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8〉강을 버리면 바다를 얻는다

강을 버리면 바다를 얻는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순간 하늘이 진동한다. 천동(天動)이다. 천동이 커지면 천둥이렷다.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기 시작한다. 허공이 움직이니 허동(虛動)이요 땅이 움직이니 지동(地動)이다. 허동지동이 커지면 허둥지둥이렷다. 갑자기 쏟아지는 빗물을 피하느라 부랴부랴 처마 밑으로 숨는 아이들. 빗물 속에서도 동작만큼은 불처럼 빠르다. 부랴부랴, 불이야 불이야!

빗물은 곧게 떨어져서 휘면서 흐른다. 직선으로 내려와 곡선을 그리며 흘러간다. 내 삶도 전반은 꼿꼿해지고자 꼬장부렸으나 후반은 유연하게 둥글둥글 살아야지.

비가 물인 것은 비 우()’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자 속에는 물 수()’가 숨어있다. ()자를 분석해보면 하늘을 뜻하는 일()이 있고, 일정한 지역을 뜻하는 경()이 있다. 비는 에서 내려오니 /()/라고 발음하는가? 중국 발음 //와 같은 뜻이네.^^ 그러고 보니, ()자는 포도주잔을 뒤엎은 모양이다. 뒤엎자 우수수(雨水水) 하고 떨어지는 빗방울……. 허걱.

물 수()’자를 중국에서는 /shuǐ, 쉐이/, 일본에서는 /すい, 스이/라고 읽지만, 우리는 //라 발음한다. //라고 읽는 한 물 수()’자는 한국어이다. 오늘은 물 수()’자와 함께 국어야 놀자.

, //라고 읽을까? ()를 잘 마셔야 수()할 수 있기 때문일 거야.^^

물을 뜻하는 수()자의 최초 상징 기호는 팔괘(八卦)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태극기에서 친숙하게 만날 수 있으니, 건곤리감(乾坤離坎) 중의 감()괘가 물에 해당한다. 두 개의 음[--] 사이에 하나의 양[]을 가운데 끼워놓은 감괘는 누가 보아도 수()자와 닮은꼴이다. 가운데 긴 획은 물의 빠른 흐름을, 양쪽의 두 점은 각각 물의 느린 흐름을 나타낸다. 음 사이에 양이 삽입되어 수()가 되는 이치는, 물을 생명 탄생의 원천으로 보게 하는 데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인 오행(五行) ,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에도 수()가 있다. 방위는 북쪽이고 계절은 겨울, 색깔은 흑()이고 오상으로는 지()에 해당한다. 그리고 풍수(風水)’에도 수()가 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대하는 지세인 배산임수(背山臨水)와 바람을 막아주고 흘러오는 물을 바라보는 지세인 장풍득수(藏風得水)를 기본 원리로 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수()가 흘러 내 천()’이 되었을 때는 글자의 모양만 보더라도 가장자리조차 물 흐름이 끊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발음이 왜 //일까? 골골 소리를 내며 급히 흐르던 골에서와는 달리 천천히흐르니까. 오잉?

뫼 산()’자를 보고 산봉우리 셋만 보기 쉬운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깊은 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골 저 골 골골이 고을이다. ‘에 해당하는 한자는 골 곡()’이다. //일까? 글자의 모양을 보면 짐작이 간다. 바위() 양쪽으로 물이 둘로 갈라져 콕콕처박히며 세차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리. 방콕^^. 방에 콕 처박혀 산다는 뜻의 신조어인데, 여기의 은 곡()과 무관하지 않다. ‘콕콕, 골골, 콸콸, 졸졸, 쫄쫄, 촐촐, 잴잴, 철철, 죽죽, 줄줄, 주룩주룩…….’ 세찬 계곡물소리는 정말 다양하다. 여기서 한 마디. 산을 물을 건널 수 없고, 물은 산을 넘을 수 없다. 옳거니.

()이 모여 천()이 된다. 다시 말하면 계곡(溪谷)이 모여 계천(溪川)이 된다. 그런데 우리말 시내는 천()인데, ‘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의 어원에 대하여는 이견이 분분하다. 예전에는 []’이라 하던 때가 있었다. 예컨대, ‘밤골’, 율곡(栗谷)’밤실이라 불렀었다. 따라서 에서 흐르는 를 일러 실내라 했는데, 이것이 시내로 바뀐 것이다. ‘시내를 한자어로는 곡천(谷川)’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 말은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고 우리는 계천(溪川)’이라 했다. 표기는 다소 달라도 개천, 실개천과 서로 통한다. ‘시내 계()’ 자의 중국 발음은 //인데, 발음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샘 천()’은 천천히 샘솟고, ‘내 천()’은 천천히 내린다. 내리는 내는 여러 갈래가 모여 강 강()’을 이룬다. ()자를 보라. 범람하기 쉬운 강은 충분한 너비를 확보하고 둑을 튼튼하게 쌓아야 한다. 물의 갈래는 물갈래 파()’이다. 여러 갈래가 모여 강을 이루는데, ()의 고어 도 갈래[]의 고어 가ᄅᆞ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연안 연(沿)’자를 보면 곡()자에 있던 팔()자 두 개가 하나로 줄었다. ()보다 물의 흐름이 느려졌다는 뜻이다. 물의 성질도 연하여 //이라 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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