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 묵가 5월호 - 유쾌한 먹탱이의 예서야 놀자 5

유쾌한 먹탱이의 예서야 놀자 5

 

도정 권상호(문학박사,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 글로벌 최고위과정 담임교수)

 

강을 버려야 바다를 얻듯이 나를 버려야 너를 얻을 수 있다. 서예의 초심자도 임서를 할 때에는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아집을 버리고 머릿속을 완전히 비운 상태에서 교본을 살필 때, 필획의 정확한 흐름과 한 자 한 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이 발견의 기쁨이다. 점획은 몸과 팔다리의 움직임으로, 글자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리고 장법은 사회 속의 인간 모습, 전체 속의 내 모습으로 다가온다. 말하자면 일자일인(一字一人)의 이론이 서게 되는 것이다. 은백색의 환한 화선지를 펼치는 순간 기존의 모든 걸 잊고 시구(詩句)가 주는 향기와 필획(筆劃)의 주는 힘에 빠지며 새로운 세계에 몰입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예서(隸書)가 발생한 것은 전서보다 쓰기가 편하고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예서는 전서의 엄정한 결구를 쓰기 쉽도록 변화시킨 서체로, 전체적으로 납작하고 수평적이며 가로획의 한 획이 파세(波勢)를 취하고 있다는 점과, 왼쪽으로 드리워지던 획이 도법(挑法)으로 처리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 또한 전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글씨를 빠르게 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갑골문에 있던 점이 전서에서 사라지나 했었는데, 예서 시대에 와서 다시 나타났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시간으로 사신비 속의 예서 점에 대하여 공부하기로 한다.

 

점은 문자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 가장 작은 것이지만 복잡한 전서를 간편화하는 데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초서, 해서 등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점은 위치와 운필의 방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크게는 가운뎃점[下向點(하향점)], 왼점[左向點(좌향점)], 오른점[右向點(우향점)]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외에도 매우 다양한 점이 있다.

 

가운뎃점 : , / ,

모든 점은 필봉을 가볍게 휘감듯이 역입한다. 이때에 가운뎃점은 슬쩍 올려 역입했다가 내려오되, 사신비의 경우 , 자처럼 6시 방향으로 필세를 취하기도 하고, ‘, 자에서처럼 7시 방향으로 필세를 취하기도 한다. (그림)

 

왼점과 오른점 : , / , / , / , / , /

왼점과 오른점은 동시에 나타나고, 대부분 대칭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왼점과 오른점은 함께 수련하는 편이 좋다.

, 자에서는 위에 있는 점들의 필세가 10, 2시 방향을 취하여, 붓길이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는 느낌이다.

, 자에서 위에 있는 왼점과 오른점은 모두 평형에 가깝다.

, 자에서 중간에 있는 왼점과 오른점은 각각 8, 4시 방향으로 필세를 취하고 있다.

, 자에서 아래에 있는 왼점과 오른점은 각각 7, 5시 방향으로 필세를 취하고 있다.

, 자에서처럼 세로획을 중심으로 좌우로 있는 왼점과 오른점은 각각 좌하, 우하로 필세를 취하여 여백을 고르게 분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림)

이 외의 다양한 점 : , / , / , / , / ,

점은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되므로 그때마다 왜 그러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 따지면서 공부하면 그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 의 제1, 2획의 윗점에서는 비대칭의 묘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 의 두 점은 한 방향 또는 다른 방향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 에 나타나는 나란한 세 점의 모습을 보면 복잡한 글자 속에서는 변화를 크게 주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게 나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의 세 점은 각각 위치에 따라서 크기 및 방향을 달리하여 중앙 집중적 이미지를 하고 있다.

, 의 아래 네 점은 크기와 방향에 조금씩 변화를 주어 글자에 생기를 더하고 있다. (그림)

 

작지만 단단한 붓질, 그것이 점이다. 점은 대단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태양 에너지가 중심에서 파동을 일으키며 천지사방으로 퍼지듯이, 점도 글자의 중심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이미지다. (그림)

점에도 역입이 있다. 붓을 종이에 넣을 때에는 나뭇단을 묶듯이 해야 한다. 더러는 무겁게 더러는 가볍게... 점의 표정도 무한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상에 똑같은 점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어느 누구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 같은 점을 한 번도 찍지 보지 못하고 죽는다. 이것이 서예의 DNA 비밀이다. 이 얼마나 엄숙한가! 여기에 서예의 무궁무진한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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