글씨 쓰는 재주는 안목을 넘어설 수 없다.

 

근하신년(謹賀新年) : 가장 일반적인 연하장 내용이다. 줄여서 하정(賀正)이라고도 한다.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 라는 의미로 새해의 복을 비는 인사말이다. ()과 신()자는 좌우 균형을, ()와 년()자는 상하 안배를 잘 해야 한다. 글씨는 안목(眼目) , 눈대중이 중요하다. 보는 만큼 잘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자의 경우 가로획의 고른 분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는 가()자의 좌우 균형을 잘 맞추어야 아래의 패()자를 무리 없이 쓸 수 있다.(5)

송구영신(送舊迎新) :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라는 의미이다. ()자는 웃음으로[] 보내다.’ 라는 뜻이 있고, ()자는 우러러[] 맞이하다.’ 라는 뜻이 있다. ()과 영()자는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글자이다. 맨 나중에 쓰게 될 착()자를 미리 고려해서 써야 한다. ()자는 상하로 세 개의 문()이 모여서 이루어진 글자이므로 크기에 주의해야 한다.(6)

미몽성진(美夢成眞) : ‘아름다운 꿈 진실로 이루소서.’ 라는 의미이다. ()와 진()자는 이체(異體)로 써 보았다. ()자는 정()과 무()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7)

낙행선의(樂行善意) : <명심보감>에 나오는 내용으로 착한 뜻 행하기를 즐거워하라.’ 라는 뜻이다. ()자는 윗부분을 조밀하게 써야 하고, ()자는 획의 표정에 주의해야 한다. ()자도 여러 형태가 있으니 분위기에 맞은 글자를 골라 써야 한다.(8)

유방지외(遊方之外) : <장자>에 나오는 말로 아무것에도 구애되지 않고 자유로운 경지에서 노닌다.’ 라는 뜻이다. ()자의 예서 시대 글씨체는 유()밖에 없으므로 잘못 쓴 것이 아니다.(9)

화이부동(和而不同) : <논어>에 나오는 말로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무턱대고 좇지는 아니한다.’ 라는 뜻으로 잘 어울리되 나름의 자주성이나 스펙을 잃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획이 적은 글자들만 모여 있기 때문에 다소 무겁게 써야 한다.(10)

부귀길상(富貴吉祥) : ‘부귀가 일어날 좋은 조짐이 보인다.’ 라는 뜻이다. ()자는 파책이 없으므로 면()자를 좀 크게 써야 전체적으로 어울린다.(11)

금석동수(金石同壽) : 연세 높은 어른께 어울리는 내용이다. ‘금석만큼 오래 사소서.’ 라는 의미이다. 획의 소밀(疏密) 차이가 크기 때문에 획이 많은 수()자는 이체로 쓰되 획을 다소 가늘게 써야 어울리게 된다.(12)

이 외에도 자기의 뛰어난 재능을 감추고 속세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바라는 뜻의 화광동진(和光同塵: 빛을 부드럽게 하여 감추고 속세의 티끌과 같이하다.), 돈을 많이 벌기를 바라는 공희발재(恭禧發財, 恭喜發財)와 신년발재(新年發材), 소나무나 학처럼 장수하라는 송장학수(松長鶴壽), 즐거운 새해 맞이하라는 공하신년(恭賀新年) 공하신희(恭賀新禧) 신년쾌락(新年快樂), 이 외에도 만사형통(萬事亨通), 만사여의(萬事如意), 길상여의(吉祥如意), 영정치원(寧靜致遠), 상선약수(上善若水), 지족상락(知足常樂) 등 다양한 내용이 붓질을 기다리고 있다.

 

연하장을 받는 사람이 어른일 경우에는 건강과 관련한 글귀가 어울리지만, 아랫사람일 경우는 진일보(進一步), 일취월장(日就月將), 정일집중(精一執中), 주경야독(晝耕夜讀), 역수행주(逆水行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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