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동정

(주)푸른 영토 - 서문

조심스레 들어가는 말

 

말은 생각과 느낌이 흐르는 강이요

글은 생각과 느낌을 담는 바다이다.

 

우리는 잃은 게 너무 많다.

TV를 얻은 대신에 대화를 잃었다.

컴퓨터를 얻은 대신에 생각하는 힘을 잃었다.

휴대전화를 얻은 대신에 독서를 잃었다.

인터넷을 얻은 대신에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잃었다.

키보드를 얻은 대신에 붓마저 잃어버렸다.

 

생각은 깊게, 느낌은 넓게 하면서 살았던 선조.

단세포적 반응으로 살아가는 우리.

상상은 다양하게, 행동은 고상하게 하면서 살았던 선조.

게임을 통한 무한자극과 복권을 통한 대박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은근하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누리며 살았던 선조.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쾌락만을 찾으며 살아가는 우리.

우리는 기술과 정보를 얻은 대신에 머리와 가슴을 잃어버렸다.

아바타를 얻은 대신에 나를 잃어버렸다. 허걱.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생각과 느낌의 씨앗인 말글에서 빛바랜 이성과 감성을 되찾고

느림의 미학인 서예를 통하여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발음과 어원 속에 숨어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철학의 싹을 틔워야 하며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 서예를 통하여 붓꼴림 전설의 봉인을 풀어야 한다.

 

붓과 함께한 지 40여 년.

문자와 함께한 지 50여 년.

벼루종이와 함께 지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말글 속에 숨겨진 은밀한 의미를 찾으며 숱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라이브 서예라는 예술 실천으로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글이 발하는 빛과 말이 내는 소리로 소통과 공유를 실천하는 미래의 나는 행복하리라.

 

눈을 뜨면 내 앞에서 정직하게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언제나 시간이었다.

가진 것은 없어도 시간은 언제나 나와 동행하며 말을 글로 남기란다.

사라지기 쉬운 말과의 짧은 만남이 글과의 오랜 여운으로 남기를 기대하며

작은 생각 큰 용기로 책 한 권을 내놓는다.

독자님의 천금 같은 시간을 과연 얻을 수 있을까?

내 깜냥 넘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낸다.

 

2013년 봄날

浮休室(부휴실) 창가에서 도정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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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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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삼 년 봄날 권상호