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월간 <해인(海印)> 3월호 - 응진전(應眞殿) 주련(柱聯)

응진전(應眞殿) 주련(柱聯)

閒情一鉢囊(한정일발낭)
林鳥來相悅(임조래상열)
諸天影裏鍾(제천영리종)
公案欲花雨(공안욕화우)
山空花自開(산공화자개)

한가로운 마음에 바랑 하나 지고 나서니
숲 속의 새가 날아와 서로 기쁨을 나눈다.
모든 하늘은 종소리 속에 그림자 지고
공안은 마침내 꽃 비를 내리고자 한다.
산은 텅 비었고 꽃은 절로 피는구나.

지극히 협소한 마음과 바랑 하나로 삼세(三世) 우주를 품고 자타(自他), 물아(物我), 시공(時空), 성색(聲色), 생사(生死)의 경계를 넘나드는 법열(法悅)을 노래한 게송이다. 공안이 풀리기 직전의 마지막 번뇌를 피기 직전의 꽃봉오리로 보고 개화(開花)를 위한 꽃 비를 기다리고 있다.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깨달음의 벅찬 감동이 ‘산은 텅 비었고 꽃은 절로 피는구나.’라는 말로 표출되고 있다. 올봄엔 마음의 꽃이 피려나?

응진(應眞)이란 나한(羅漢)과 같은 말로 온갖 번뇌를 끊고 이치를 깨달아 생사를 초월한 경지의 부처님을 일컫는다. 산스크리트어 arahan(阿羅漢)에서 온 말로 나한(羅漢)은 음역이고 응진(應眞)은 의역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응진전(應眞殿)이란 석가모니를 본존으로 모시고 그 좌우에 제자 16나한상을 모신 집이다. 응(應) 자는 본래 ‘매 응(鷹) + 마음 심(心)’에서 온 글자로, 매를 길들여 손에 꼭 잡고 있듯이 마음속으로 무엇인가를 확신했을 때 쓰는 말이다. 여기서는 진(眞)에 대한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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