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기고> 내가 본 강남문화원- 소통과 공유, 공정과 신뢰

내가 본 강남문화원

소통과 공유, 공정과 신뢰

도정 권상호(문학박사, 문화 칼럼니스트)

문화(文化)란 무엇인가?

우선 ‘문(文)’이란 글자 모양을 살펴보면 사람의 모습을 닮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문(文)이란 자연이 아닌 인간의 일을 얘기하고 있다. 사람의 머리와 벌린 두 팔, 그리고 세모난 가슴과 벌린 두 다리의 모습이 보인다. 문(文)자의 옛 모양은 사람의 가슴 부분에 심(心)자나 이와 비슷한 꼴의 문신(文身(문신)을 한 모양이었다. 따라서 문(文)의 본뜻은 ‘무늬’였다. 여기에서 ‘글자’, ‘학문’, ‘문화’ 등의 뜻으로 발전해 왔다.

화(化)자의 옛 모양은 사람 인(人)자 두 글자로 되어 있는데, 한 사람은 바로 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재주를 부리며 거꾸로 서 있다. 여기에서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다’의 뜻에서 출발하여 ‘되다’, ‘변화하다’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가명(假名), 위선(僞善) 등의 예에서 보듯이 ‘거짓’을 뜻하는 ‘가(假)’자나 ‘위(僞)’자를 보면 인간만이 거짓을 행하기에 사람 인(人)자를 앞에 붙여놓았다. 그래서 중요한 점은 변화하되 인간 본연의 모습은 잃지 말아야 함에 있다.

따라서 문화(文化)란 문자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전유물이다. 그리고 문화란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뜻한다.

변화를 위하여 절대 필요한 것은 소통(疏通)이다. 인류 문명의 발달도 따지고 보면 시간과 공간 극복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탄생 모습은 한 마디로 일폐구개(一閉九開)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탯줄이란 하나 통로가 닫히고, 대신에 아홉 개의 새 통로가 열린다는 뜻이다. 열린 아홉 통로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죽음에 이른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도 소통이 잘 이루어질 때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사하고 만다.

문화(文化)의 정의를 달리 비유하자면 ‘인간의 영혼을 담는 질그릇’이라 할 수 있다. 왜 하필 질그릇이라 하는가? 첫째는 질그릇은 안팎이 소통하는 그릇이요, 둘째는 영혼이란 내용물을 질그릇에 소박하게 잘 담아 두어야 이웃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끊임없이 소통과 공유를 실천할 때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리고 질그릇의 모양은 크기도 다양하고 다소 삐뚤빼뚤한데, 이는 문화의 다양성과 부정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의 본질과 특성을 멋지게 살린 곳이 있으니 바로 ‘강남문화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강남은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회의 고도성장과 부(富)와의 상징이다. 그런데 강남문화는 영동문화라고 하는 유흥문화를 중심으로 출발하였으니, 주현미가 노래한 <비 내리는 영동교>와 <신사동 그 사람>이 당시의 강남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강남문화 스타일을 세계화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이 강북이라면, 1988년에 복합 예술센터 예술의전당이 서초구에 들어서고부터는 한국 현대문화의 중심은 강남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가 짧은 신흥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뒤늦게 탄생한 강남문화원은 1996부터 뜻있는 문화인들이 모여 지역 문화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여, 1998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설립 인가를 받고 개원하였다. 그 이후에도 강남문화원은 예술의전당의 그늘에 가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강남문화원은 창립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문화강좌, 문화대특강, <문화강남> 발간, 향토사 연구, 강남전통예술경연대회, 대한민국 강남미술대전, 대한민국 강남서예문인화대전, 강남독후감공모전 및 각종 예술제 등을 통하여 구민과 깊은 교감을 나눔은 양질의 고급문화를 전 국민에게 선양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강남의 경제와 교육에 걸맞은 강남문화의 창달로 강남이 세계 속의 고품격 명품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저변에는 많은 구민과 문화원 이사님들의 노력이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현 김성옥 강남문화원장님의 도전과 변화를 위한 고심을 간과할 수 없다. 필자는 안면이 없던 현 김 원장님의 부름으로 연전에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의 운영위원을 맡은 바 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김 원장님의 말씀 한마디는, 가장 신뢰받는 강남문화원의 전국적인 예술행사를 위해 민주적이고 공정한 운영과 심사를 해 달라는 진심 어린 당부였다.

문화와 예술 영역의 공모전은 기록경기와 달리 등수를 매긴다는 자체가 어렵다.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출품작은 말이 없으나 심사위원들끼리 시끄러울 때가 있다. 인간이 하는 일이라 어떤 상황에서도 뒷말이 전무할 수는 없지만, 깨끗한 운영과 심사를 통하여 참가자들로부터 결과에 대한 최상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여러 해 동안 강남문화원의 행사를 지켜본 바로는 사심 없이 공정하게 행사 진행을 이끌어 오신 김성옥 원장님의 덕망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강남문화의 DNA는 ‘소통과 공유, 공정과 신뢰’라고 생각한다. 어제의 아쉬움과 내일의 희망 사이에 오늘의 기회가 있다. 기회는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성공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사람 중심의 문화, 변화와 창발의 문화가 강남문화원에서 줄곧 일어나 강남구민의 정신적 오아시스, 나아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허브로서의 새 역사가 펼쳐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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