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제2회 대한민국한지서예문인화 휘호대회 심사평

(심사평- 2회 대한민국한지서예문인화 휘호대회)

 

한지 본향에 펼쳐진

천하제일의 묵향 잔치

 

권상호(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 글로벌 최고위과정 담임교수)

지금까지 나에게 원주라고 하면 문득 생각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원주가 고려 말 조선 초의 은사(隱士)인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 선생께서 평생 이곳에 은둔하면서도 나라 걱정을 한시도 놓지 않으셨다는 것과 또 하나는 강원도(江原道)의 원()자가 원주를 가리키며 조선 시대에 강원감영이 바로 이 고을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예를 즐기는 나에게 원주의 최고 자랑거리라면 단연 원주한지테마파크가 으뜸이다. 더구나 여기에서 대한민국 한지서예·문인화 휘호대회를 펼친다는 사실은 정말 이름에 걸맞은 탁월한 선택이라 믿는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우리 고유의 종이인 한지(韓紙)라는 이름을 내걸고 펼치는 행사라는 점, 현장에서 직접 글씨와 문인화를 쓰고 치는 휘호대회라는 점, 공정한 현장 심사와 심사위원의 현장 휘호 시범을 보여준다는 점 등에 있다. 이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행사는 서예·문인화에 뜻을 둔 많은 참가자들에게는 자랑스럽고 유익한 일이며, 행사주최 측에게는 보람되고 떳떳한 한지 홍보 행사라는 믿음을 주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도 이처럼 진지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소신껏 심사해 본 적이 일찍이 없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심사는 1, 2, 3차에 걸쳐 실시했다. 1차에서는 우선 전체 작품의 수준을 살펴보고 일일이 점수를 매기며 입선 이상의 작품을 골랐다. 이 중에는 훌륭하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오자나 탈자로 인하여 한글에서는 2, 한문에서는 5점 정도를 탈락시켜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각 서체가 지니는 기본점획의 이해 부족이나 수련이 미숙한 작품들도 제외되었다. 본 휘호대회의 명제가 사전에 주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휘호 작품 수준이 타 대회에 비하여 훌륭하였음을 밝힌다.

2차 심사에서는 특선 이상의 작품을 골랐다. 특선 작품은 필획의 기본이 충실하고, 필력이 돋보이며, 글자 하나하나 서체자전을 찾아보고 결구를 잘 완성한 작품으로 골랐다.

3차 심사는 대상과 금··동상을 가리는 심도 있는 작업이었다. 여기에서는 자법과 장법의 창의성, 먹빛의 변화와 조형성, 내용과 흐름의 연결성, 서력과 장래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종 점수를 매기고, 이를 합산하여 수상작을 정하였다. 결과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매우 힘든 작업이었으나, 결과는 놀랍게도 심사위원 서로의 개별적 채점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는 점을 고백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글 흘림과 한문 예서에서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한글 한자 다 같이 서체가 흘림과 예서에 편중되어 있고, 기본 점획의 이해 부족과 과장이 심하며, 종이에 글자를 억지로 짜 맞추어 놓아서 장법의 인식이 부족하고, 본문과 어울리지 않는 낙관글씨 때문에 점수를 잃는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기회에는 한글의 경우, 정음고체(판본체)와 조화체 및 국한문 혼용체 등으로도 참가하여 한글을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시키길 기대해 본다. 한문의 경우에는 내용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끊어 읽기를 잘못하면 엉뚱한 뜻이 되듯이, 행초서의 경우에 특히 내용의 호흡과 붓길의 호흡이 맞지 않아 필맥이 끊어지는 경우가 없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상자에게는 갈채를, 탈락자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하지만 수상자에게도 시련이 올 수 있고, 낙선자에게도 희망이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공은 준비와 기회의 함수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지금부터 다시 준비하는 사람에게 최후의 명예와 영광의 기회가 안겨질 것이다. 축하의 글로 심사평을 마친다.

 

天下一品原州韓紙(천하일품원주한지) 천하일품 원주 한지여!

氣通四時心身淸安(기통사시심신청안) 사시에 기가 통하니 심신이 맑고 편안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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