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12> 가을 하늘 환히 열다

도정 권상호의 국어야 놀자 12

가을 하늘 환히 열다

완연한 가을이다. 계절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애국가 3절을 불러본다.

“가을 하늘 공활(空豁)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一片丹心)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라 지상은 꽉 찬 느낌을 주지만 하늘은 공활하여 구름 한 점 없이 텅 비고 드넓기만 하다.

‘하늘’이라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많다. 가을, 아들, 한글, 한산(북한산, 남한산), 햇빛, 하얗다, 환하다, 한새(황새), 하루, 하릅(소·말·개 등의 한 살 된 것), 하늬바람(가을바람), 하늘(거리다), 한들(거리다), 간들(거리다), 하물하물(흐물흐물)…….

하늘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드넓은 공간을 말한다. ‘하늘 천(天)’자를 보면 사람[大]의 머리 위에 이고 있는 길게 펼쳐져 있는 허공[一]을 하늘로 생각했다. 갑골문을 보면 ‘大’ 위에 ‘口’자나 ‘二(上의 갑골문)’자를 얹어 놓았는데, 하늘의 둥근 모습을 갑골에 새기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口자로 대신했다고 본다. 참고로 한자에는 ‘둥글 원(圓)’자에조차 동그라미가 없다. 글씨를 새기지 않고 주조했던 금문에 와서야 머리 위에 둥근 점을 찍고 있다. 훈민정음(訓民正音)에서 모음을 창제할 때, 하늘을 둥글다고 생각하여 ‘아래 아’를 만든 것은 탁견이다. 첨성대(瞻星臺), 옛 엽전 등에서도 전통적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의 학설을 따르고 있다.

‘Tengri’는 터키어, 몽골어, 퉁구스어로 ‘하늘, 태양, 무격, 신’의 뜻이 있다. 삼한시대에 소도(蘇塗)를 지배하며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일을 주관하던 사람도 이와 비슷하게 발음했을 것인데, 음차하여 ‘天君(천군)’으로 기록하고 있다. ‘단군(檀君)’이란 말도 무격(巫覡)을 뜻하는 ‘텡그리, 대가리’의 음차로 판단된다. 결국 ‘天君’이나 ‘檀君’이나 같은 말이라는 얘기이다. ‘단골, 당골’도 여기에서 온 말이 아닐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구석기시대는 ‘’신(神), 신석기시대는 ‘’신(神), 토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를 거쳐 철기시대 초기까지는 ‘’신(神) 시대로 보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이 세 신을 한 몸으로 보고 삼신(三神)이라 한다는 것이다. 동체이명(同體異名)이요, 삼위일체(三位一體)로다. 그리고 통일신라 말엽 및 고려조에 이르러서는 삼신을 한데 묶어 다만 ‘한님’이라 하였다는 것. 잘헌다.

‘하늘’의 어원에 대하여서도 여러 설이 있지만, ‘한날[큰 태양]’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외에도 ‘큰 울(울타리)’, 또는 ‘큰 우리(공동체)’ 등의 설도 있다. ‘하늘-아들’, ‘땅-딸’의 관계도 만만찮다. 얼쑤.

‘하나’, ‘하루’, ‘홀로’, ‘혼자’ 등도 ‘하늘’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신라 경덕왕 때 희명(希明)이 지은 향가 <도천수관음가(禱千手觀音歌)>에는 ‘하나’를 ‘一等(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12세기의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는 ‘하나’의 발음을 ‘一曰河屯(둔)’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하나의 어근은 ‘(하늘, 해, hot?)’이고, 여기에 접미사 ‘-아[낱, 箇]’가 붙으면 ‘하나’가 되고, ‘[日]’이 붙으면 ‘>>>>하루’가 된다. 굿하는가? good이로다.

'하늬'는 서쪽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따라서 '하늬바람'은 서풍, 곧 가을바람이 된다. 하늘과 가을도 운명적 만남이다.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왕검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은 조선(朝鮮)이라 하고 즉위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한 국경일이다. 남북한이 다 같이 우리나라의 생일로 보고 있으니, 동질성 회복의 실마리로 삼아야 하겠다. 이날만은 이웃 나라의 입김을 배제하고 남북만의 대동단결을 위한 행사를 치러야 한다. 개천절(開天節)의 의미는 ‘하늘이 열린 날’이 아니라 ‘하늘을 연 날’이기 때문에 통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통일의 주체는 당연히 단군이다. 한민족 만세! 단군민족 만세! 하늘민족 만세!

단군기원(檀君紀元), 곧 단기(檀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이를 사용해 오다가 1962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서기(西紀)를 사용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역사서에 등장하는 ‘환인(桓因), 환웅(桓雄)’ 등은 ‘하늘’의 옛 발음과 관련이 있고, 북부여의 시조 ‘해모수(解慕漱)’와 동부여의 시조 ‘해부루(解夫婁)’는 각각 ‘해’와 관련이 있으며,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 역시 ‘붉은 해’의 음차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모든 민족에게 원초적 신앙 대상은 하늘이었다. 하늘은 ‘늘’, ‘한결같이’ 인간의 머리 위에서 인간을 지키고 감싸왔다. 그래서 하늘 보고 손가락질하거나, 주먹질하면 큰일 나는 것으로 여겼다. 하늘을 향하여 침을 뱉어도 소용없다. 그만큼 하늘은 허허로우면서도 잘못된 행동에는 그대로 응징을 한다.

아이를 낳아도 하늘을 외면할 수 없다. 여성의 대화 중에 ‘하늘을 보아야 별을 따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임을 보아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을 하늘을 빌려 은근하게 표현한 것이다.

요즈음 안팎의 정치가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는 말이나, 하늘을 보지 않고 자란 세대들의 행동이 무섭다. 환경오염으로 대지를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언행으로 하늘마저 오염시키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이제야말로 천지(天地)를 굳건히 지켜나가야 공생(共生)할 수 있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제멋대로, 감각적으로, 즉흥적으로 날뛰어서는 곤란하다. 인간이 없는 아름다운 지구,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영원한 푸른 별... 생각만으로도 행복감이 하늘하늘 피어오른다. 대지가 노란 계절에 하늘마저 노래질 사건사고는 제발 사라졌으면 한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건국이념은 이제 개인적 고민, 민족적 갈등을 치유할 인류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7천만의 화두를 넘어 70억의 화두를 위하여, 건배! <끝>

그림: 금문 ‘하늘 천(天)’자를 중심으로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나타내고 있다.

글씨: 예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이제 인류 공생을 위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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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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